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버티기 힘들다…외과 전공의 미달, 해결책 없나①
3년제+책임지도전문의, 기피과 해결책 아닌 수련 질 향상 목적
수술실 CCTV 의무화, 기피 심화 원인 아냐…이미 곪을대로 곪아

2022년 전공의 모집결과 외과는 정원 180명에 108명이 지원해 지원율 60%를 기록했다. 지난해 79%에서 19%p 줄어든 수치다. 외과 전공의 미달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현상이지만 한해 만에 이 정도로 수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가벼이 볼 수 없는 문제다.

더 떨어질 곳 없어 보였던 외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을 보면서 의료계에서는 올해 국회를 통과한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법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힘든 수련, 불확실한 미래 등 이미 알려진 악조건에 수술실 CCTV가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표 기피과 중 하나로 꼽히는 외과의 생각은 다르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전공의 모집에 영향을 줘 지원자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이미 수십년간 곪을대로 곪았고 누구나 해결책을 아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3년제+책임지도전문의 도입, 외과 전공의 부를까

2019년 전공의 수련 3년제를 시작한 대한외과학회는 수련의 질 확보를 위해 2018년 국내 최초로 책임지도전문의제도를 도입했다.

수련환경평가에 책임지도전문의 항목이 있어 각 수련병원별로 명목상 책임지도전문의가 있긴 하지만 학회에서 책임지도전문의를 교육하고 수련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곳은 외과가 처음이었다.

이에 각 수련병원에 소속된 외과책임지도전문의들은 2017년 자발적으로 책임지도전문의협의회 TF를 발족하고 2020년 협의회를 공식 출범하는 등 외과 3년 수련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과학회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외과 전공의 미달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봤다.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수련의 질을 높이는 등 외과 전공의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본 것이다.

하지만 외과학회 생각은 다르다. 3년제와 책임지도전문의는 외과 전공의 미달을 해결하려는 방안도 아니었고 해결책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외과 책임지도전문의협의회 김성근 회장(여의도성모병원 외과)은 “책임지도전문의제도는 말 그대로 전공의 교육을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전공의 교육을 잘 해보자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전공의 모집을 잘 해보려는 것과는 다른 일”이라고 말했다.

책임지도전문의제를 통해 수련기간을 3년으로 줄이더라도 실력있는 외과전문의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이를 통해 ‘외과 전문의가 돼서 뭘 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답도 해결책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수술실 CCTV 의무설치 때문에 외과 전공의가 줄어든다?

하지만 2021년 의료계에 대형 사건이 터졌다. 수술실 CCTV 의무설치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그리고 시작된 2022년 전공의 모집 결과 외과를 비롯한 소위 기피과 모집률은 처참했다.

외과 전공의를 모집하는 수련병원 52곳 가운데 24곳이 정원 확보에 성공한 반면 지난해 정원을 채웠던 23개 수련병원 가운데 7곳이 올해 정원 확보에 실패했다. 18곳은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형병원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빅5병원 가운데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외과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5명 정원에 단 2명만 지원하면서 지원율이 10%를 기록했다. 지난해 14명 정원에 5명이 지원해 지원율 40%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세브란스병원은 외과 모집 정원이 16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단 7명만 지원했다. 지난해 16명 정원에 19명이 지원하면서 경쟁률 1.2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이런 현상을 보고 의료계에서는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법 국회 통과가 전공의 모집에 즉각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외과학회 생각은 역시 좀 다르다.

김성근 회장은 “수술실 CCTV 의무설치법 국회 통과 후 전공의 모집을 보면 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떨어졌는데 (외과와 같이 수술을 하는) 정형외과는 줄지 않는다”며 “반대로 수술실 CCTV 의무설치법이 폐기된다고 외과 전공의가 늘어날 것이냐, 늘지 않는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전공의 모집 때마다 외과 등 기피과 전공의를 채우지 못하니 이슈가 되는데 잘 안되는 곳이 왜 안되는지를 보지 말고 잘 되는 곳이 왜 잘되는지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술실 CCTV 의무화를 피해갈 수 없는 성형외과의 경우 전공의 63명 모집에 110명이 몰려 경쟁률 1.75대 1을 기록했다. 모든 과를 통틀어 경쟁률이 가장 높았으며, 정형외과 경쟁률은 수술을 하지 않는 영상의학과의 1.57대 1보다 높은 1.58.1이었다.

수술실 CCTV 의무설치법이 전공의 지원율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반증한 것이다.

일이 많아 떠나려는 외과 전공의

그렇다면 외과 전공의는 왜 해가 갈수록 지원자가 줄어들까. 그 질문의 해법은 지난 11월 열린 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나왔다.

외과학회는 추계학술대회에서 ‘우리는 왜 전공의를 잃게 되는가’라는 세션을 진행했다. 왜 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중도 포기 전공의가 나오는지 알아보자는 취지에서다.

39개 수련병원에서 103명의 전공의가 참여한 설문조사결과 외과 전공의 중 78.6%는 수련 중 사직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원인으로 ‘업무량 과다’를 꼽은 비율이 48.5%였다. 일이 너무 많아서 그만둘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전공의 ‘일’을 줄이지 못한 전공의 80시간 근무제도

전공의들의 일이 많은 것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야기다. 각 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전공의들은 원래 일이 많다. 하지만 선배들이 걸었던 전공의 수련과 최근 의대를 졸업한 전공의들에게는 큰 차이가 있다. 전공의 80시간 근무제 때문이다.

전공의 80시간 근무제 도입 취지는 근로자와 학생 신분 사이에서 과도한 업무로 퇴근도 하지 못하는 전공의들의 ‘일’을 줄여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공의 80시간이 정말 전공의들의 일만 줄이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오히려 전공의 80시간 도입이 전공의들의 수련시간을 줄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전공의 80시간 도입까지 더해진 외과수련 현장은 더 심각하다.

현 외과 전공의 수련시간에 대해 외과학회 김진 수련교육이사(고대안암병원 외과)는 ‘종합대학(university)이 2년제 전문대학(Junior College)이 된 것’이라고 평했다. 그만큼 수련시간 자체가 물리적으로 줄어들었단 뜻이다.

김 이사는 “전공의 80시간 도입 영향을 외과는 좀 더 특수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 외과에는 수술이 있다. 예전에는 낮에 수술에 들어가고 밤에 일을 했다면 지금은 (모든 일과를) 오후 5시 전에 끝내야 하니까 수술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외과는 야간에 응급환자가 올 수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 등도 수련에 포함된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없어지고 있다. 외과의사로서 꼭 배워야 하는 부분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성근 회장은 “전공의 80시간 근무제도 전 전공의가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병원에 있었다고 하면 절반은 일을 하고 절반은 수술 등 수련을 했다고 봐야 한다”며 “전공의 80시간 도입 후 이 중 30% 정도가 없어졌다고 보고, 그 30%가 수련에서 빠져나갔다면 전공의는 수련에서 손해를 보고 일은 여전히 많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전공의 80시간 도입으로도 수련의 질을 유지하려면 수련이 아닌 일하는 시간이 30% 빠져야 한다. 그리고 그 빠진 시간은 누군가가 대신 해야 한다"며 "본사업이 결정된 입원전담전문의제도 등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했다.

즉, 전공의 일을 줄이고 수련 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만이 현재의 외과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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