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우리 파트 1년차 선생님이 내과 수련을 포기했다. 평소 근면성실하고 열심이던 분이었는데, 내과 의사로서 맞닥뜨리는 중환자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방법을 찾아야 했다.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첫 주는 행정적으로 휴가 처리를 한 채 다들 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나도 안타까운 마음이 컸지만, 따로 연락해서 부담을 더하고 싶진 않았다. 파트 시니어로서 할 일은, 그가 돌보던 환자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그저 묵묵히 공백을 메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렇게
“관점으로 인해 생각이 달라진다.”한 TV 강연에서 나온 말이다. 같은 주제를 바라보더라도 관점이 바뀌면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정부 규제당국과 의료기기 산업계가 바로 이런 관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의 건강과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으나, 그 목표로 향하는 과정과 관점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능력과 장점이 있기에 상호 이해도를 높이고 두터운 협력관계를 유지한다면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식약처와 산업계 양쪽을 모두 경험했다.
지난달 29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다. 의원급 의료기관 종사자 접종이 전체 종사자로 확대됐다는 안내 문자에 따라 접종 일자와 접종받을 의료기관을 선택해 입력하니 질병관리청에서 1차 예약 확인 안내 문자를 받았다. 접종 전날 ‘1차 접종 1일전 안내 문자’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았고, 접종 예약일 의원에 방문해 예진표를 작성하고 바로 접종할 수 있었다. 접종 후 관찰실에 앉아서 이상 여부를 관찰한 후 이상 소견이 없어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의원 문을 나섰다. 그리고 바로 질병관리청으로부터 1차 접종등록 증명 및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에겐 환자 치료 외에도 다양한 역할이 주어진다. 여기에는 후배를 양성하는 교육자, 과학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로서의 역할 등이 포함된다. 처음 의사로서 근무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연구‧실험 결과나 임상 환자의 데이터를 모아 인용 점수가 높은 논문에 그 결과를 출간하는 일이 연구의 핵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를 통해 민간 또는 정부에서 출자하는 연구과제에 지원해 연구비를 수주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의사 과학자로서 대접(?) 받을 수 있었다.그렇지만 최근 실용화와 사업화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
최근 간세포암 치료에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추가되었다. 간세포암 분야의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새로운 치료법의 등장에 현장 의료진과 환자들의 기대감이 높다.전문의 입장에서는 치료제 옵션이 늘었다는 것은 당연히 반가운 일이다. 더불어 다양한 약제 가운데 환자에게 적합한 약제 선택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임상에서 환자를 고려해 약제를 처방하면 “이번에 새로운 치료제가 허가되었다고 하는데 왜 나에게는 출시된 지 오래된 약을 처방하는가” 하며 신약 처방을 원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런 의구심을 가진 환자들이 적잖은 만큼, 의사 입장에선
41대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선출되어 오는 5월 1일부터 3년간 의협 회무를 총괄하게 된 이필수 당선인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과거 어느 선거보다 큰 관심을 받았고 결선투표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여 치러지는 첫 선거였기 때문에 그 과정이 언론에도 많이 회자되었습니다.사실 현재 의협과 회장에 대해 의료계 안팎으로 너무 비판이 많이 나오던 상황에서 진행된 선거였고, 최종 결과를 놓고 안도감을 갖게 됩니다. 의협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표현되었다고 봅니다. '13만 회원'이라고는 하지만 활동의사를 기준으로
전국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가득 모여 올바른 의료에 대한 염원 하나로 “Do no harm, Do right”을 외쳤던 여의대로는, 어느덧 쌀쌀한 겨울을 지나 벚꽃 내리는 봄을 맞이하였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전공의들의 눈에 비친 의료계 현실은 당장이라도 얼어붙을 것 마냥 차갑고 아리기만 합니다.진료 현장은 여전히 전쟁터와 같고, 힘없는 의사들은 또다시 여기저기 치이며 손가락질 받기 일쑤입니다. 필수과 지원율은 반 토막이 났고, 어깨가 축 늘어진 후배들은 꿈꾸던 미래를 포기합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저 매일같이
2017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지털헬스 등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새로운 규제시스템이 포함된 디지털헬스혁신계획(Digital Health Innovation Action Plan)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해 12월 FDA에 디지털헬스케어팀이 신설됐다.2017년 11월,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2019년 4월에는 ‘의료기기 산업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20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심사부에 디지털헬스기기TF팀이 발족했다. 이는 디지털헬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전 세계가 위기 상황이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감염병 및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공공병원은 전체 병원 수의 5.5%로 코로나19 입원환자의 80% 수준을 진료했다. 지난해 6월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코로나19 전·후 의료서비스를 공적 자원으로 인식하는 국민 비율이 22.2%에서 67.4%로 일반국민의 공공의료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또 국민들은 보건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역간 의
우리나라의 국제협력 의제 우선순위에서 국제보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서 한국의 우수한 대응 능력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국제보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마련된 까닭이다.우리나라는 건강을 인권의 한 요소이자 사회경제 발전의 필수 요소로 다각적 측면에서 강조해왔고, 특히 건강권 수호를 위해 글로벌 공공재에 전 인류가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있어서 국제보건에 기여도가 높은 기술 혁신을 촉진
2019년 말 나타난 사상 초유의 SARS–COV-2(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유행병(pandemic)이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 1년이 넘었다. 최근까지 지구상에서 1억 명이 넘는 인구가 확진을 받았다고 한다.각국의 정치 경제적 후원 하에 치료를 위한 의료진의 노력과 극복을 위한 과학자들의 밤낮 없는 연구결과로 다행히 백신이 개발돼 이제 접종이 시작됐다. 사실 백신과 관계없이 생각해도 외부 감염원에 의한 인간 질병에 대한 이해와 극복을 위해서는 우리 몸에서의 반응이 어떻게, 왜 일어나는지 알
우리 의료기기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비록 수십 년이 뒤진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신기술이 출현하는 국면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는 역량을 보여주며 꾸준히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 신기술 개발은 정부의 R&D 정책 주도로 활발하게 이뤄져 왔고, 상대적으로 민간투자는 미미했지만 현재 태동 단계에는 진입했다고 판단된다. 민간투자 비중 확대는 중요한 숙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의료기기 규제완화 요구가 드셀 것이고, 이는 특히 R&D 부분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신기술 의료기기와 신약 개발을 위한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난해 말부터 영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 이상에서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지난달 28일 구체적인 백신 접종순서와 방법이 발표됐다. 간략히 그 내용을 보면 2월부터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과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입원(입소)자와 종사자를 시작으로 중증환자의 이용이 많은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등)의 보건 의료인과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119 구급대, 검역관, 역학조사관 등)을 접종하고, 2분기에는 65세 이상 국민들과 노인재가복지시설,
지난 30일 보도된 부천 모 요양병원의 기사를 읽는 내내 끓어오르는 분노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 선두에 선 12만 의사들에게 한없는 감사의 마음이 교차하였다.이 기사는 요양병원에서 60여명이 확진 판결을 받은 12월 11일 이후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조치가 이뤄졌는데, 그 후 입원 환자와 의료진 199명 전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이 중 40여명은 사망하였다는 내용이었다.코호트 격리는 장점이 있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들이 많고 중환자 치료 시설이 없는 공간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을 무조건 격
겨울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대유행으로 인해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병상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2월 23일 기준 위‧중증 환자는 284명인데 입실이 가능한 병상수는 서울의 경우 8개 밖에 안 되고 전국적으로도 42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병상이 없어 기다리다 숨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8일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허가 병상 수의 1%를 중증 환자 전담 치료 병상(음압 병상)으로 확보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연말까지 328개 병상을 확보한
2000년 만성B형간염으로 처음 약을 먹을 때 만난 의사는 젊지 않은 교수님이었다. 당시는 전자의무기록이 막 도입되어 종이에 쓰던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해야 했다. 연세 있는 교수님으로서는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온 정신을 집중해 마우스를 클릭해야 했기 때문인지 눈을 마주친 기억이 거의 없다. 당시는 초음파기기가 대중화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배를 눌러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간질환 환자를 진료하면서 배를 눌러보는 일은 매우 드물다. 물론 질환에 따라서는 지금도 환자를 보고, 만지고, 누르고, 두드리고, 소리를 듣는 것이 기계를 통해
지난 여름 의사들은 모처럼 하나로 뭉쳐 올바른 의료제도, 의료백년대계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 전공의들이 앞장서고 학생들도 뒤따랐으며 교수들조차 하나가 되었다.비록 개원의들은 기대에 못 미쳤다고는 하나, 지난 의약분업 투쟁 이후 다시는 투쟁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을 뒤로 하고 여의도에 모여 마스크를 쓴 채 다함께 투쟁을 외쳤다. 그리고 투쟁을 뒤로 하고 안타깝게도 학생들만이 홀로 남겨두고 왔다. 우리는 직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이 나라 의료백년대계를 위한 투쟁이었기에 학생들의 문제 역시 곧 해결되리라 믿는다.그러나 우리 모두는 이미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전남지역 의과대학 신설에 대해 “의과대학 설립은 원점이 된 게 아니다. 정부 방침이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발언한 언론보도가 있었다. 정 총리의 이러한 입장은 명백히 의정합의에 어긋난다. 지난 2일, 공공의대 설계비 11억8,500만원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의정합의 위반이다. 관련 법안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설계 예산부터 통과한 건 정부가 공공 의대 신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의사 총파업에 다급해진 정부와 여당이 우선 발등의 불을 끄려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어제 오늘의 일이었나 싶다.코로나19를 인지하기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계산하면 얼추 1년이 곧 도래하고, 본격적인 사태를 따져봐도 10개월 정도가 지났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사태가 심각해졌던 3, 4월에만 해도 미처 준비가 안된 정부의 다급한 요청에 사립대학병원들은 당연히 조건(?)없이 협조를 했다.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던 그 와중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겨울에 다시 한번 거대한 코로나 파동이 요동칠 것이라고 숱하게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정부 당국자들도 누누이 강조하던 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지난 9월 29일 ‘투 스트라이크 아웃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면허 취소 후 재교부 받은 의료인이 면허정지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2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면허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권 의원은 지난 6일 일명 ‘친절한 의사법’(의료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의사가 질병을 진단한 경우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진단명, 질병 예후, 치료방법 및 주의사항을 구두로 설명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