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6월 3일 오전 10시 59분경, 시속 200km 속력으로 달리던 고속 열차(ICE)가 독일 에스체데(Eschede)에서 교량과 충돌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01명이 사망하고 10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독일은 이 대형 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발생 후 약 4분경 첫 경보가 울렸고, 그 다음 16분 만에 응급 전화를 받은 의사가 약 20km 떨어진 셀로부터 도착한 것으로 기록됐다. 사고 직후부터 약 4시간 동안 인접 지역의 다른 구조 기관들이 461명의 구급차 직원들과 구급대원 등을 포함하여 총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주변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인적, 물적 교류의 물결이 거센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맞닿아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매우 위협적 요소로 다가오자 해당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악몽과도 같았던 메르스 때의 경험을 살려 나름대로 초기대응책을 세워 전력투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정부대로 전문가의 조언과 정무적 판단을 곁들여 하루 2회 정도 상황보고에 나서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현 정권이 너무나 잘 대응하고 있다는 칭찬 일색의 지지층
홍콩 공공의료조합인 ‘Hospital Authority Employees Alliance’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본토와 국경을 폐쇄하라는 대정부 요구를 했다. 그리고 이 요구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공공의료기관의 파업을 단행할 것을 선언했다. 이런 주장은 급속히 확산하는 신종 전염병의 확산력을 감안할 때 홍콩이 보유하고 있는 인력이나 격리시설, 방호복 등이 이를 감당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홍콩을 새로운 전염병으로부터 차단하고 방어하는 길은 중국과의 교통을 막는 조치가 시
2003년 2월 21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의사가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홍콩을 방문했다. 며칠 전부터 독감 비슷한 증상이 있던 그 의사는 홍콩의 호텔에서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아내와 함께 묵던 호텔 9층 911호뿐만 아니라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심한 기침을 해댔을 것이다.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2월 2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사업가가 괴질로 쓰러졌다. 곧이어 3월 1일에는 싱가포르에서 한 항공기 승무원이 사망했고, 사흘 뒤에는 캐나다 토론토의 78세 할머니가 사망했다. 그 의사와 같은 호텔 9층에 묵었던 투숙객 9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은 보건복지부가 경증의 대표적인 병으로 수시로 언급하는 만성질환이다. 이에 따라 당뇨병은 일차의료기관에서 주로 관리되어야 하고, 환자가 2차병원이나 상급종합 병원에서 관리를 받으면 약제비에 대한 불이익을 받는다. 그러나 경증이라는 당뇨병이 연말정산 때만 되면 세법상 장애인으로 바뀌어서 장애인 증명서를 요구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요구가 늘어난다.왜 복지부에서는 경증인 당뇨병이, 국세청에서는 세법상 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을까?(참고로 필자는 세법상 장애인 제도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국세청 소득세법 기본통
일제강점기인 1915년 ‘전염병예방령’이 제정되었다. 당시의 위생수준에서 우선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콜레라·홍역·장티푸스·페라티푸스·두창·발진티푸스·성홍열·디프테리아 및 페스트를 전염병으로 정의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감염병 관리를 조선총독부 경무부에서 담당하였고, 당시의 감염병 관리는 상하수도 개선과 같은 시설개선보다 강제격리와 같은 경찰 단속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 예방령에서는 전염병 환자를 진단하거나 사체를 검안한 의사는 즉시 경찰관리·헌병 또는 검역위원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위반하면 100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
몇 년 전부터였던 것 같다. 일을 마치고 나면 오른쪽 종아리와 발이 터질 것처럼 팽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래 서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양말자국이 더욱 분명하게 나기 시작했고 푸릇푸릇한 정맥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왔다. 최근에는 오른쪽 다리에 유독 자주 쥐가 나고, 밤에 자다가도 쥐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이는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의사인 필자에겐 너무나 익숙한(?) 증상이기에 씁쓸한 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인터벤션은 수술 보다 간편한 방법으로, 피부절개를 거의 하지 않고 혈관 환자를 치료하는 분야다. 최근에는 대
대한민국은 산업혁명에 250년이나 지각했지만, 전쟁의 아픈 폐허에서 시작해 짧은 기간동안 정신없이 발전해왔다. 이런 우리 앞에는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도전이 있다. 특히, 최근 초연결사회를 화두로 인공지능, 바이오혁명, 공유경제, 자율주행차, 3D 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은 이런 지각을 만회할 수 있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매킨지 보고서(2019)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2025년까지 14조∼33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생산성 향상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가 지난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개최됐다. 36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사회와의 교감을 이루며 속칭 ‘배운 직업; learned profession’으로서 의사가 갖는 평생학습자 본연의 모습을 동시에 담아내기 위해 ‘의학과 문화의 만남’을 주제로 마련됐다. 의사는 오로지 학문연구만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는다. 그러나 직업의 속성상 장기간 수학기관과 보수교육이 필수적인 직종으로 ‘종신학습(life long learning)’이 요구되는 특화된 전문 분야이다. 그리고 환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매년 11월 14일은 유엔이 정한 당뇨병의 날이다. 이 날은 당뇨병치료에 한 획을 그은 인슐린을 사용할 수 있게 한 반팅 교수의 생일날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당뇨병이 급격하게 늘고 있음은 이제 국민 대다수의 상식일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지만, 늘어나는 환자수 만큼 당뇨병 합병증을 가진 사람들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대한당뇨병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당뇨병 유병률은 30세 이상에서 14.4%, 65세 이상에서는 29.8%이지만, 당뇨병 조절 목표에 도달한 환자비율은 당화혈색소 6.5% 이하인 사람을 기준으로
몇 해 전 여행 삼아 거문도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 섬은 약 100여 년 전 쯤 우리나라가 암울했던 시기 약 1년여 동안 영국해군이 주둔한 상태에서 잠시 영국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았던 섬으로 흐릿한 기억들이 흘러 다녔다. 이제 많은 세월이 지나 영국 해군의 주둔 사실 조차 제대로 기억 할 수 있는 세대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그러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주민들은 영국 해군의 주둔을 내심 반겼다고 한다. 해군 수병을 위한 테니스장 건설도 아마 우리나라 최초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평소 내륙 사람들은 물론
지난 주말 당뇨병학회의 국제학술대회가 있었다. 주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내분비내과 의사들이 모이는 학술대회다. 가장 여운이 남는 것은 대학병원에 내분비내과 의사들이 떠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점점 환자는 많아지는데 그만 두는 의사가 많아서 여기저기 의사 구해달라고 한다. 지방 얘기이긴 하지만 수도권도 멀지 않았다. 큰 병원이 대부분 사립 병원이기도 하지만, 의사/교수들의 생존은 진료실적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상급종합병원 내분비내과는 더 큰 생존의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외래 진료환자 경증 비율을 4.5%로 줄이라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장례식장에 가보면 90대 임종은 이제 흔하고, 80대에 돌아가신 분은 “본전을 했다”고 위로하고, 70대에 돌아가시면 “젊어서 돌아가셨다”고 애석해한다.정부는 점차 심화되는 고령사회 대책으로 일본식 커뮤니티케어를 내놓고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일본보다 먼저 고령화에 진입한 유럽의 부유한 나라들은 80년대 이후 서서히 나라마다 각각의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고 있었고 2000년 이후는 본격적인 정책 시행단계로 진입했다. 나라마다 대처하는 방식이 달라도 결국 고령화에 따른 공통된 사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 한편으로 세상이 시끄럽다.돌이켜 보면 의대교수로 25년 간 많은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서 내 연구실에 찾았다. 지금 생각해도 이들은 기특하기 그지없다. 이 중 몇몇 학생은 미국유학추천서를 부탁해 그들의 연구참여 내용을 써주기도 했다. 이후 이 학생들이 (해당 미국 학교) 면접 시 연구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을 해 답변하느라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의 대학교 연구실 참여에 대한 검증은 이러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우리나라에선 포장에만 너무 급급한 모습이다. 즉 (조국 딸 관련
의사수 부족으로 의료공백 문제가 제기되며 1979년 공중보건의사제도가 도입됐다. 그 이후 공중보건의사는 의료취약지에서 예방접종이나 단순 진료 등의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의사수 증가, 정보망 및 교통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의료취약지는 현격히 감소했다. 더불어 전문의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공중보건의사 다수는 갓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일반의다. 지역사회 민간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수준의 진료 업무를 보건지소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또 하나의 이유다. 급속도로 변모하는 환경에서 이제는 공중보건의사의 역할
지난 4월에 16년 만에 개최된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학술대회에서 다뤄진 큰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전공의교육’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전공의 교육 분야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의 교육평가 인증에 관한 내용과 선진화된 전공의 교육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제도를 본 받아 전공의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규정하는 전공의 법을 만들어 각 수련병원들에 대해 규정 준수를 엄중히 요구하고 있다.한국의 혹독한 전공의 과정 인권 유린 사례, 세계 의학계 도마 위에 올라 반면 유럽
얼마 전 체내에 단백질이 쌓이지 못하고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근육이 약화되는 뒤센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을 수발하던 부부가 20년 만에 노래방을 갔지만 10분 만에 나왔다는 가슴 아픈 기사를 본 적이 있다.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가 많은 발전을 해오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사회 돌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55년부터 63년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가 노인이 되어 초고령사회가 되는 2026년에는 이러한 돌봄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적인 대비가 필
보건의료산업 중에서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가 의료기기산업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질병의 치료 예방을 넘어 삶의 질을 아우르는 대비책이자 불가역적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기에 최근 집중적으로 입법, 정책,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기산업 육성으로 얻게 되는 가치는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보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4차산업 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중요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세계 의료시장 역시 거대한 흐름을 만들면서 성장하고 있다.지난 4월 국회는 의료기기 관련 법안 2개를 한꺼번에 통과시켰다. ‘의료기기산업
2019년도 어느덧 절반이 지나갔다. 정부에서 작년 말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노인 커뮤니티케어 기본 계획)을 발표한 이후,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발표됐다.지자체별로 특색있는 커뮤니티케어 모형을 만드는 선도사업들이 선정됐고, 지난 5월 31일 발표된 집중형 건강관리 모형 실증사업 계획이 선도사업 지역에 적용될 예정이다. 노인은 다양한 보건의료 문제에 노출된다.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 문제 외에도 이미 노인의 90% 이상이 하나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질환을
지난 4월 우리나라 의학교육계는 16년 만에 재개된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학술대회를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번 서울 국제 학술대회는 그야말로 오랜 공백을 깨고 내용면에서도 알차고 짜임새 있는 대회였다는 호평과 함께, 우리나라 의학교육계의 잠재력을 마음껏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고 WFME 집행진은 물론 대회 관계자들 역시 한 결 같이 입을 모았다. 대회에 임하면서 학술대회의 성공과 더불어 우리나라 의학교육이 한층 더 도약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가 하나였다. 이제 의학교육에도 국제화에 대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