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연 교수, ESMO Asia 2022서 TOPAZ-1 연구 추가분석 발표
"임핀지+GemCis 병용, 전체생존율 20% 개선…독성 프로프일 훌륭"
10년 전 '키트루다' 1상서 가능성 엿본 후, 과감히 담도암 도전 결실

[싱가포르=김윤미 기자]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함께 썼을 때 면역 활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차이는 그 가설이 실제 암환자에게 치료효과로 나타나는지 실행해보는데서 갈린다. TOPAZ-1 임상시험은 담도암 치료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한 최초의 연구이자, 담도암 분야에서 면역치료의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2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학술대회(이하 ESMO Asia 2022)에서 만난 오도연 교수(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는 TOPAZ-1 연구의 개발 히스토리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오도연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오도연 교수

TOPAZ-1 연구는 진행성 혹은 전이성 담도암 1차 치료에 항 PD-1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와 '젬시타빈/시스플라틴(이하 'GemCis')' 병용요법을 GemCis 단독요법과 비교 평가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다.

오도연 교수가 주도한 해당 연구는 담도암 1차 치료에 12년 만에 생존 개선을 이끌어내며 '임핀지 + GemCis' 병용요법이 글로벌 표준요법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 교수가 담도암에서 면역치료의 가능성을 엿본 것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단독요법을 평가한 1상 임상시험(KEYNOTE-028)에서 오 교수가 등록한 환자들이 연달아 부분반응(PR)을 보인 것이다.

오 교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느낌이 왔다. 담도암에서 면역요법이 뭔가가 있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면역요법의 연구 트랜드는 화학요법과 병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세포독성항암제를 쓰면 면역원성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데, 여기에 면역항암제를 같이 쓰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가설 하에 폐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병용연구가 시작됐다.

오 교수는 "누구나 이 같은 가설을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담도암에서 그 누구도 이 가설이 사실인지 확인한 바 없었다"라며 "당시 서울대병원과 항암연구 협약을 맺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에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환자 규모가 적은 담도암에 대한 개발 니즈(needs)가 적으니, 약을 지원해주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대신 시험해 보겠다는 것이다.

약 34명으로 시작한 2상 임상시험은 3개 코호트로 확장되며 총 128명의 환자가 등록했다. 오 교수는 치료 전후 환자의 면역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기 위해 3개 코호트 모두에서 3번의 조직생검을 시행했다.

치료 전과 치료(▲GemCis ▲GemCis + 더발루맙 ▲GemCis + 더발루맙 + 트레멜리무맙) 1 사이클 후, 그리고 질병 진행(PD) 시 조직생검을 통해 암세포의 미세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본 것이다.

조직을 얻기 어려운 담도암에서 오 교수가 보여준 연구 역량과 독성 관리 능력은 제약사를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2상 임상시험에서 면역항암제와 GemCis 병용요법이 보여준 개선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를 바탕으로 허가를 위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해당 TOPAZ-1 연구 역시 오 교수가 책임연구자로서 주도하게 됐다.

오 교수는 "TOPAZ-1 연구는 참여 환자 수가 685명으로, 참여 환자 수가 적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비가 0.76이 나왔는데, 이는 전체생존을 20% 이상 개선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전체생존기간을 1~2개월 개선한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면역항암제는 생존기간에 대한 수치를 보기보단 위험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봐야 한다"라며 "무엇보다도 임핀지 + GemCis 병용요법은 독성 프로파일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임핀지 + GemCis 병용요법이 표준요법으로서 글로벌 환경에서 공공연히 쓰이기 위해서는 독성 프로파일이 무척 중요한데, 임핀지를 추가해도 독성 프로파일이 기존 GemCis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2일 ESMO Asia 2022에서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조양내과 오도연 교수가 TOPAZ-1 연구 참여 환자의 유전자 변이별 추가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일 ESMO Asia 2022에서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조양내과 오도연 교수가 TOPAZ-1 연구 참여 환자의 유전자 변이별 추가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오 교수는 이번 ESMO Asia 2022에서 발표한 TOPAZ-1 연구의 추가 분석 결과를 설명하며, 임핀지 + GemCis 병용 가치를 강조했다.

TOPAZ-1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64%인 441명은 조직생검을 통해 NGS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는데,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따른 OS 위험비를 통해 임핀지 + GemCis 병용요법의 일관된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오 교수는 "같은 암종이라도 환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암세포의 성질은 다 다르다"라며 "그간 연구들을 통해 담도암에서 의미 있는 유전적 변이는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이번 분석에서는 유전자 변이 여부에 따라 임핀지 + GemCis 병용요법의 효과가 달라지는지에 대해 알아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IDH1, ERBB2 증폭, FGFR2 재배열 등 담도암에 의미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임핀지 + GemCis 병용요법은 효과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라며 "큰 틀에서 임핀지 + GemCis 병용요법군은 유전자 변이에 관계 없이 대조군 대비 반응률, 무진행생존, 전체생존 등에서 개선된 효과를 보여 표준치료가 될 수 있겠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무엇보다도 TOPAZ-1 연구는 '담도암에서 면역치료가 효과가 있구나'를 최초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담도암 분야에 면역요법의 장이 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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