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 재발 방지 대책 중 하나로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 개편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핵심을 비켜갔다는 지적이다.뇌동맥류 결찰술(Cerebral aneurysm clipping)을 할 수 있는 뇌혈관외과 전문의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의료공백을 이송 체계 개편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를 기대했지만 ‘역시나’라는 실망감도 드러냈다.보건복지부는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등 응급 심뇌혈관질환자가 치료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
국영의료체계인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의 문제로 꼽히는 긴 진료대기 시간과 의료인력난이 점점 심각해지는 모습이다.영국 국영의료체계는 1차 진료 의사인 GP(General Practitioner)가 먼저 진료한 뒤 추가 진료나 수술 등이 필요할 경우 종합병원 등에 의뢰하는 방식이다. NHS 진료는 무료이지만 대기시간이 길다.이 때문에 진료를 기다리다 합병증이 심해지는 환자들도 생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NHS 대기 환자는 더 늘었다.영국 신문 ‘타임스(T
국회에 발의된 ‘의과대학 신설법안’들은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부터 의대생 학비까지 모두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공공의대 하나를 신설하는데 투입되는 재정은 얼마나 될까.국회예산정책처가 발의된 의대 신설법에 따라 의대를 설치하고 부속병원을 설립하는데 드는 비용을 추계한 결과, 8년간 최소 768억원에서 최대 3,666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청년의사는 발의된 의대신설법 11건 중 국회예산정책처가 비용추계서를 제출한 9건을 비교 분석해 의대 1곳을 신설하는데 드는 비용을 알아봤다. 의대 정원
대통령실 재편 바람에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존폐 위기에 처했다. 보건복지부 산하로 축소 배치까지 점쳐지는 상황에서 생명윤리 논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온다.지난달 5일 윤석열 대통령은 예산 절감과 행정 효율화를 위해 "20개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과감한 정비"를 주문했다. 이어 8일 대통령실이 각 위원회 존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은 기정사실화됐다. 이번 조치로 정부가 예상하는 절감 비용은 연간 250억원 규모다. 20개 위원회 가운데 6~7개 위원회만 남긴다는 방침에 어느 위원회가 존속할
특정 지역에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법안이 줄줄이 발의되고 있지만 교육부나 기획재정부는 이에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이유로 학비 등을 국고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형평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현재 국회에 발의된 ‘의대 신설법’ 11건 중 6건이 특정 대학이나 지역을 명시한 법안으로 대부분 법안을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가 의대 신설 지역이다.▲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경남 창원성산)이 발의한 ‘국립창원의대 설치 특별법’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인천 서구갑)의 ‘인천의대 신설법’(국립대학법인 인천대 설치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소아청소년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진료할 의료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 응급실 소아 진료가 제한되고 병상 부족으로 상태가 나빠진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입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스톱 진료기관 등 코로나19 진료체계는 성인 중심으로 운영돼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칠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만 18세 이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542만3,799명으로 전체 누적 확진자 2,2
K-방역의 선도자인 명지병원이 이번에는 개발도상국 의료인 29명을 두차례에 걸쳐 감염병 전문가로 육성하는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공유하기 위해 신설한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을 지난 2월에 이어 8월에도 운영하며 총 29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제6대 WHO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소외된 개발도상국의 감염병 퇴치에 앞장 선 고(故) 이종욱 박사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신설된 보
“가장 뛰어나고 훌륭한 의사들이 먼저 희생당하는 대한민국 의료의 모순을 오롯이 혼자 감당하도록 두었다.”“언제까지 이렇게 좋은 의사들이 자기 영혼을 갈아 넣어서 의료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지 안타까움을 느낀다.”3년 전 세상을 떠난 고원중 교수를 추모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들이다. 결핵·비결핵항산균(NTM) 분야 권위자였던 고 교수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는 안타까움도 쏟아졌다.고 교수 추모위원회와 청년의사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로 삼성생명빌딩 슈바이처홀에서 ‘참의사 고원중’ 출판 기념을 겸한 3주기 추모식을 개최했다. 이
신종인플루엔자A(H1N1), 메르스(MERS)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까지 겪고 있지만 ‘감염병 홀대 정책’은 여전하다. 감염병 대응에도 땜질식 처방만 이어질 뿐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병원들이 코로나19 유행 규모에 따라 병실 공사를 반복해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독립된 건물에 감염병 전문 센터를 설립해 반복되던 병실 공사에서 벗어난 서울아산병원도 제도적 한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민간병원 최초로 감염병 전문 독립 건물인 감염관리센터(CIC)를 건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쉽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의사들이 줄고 있다. 지난해 소청과를 지원한 의사는 57명뿐이다. 정원은 203명이지만 28%만 충원된 것이다. 유독 지난해(2022년도 전공의 모집)만 지원율이 낮았던 것도 아니다. 2019년도 전공의 모집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하기 시작하더니 2021년도 모집에서는 정원 204명 중 78명(38.2%)만 충원됐다.소청과 전공의가 줄면서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응급실에서 소아 환자 진료를 제한하는 대학병원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소아 환자 진료에도 어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논란이 ‘의사 증원’과 ‘저수가 개선’ 논쟁으로 번졌다. 시민사회단체와 대한간호협회 등은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의료계는 필수의료 전공 의사가 적은 원인은 낮은 수가에 있다고 지적한다.하지만 현 상황에서 수가만 올리면 또 다른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땜질식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리셋(reset)’한 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두 군데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이번에 논란이 된 뇌혈관외과 전문의 부족 문제도 수가 인
최고의 테너에게 주어지는 찬사 ‘리리코 스핀토’(Lirico Spinto)를 받은 성악가 배재철 씨에게 2005년 9월은 악몽이었다. 서정적인 섬세함과 심장을 관통하듯 힘 있는 목소리로 최고의 찬사를 받던 그의 목소리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갑상선암’을 진단 받았다. 독일 자르브뤼켄 시립극장의 전속 가수로서 ‘돈 카를로’ 초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직후였다. 다행히 2006년 4월 수술대에 오른 그는 성대 복원 수술을 받고 천상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가 받은 수술이 바로 ‘갑상연골성형술’이다.갑상연골성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을 위한 1차 공공임상교수 채용이 정원의 10%도 채우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막판에 결정된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이 윤석열 정부에서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하지만 시범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 교육부 등은 ‘좌절은 있지만 실패는 없다’는 생각으로 절치부심, 2~3차 채용을 준비 중이다.예고했던 7월 시범사업 시작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8월 초로 예정된 2차 채용에서 더 나은 인센티브 제공 등 개선책을 마련해 9월 시범사업을 시작하
서울 지역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안내사항’이 공지됐다. 초등학생 이하 환자는 '소아내과' 진료가 불가하고, 진료 가능한 연령대여도 입원이 필요한 상태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소아 환자를 진료할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1년 7월경까지 이어졌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언제 또 응급실에서 소아 환자 진료를 중단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다른 대학병원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의료계에 따르면 일산백병원 응급실도 소아 환자를 받지
“사건의 본질은 우리나라 ‘빅5병원’에 있는 뇌혈관외과 교수가 기껏해야 2~3명이라는 점이다. 그 큰 서울아산병원도 뇌혈관외과 교수는 단 2명뿐이다.”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을 둘러싼 논란에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뇌혈관외과) 방재승 교수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신경외과 전문의 중에서도 두개골을 절개하는 개두술(Craniotomy)을 할 수 있는 뇌혈관외과 교수는 빅5병원에 속한 대형병원이라고 해도 2~3명 밖에 없다는 것이다.방 교수는 3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보도한 기사에 실명으로 장문의 댓
A의원 원장은 최근 B손해보험사로부터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공문을 받고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언어재활사가 하는 ‘언어치료’는 무면허의료행위이므로 비급여로도 진료비를 산정해서는 안된다는 게 요지다.B손해보험사는 A의원에서 ‘말하기지연(코드번호 R620)’ 등으로 언어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청구한 보험금을 문제로 삼았다. A의원이 ‘의료인 또는 의료보조인’이 아닌 언어재활사가 시행한 언어치료를 비급여 진료비로 산정해서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B손해보험사가 A의원에 반환하라고 요구한 보험금은 총 1,801만원
365일 24시간 의사들의 목소리를 듣는 곳이 있다. 지난해 출범해 1주년을 맞은 대한의사협회 회원권익위원회다.회원권익위는 '회원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이필수 회장의 공약에 따라 지난해 7월 발족했다. 회원콜센터를 회원권익센터로 개편하고 접수된 민원을 회원권익위에 소속된 의협 상임이사 13명이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안에 따라 의협 내 위원회, 시도지부와 협업하고 관계부처와도 적극 소통한다.발족 이래 지난 1년간 다빈도 민원(단순 민원) 총 1만8,879건과 심층민원 총 367건을 접수받아 처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뇌졸중과 뇌출혈 등 적정 시간 내 집중치료가 필요한 신경계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환자실 내 ‘신경중환자 전문의(Neurointensivist)’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허혈성 뇌졸중과 간질 발작, 신경계 감염 등 신경계 중환자지만, 중환자세부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는 신경과와 신경외과 전문의는 전국에 100명도 채 안 된다.또 대한뇌졸중학회 인증을 받은 재관류치료뇌졸중센터 중에도 중환자세부전문의 자격이 있는 신경외과나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는 비율은
서울아산병원 심지훈 조교수 등 5명이 1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제14회 LG화학 미래의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LG화학 미래의학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동익 차의과학대 총장)는 최근 78명이 지원한 제14회 LG화학 미래의학자상 공모에서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심지훈 조교수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이호규 조교수 ▲상계백병원 신경과 정승호 진료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혜현 임상강사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한지원 임상진료조교수 등 5명을 수상자로 결정했다.심사위원들은 우선 지원자들의 국내외 SCI급 학술지에 발표된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토요일이었지만 여느 때처럼 환자 곁을 지키느라 귀가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락조차 되지 않자 “너무 피곤하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날도 몸이 좋지 않지만 예정돼 있던 컨퍼런스에서 호흡기내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강의까지 마친 상태였다. 서둘러 병원을 가보니 그는 연구실에 쓰러져 있었다. 뇌출혈이었다.지난 2018년 6월 23일,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송주한 교수는 그렇게 쓰러져 응급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자신이 전담하던 중환자실이었다. 송 교수를 발견한 사람은 그의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