강청희 은행장, 취임 후 내부 감사 통해 문제점 발견
30개 제규정 정비하고 외부인 참여하는 분배관리위 신설
정도관리 등 업무 영역 확장으로 자생력 확보 추진

한국공공조직은행은 국내 유일 비영리 인체조직 관리 기관으로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청년의사).
한국공공조직은행은 국내 유일 비영리 인체조직 관리 기관으로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청년의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공공조직은행의 ‘인체조직 할인 판매’가 논란이 됐다. 국감에서는 “기증받은 인체조직을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는 공공조직은행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7월 재단법인으로 출발한 공공조직은행은 2019년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국내에서 기증된 인체조직을 비영리 목적으로 관리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줄 월급조차 없을 정도로 재정 상태가 열악했다. 사건이 있었던 지난 2020년 11월 24일 공공조직은행 통장 잔액은 2,579만원이었다. 월급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한 간부가 독단적으로 이식재를 40%나 싸게 판매(분배)하는 일이 가능했던 것도 내부 관리 시스템이 부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공공조직은행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2대 은행장으로 강청희 은행장이 취임한 이후다. 인체조직 할인 판매 사건도 강 은행장이 취임 후 실시한 내부 특별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강 은행장은 이번 일을 ‘성장통’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특별감사를 지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 은행장은 지난 1년 동안 미비했던 내부 규정을 재정비했다. 할인 판매 사실도 중간재 분배에 관한 기준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내부 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한 강 은행장은 중간재 분배 신청부터 공급까지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도록 지난 1월 인체조직 분배관리지침을 제정했다. 또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분배관리위원회를 신설해 적정 가격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위원 총 7명으로 구성된 분배관리위에는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외부 위원으로 1명씩 참여한다. 이같이 개선된 절차는 지난 7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가공한 일부 인체조직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배송하던 방식도 바꿨다. 스티로폼 박스를 전용 배송 용기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콜드체인 기반으로 배송할 계획이다.

인체조직 관리시스템 정보화 사업도 추진한다. 기존 시스템은 상호 연계돼 있지 않아 인체조직 기증 후 채취·가공·분배 과정을 통합해서 관리하기에 역부족이다. 행정 시스템과도 분리돼 있다. 인체조직 관리시스템을 개발해 경영지원시스템과 통합 연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총 12억원(2023년도 5억5,000만원, 2024년도 6억5,000만원)이다.

무엇보다 공공조직은행의 역할 확대와 재정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체조직만 가공해 분배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조직이 발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열악한 재정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지원이 절대적인 구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게 강 은행장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 민간 조직은행 정도관리와 전문 인력 양성·교육, 연구개발 분야로 공공조직은행의 역할 확대를 추진한다. 국내 조직은행은 130곳으로 공공조직은행 산하 5곳(서울성모병원, 건양대병원, 전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성남조직은행)을 제외한 125곳이 민간 조직이다. 인체조직을 수입해 판매하는 민간 조직은행이 89곳으로 가장 많다.

공공조직은행은 인제조직 관리체계 발전을 위해 내년 3월 영국 ‘NHSBT(NHS Blood and Transplant)’ 산하 ‘Tissue Services’와 업무협약도 체결할 계획이다. Tissue Services는 기증자 발굴부터 인체조직 가공, 보관까지 담당하는 영국 내 유일한 기관이다.

강 은행장은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공공조직은행 본부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간담회 갖고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강 은행장은 이날 ‘인체조직의 공익적 관리를 통한 국민보건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안전한 인체조직 이식재의 안정적인 공급과 관리체계 구축’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흉부외과 전문의인 강 은행장은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용인시 기흥구보건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한국공공조직은행 강청희 은행장은 지난 23일 성남시 공공조직본부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비전 선포와 향후 발전 방향 등을 설명했다(ⓒ청년의사).
한국공공조직은행 강청희 은행장은 지난 23일 성남시 공공조직본부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비전 선포와 향후 발전 방향 등을 설명했다(ⓒ청년의사).

- 제2대 공공조직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동안 조직 문화를 바꾸고 제규정을 정비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직원 의견을 수렴하고 비전과 전략목표, 경영방침을 새롭게 정립했다. 또 재단법인으로 출범했지만 기타공공기관이 되면서 제규정을 정비해야 했다. 이에 제정하거나 개정한 규정만 30여개다.

공공조직은행 내에는 인체조직을 채취하는 직군과 가공 직군, 행정직, 연구개발직 등 다양한 직군이 존재하다 보니 갈등 요소가 많다. 직군 간 근무 조건이 다르고 수당이 적게 발생하는 직군도 있다. 이에 보수개선TF를 구성해 근무환경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맞춤형 복지제도 도입을 통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하려고 한다.

대외적으로는 언론이나 학회, 연구단체, 의료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공공기관으로서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공조직은행은 인체조직 시장에 공공인프라를 구축하는 좋은 모델이다. 공공과 민간이 협업하고 성장하면서 공공인프라를 리모델링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 지난 국감에서 공공조직은행 내에서 인체조직을 할인 판매한 사실이 공개됐다. 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실시한 특별감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었다. 특감을 실시한 계기가 있었나.

과거 잘못을 들춰내고자 했던 게 아니다. 공공조직은행은 그 어느 조직보다 감사를 많이 받았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2017년 감사를 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 감사도 받는다. 감사 결과는 예산 삭감으로 이어졌다. 정부 지원금이 삭감되면서 인력 유지가 힘든 상태가 됐다. 인체조직을 할인 판매한 가장 큰 이유가 인건비를 줄 잔고가 부족해서였다(당시 할인 판매를 했던 간부는 이미 퇴직했다).

인체조직 할인 판매 사실은 불명확한 지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보다 싼 단가로 판매된 건을 검토하다 발견했다. 제도 개선을 위해 내부 규정과 시스템을 들여다보니 인체조직 분배 과정 등에 문제가 있었다.

국감에서 논란이 되면서 당시 할인 판매를 했던 사람에게 민사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별도로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해서 형사고발 여부를 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다. 공공조직은행 이사회에도 이같은 상황을 보고 했고 복지부와 협의 후 진행하라는 결론이 나왔다. 절차에 맞게 진행하겠다.

- 인체조직을 할인 판매한 이유가 직원에게 줄 월급이 없어서였다고 했다. 공공조직은행 재정 상태가 그렇게 열악했나.

인건비로 한달에 3억원 가량이 지출되는데 당시 통장 잔고가 2,579만원이었다. 인건비 지급조차 어려울 정도로 재정이 부족한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재정을 마련하는 방법이 적절했는지 등은 별도로 생각할 문제다.

재발을 막기 위해 인체조직 분배관리지침을 지난 1월 28일 제정했다. 외부 위원 3명이 포함된 분배관리위원회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공개적으로 인체조직을 분배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가격 결정도 합리적으로 이뤄진다. 지난 7월부터 개선된 분배 절차를 적용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식재의 경우 가격 조정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도 분배관리위에서 결정한다. 최종재에 대한 지침도 강화해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

- 국감에서 분배의료기관과 계약서 없이 인체조직을 거래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최종재 수가는 이미 심평원에 등재돼 있다. 가격이 정해져 있기에 그 한도 내에서 분배하는 형태로,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었다. 국감 지적 이후 의료기관에 최종재 분배 시 ‘계약 당사자의 책임과 의무사항, 분배대금 청구와 지급 기한, 과실로 인한 조직 폐기 시 배상 청구 등’을 명시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인체조직 분배관리지침을 개정했다. 또 101개 의료기관에 공문을 발송해 별도 계약을 체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3일 기준 101개 의료기관 중 12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 인체조직 이식재 폐기율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원재료 자체의 부적합, 작업자 실수 등 관리 부주의, 유효기간 초과로 인체조직을 폐기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작업자 실수 부분은 반복 교육과 교차 점검을 통해 개선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작업자 실수로 이식재를 폐기한 사례는 0건이다. 불량이 생기는 일은 한 건도 없어야 한다.

전체 폐기량의 87%를 차지하는 사유가 원재료 부적합이다. 원재료에서 균이 검출되거나 상태 불량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폐기해야 하는 경우다. 이 부분은 안전한 이식재 생산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유효기간 5년이 지나서 폐기하는 사례가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많이 발생했다. 이 부분에서 폐기율을 줄이려면 생산 단계부터 의료진 수요에 맞춰 분배 가능한 인체조직을 채취하고 가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채취부터 분배 단계까지 모두 전산화해서 업무를 효율화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1개 팀이던 품질관리 전담부서를 1부 2개팀으로 확대했다. 현재는 품질관리부에 품질관리 1팀과 2팀이 운영되고 있다.

- 공공조직은행은 국내 인체조직은행 중에서는 유일한 비영리기관이다. 하지만 민간 조직은행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공공조직은행이 경쟁력을 갖추고 재정난을 해결할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수익성이 낮아서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을 필수이식재라고 한다면 뼈 전체와 혈관이다. 혈관은 채취한 다음 날 바로 처치해야 하고 영하 70도 이하에서 2년 정도 밖에 보관하지 못하기 때문에 민간 기관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공적으로 혈관을 채취할 수 있는 곳이 공공조직은행밖에 없기도 하다.

수익성을 생각한다면 하기 힘들다. 결국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재 정부 기조는 지원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결국 공공조직은행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사업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생산과 분배만 해서는 어렵다. 공공조직은행의 역할을 국내 인체조직사업 전반으로 확대해 조직은행 130곳에 대한 정도관리와 인력 양성·교육 등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제안해야 한다. 업무를 확장하고 다양화해야 자립할 수 있다.

물론 이해관계에 있는 단체들이 있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복지부, 식약처 등과도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업무를 확장하려면 공공조직은행이 역량을 갖춰야 한다.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항상 인권을 위해 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의협 상근부회장 시절 ‘전공의특별법’(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면서도 인권을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공단에서도 건강보험 가입자와 공급자의 권리 증진을 위해 일했다. 공공조직은행도 인권 기관이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인권은 누구나 완전체로 회복할 수 있는 권리다. 예기치 못한 사고와 질병에 따른 손상에 대해 다른 사람이 기증한 인체조직을 통해 본인의 신체를 복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기증자의 인권은 생명나눔에 대한 권리다. 생전에 기증에 동의한 숭고한 생명나눔의 뜻을 가족들의 동의 하에 실천할 수 있는 권리다.

공공조직은행은 인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기관이다. 그 위상에 맞게 ‘국민이 신뢰하고,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며, 의료진이 만족할 수 있고, 국민에게는 건강과 기쁨을 전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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