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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의 이건용 교수가 어느 젊은 음악평론가의 책에다 '추천의 말'로 쓴 글 중의 일부이다. 이 교수는 음악가를 비판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평론가라고 하더라도 음악가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 않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 게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이 의료계의 현재 상황에 비추어도 놀랍도록 딱 들어맞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7만 의사 중에서 의사의 진료권이나 교과서적 진료나 의료보험수가 적정화나 의약분업의 참뜻을 지키는 일 따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의권쟁취투쟁위원회라는 명칭을 처음 들었을 때, 더 이상 쟁취할 의권이 없다거나 투쟁이라는 표현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7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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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2000.08.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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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프랑스어에서 ‘bureau’는 18세기 프랑스 왕실에서 책상을 덮는 데 사용되던 고급 천을 의미한다. 그런 고급 천이 덮인 책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관료(bureaucrat)들이고, 그 관료들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제도가 관료제(bureaucracy)다. 미국 연방정부는 4천8백 개에 이르는 자문위원회를 거느리고 있고, 연방정부 관리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의 면적은 미국 10대 도시에 있는 전체 사무실 면적의 4배나 된다고 한다. 또한, 프랑스의 한 공무원의 책상에는 “새로운 일은 절대 하지 말라” 라는 표어가 놓여 있다고 한다. 미국의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은 ‘극도의 조심, 절차의 정규성에 대한 집착, 결단의 회피’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관료제적 사고’가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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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2000.07.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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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의료 과실을 둘러싼 미국 내의 논란-최근 미국의 한 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 IOM)가 발표한 의료 과실에 관한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이 연구소의 발표 내용 중에 “예방할 수 있었던 부작용이 가장 높은 사망원인이다”, “최소 44,000에서 98,000명에 이르는 미국인이 해마다 의료 과실의 결과로 사망하고 있다”는 등의 충격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통계는 자동차 충돌로 인한 사망자 숫자와 나란히 놓임으로써 강조되고 있는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예방할 수 있는 부작용”을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그로 인한 사망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게 한다. 이 논문에 대한 반론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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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2000.07.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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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도모지 라는 말이 있다. 귀여운 어감과는 달리 사람을 죽이는 방법의 하나다. 구한말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 때도 이용되었다고 하는 이 방법은, 원래 집안을 더럽힌 망나니를 문중 차원에서 처벌하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가문에도 사법권이 있어서 문중 어른들의 결정에 의해 형벌을 가할 수 있었고, 관에서도 이를 묵과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한다. 도모지는 소위 가문형 중에서 가장 극형에 해당하는 것이다. 조상을 모시는 사당 앞에서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자를 집안 장정들을 시켜 기둥에 묶는다. 그리고는 물에 적신 창호지를 한 겹씩 얼굴에 발라 나가면 서서히 숨을 못 쉬게 된 죄인 이 결국 질식해서 죽게 된다. 종이를 얼굴에 발라 죽인다고 해서 도모지라고 불리는데, 식물이 시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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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2000.04.26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