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MC 신찬수 이사장 "의대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한 적 있나"
왕규창 한림원장도 “의사 되고 싶은 사람 많아서 추진하는 것 아닌가”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 "법적인 장치로 임상진출 예방하겠다"

기존 의과대학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도록 지원하지 않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과 포항공과대학(POSTECH, 포스텍)의 연구중심 의대 설립을 논의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카이스트와 포스텍의 의대 설립이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같은 지적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정춘숙 의원과 카이스트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한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국가 전략 국회 대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의사과학자 양성 현황’을 주제로 발제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신찬수 이사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범부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며 ▲교육부는 학제 개편과 인력 양성 ▲보건복지부는 중개와 임상연구 지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연구 지원 ▲국방부는 병역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신 이사장은 기존 의대를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시도해보지도 않고 신설 의대를 통해 추진하는 것에는 부정적이었다.

신 이사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추진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존 의대를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을 시도했고 그 시도가 실패한 적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과거 의대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할 때 일시석으로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이 있었지만 없어졌고 그 후 보건복지부 주관 사업도 일몰돼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지난 2019년부터 융합형 이사과학자 양성사업, 학부생 지원사업 등이 시작돼 2~3년 지나고 있지만 엄밀히 이야기 하면 기존 의대를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은 시도된 적이 없었고 실패한 적도 없다. 더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이사장은 정부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기존 의대들이 스스로 학제 개편을 통해 기초전공의 등의 제도를 도입해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연구중심병원과 유사한 연구중심의대 등 기존 의대 중심 의사과학자 양성 ▲의사과학자로 진로를 결정한 개인에 대한 지원 ▲과학특성화대학과 의대의 컨소시엄을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 등을 제안했다.

신 이사장은 “(카이스트와 포스텍 등의 의대 설립은) 의사공학자 양성을 위한 것인데 혁신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는 다른 것”이라며 “이미 국회에 의대 설립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에서 카이스트와 포스텍이 의대를 설립하려면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왕규창 원장 역시 카이스트와 포스텍의 의대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왕 원장은 “(카이스트와 포스텍 의대 설립에) 이견이 많다.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은 이미 포화상태다. 학생을 연구개발인력으로 키우는 것은 의대 졸업 후 대학원에서 다루는 것이 맞다”며 “(카이스트와 포스텍 등에서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임상 진출을 제한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굳이 의대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왕 원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대와 의전원 신설 논의가 (연구개발 등을 할 수 있는) 의사를 더 빨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 아닌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있다”며 “스스로 수요를 창출하는 의사 배출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의 이같은 반대 의견을 의식한 듯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은 카이스트의 신설 의대를 통해 배출된 의사들이 임상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카이스트와 포스텍은 의사과학자 양성과 연구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인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의과학연구원까지 설립해 양성된 인력이 계속 연구하는 인프라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총장은 “카이스트와 포스텍은 신설 의대에 전공의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카이스트와 포스텍 의대 출신 의사들은) 전문의가 될 수 없다”며 “때문에 임상으로 가기 어렵고 더해 법적인 장치로 (임상 진출을) 예방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카이스트와 포스텍의 의대 설립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과기부 이창윤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은) 과기부나 복지부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향후 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대, 병원 등이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연구) 현장에서도 병원 등과 협의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많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은 개방형 혁신이다. 이런 부분이 덜 이야기되고 의사과학자 양성만 요구하는 것 아닌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정책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자만 연구중심병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실용화 된 치료기술 등의 개발은 임상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순수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이야기 하지만 임상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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