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환자가 주체인 법 필요"
"교육사업 등 환자단체 지원활동은 왜 지원하지 않나"

‘환자중심의료’가 강조되고 있지만 의료 현장은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한다. 환자들은 여전히 의료현장에서 소외돼 있다고도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환자기본법'(가칭)을 제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016년 7월부터 시행된 '환자안전법'이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면 환자단체연합회가 제안한 환자기본법은 환자 권익 증진과 환자 중심 보건의료 환경 조성이 목적이다.

환자단체연합은 지난 10월 6일 토론회에서 공개한 환자기본법에는 ▲환자, 환자단체, 환자지원단체의 정의 ▲환자의 권리와 의무 ▲환자정책 기본계획 수립 ▲환자 실태조사 ▲환자정책 연구사업 ▲환자정책위원회 설치 ▲환자단체의 업무 ▲환자단체의 등록(등록환자단체) ▲환자통합지원센터(환자투병지원센터) 설립 ▲환자의 투병과 권익 증진을 위한 시책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를 두고 '환자'가 아닌 '환자단체'를 위한 법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충분히 예상했던 비판이라고 했다. '보조금 지급'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삭제해도 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환자기본법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자단체'가 아닌 '환자'를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를 만나 환자기본법을 추진하는 이유와 환자단체가 제안하는 환자기본법에 대한 의문에 대해 물어봤다(사진제공: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를 만나 환자기본법을 추진하는 이유와 전문가들이 갖고 있던 우려에 대해 물어봤다(사진제공: 한국환자단체연합회).

- 환자기본법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현행 연명의료결정법, 환자안전법, 의료법 등에서 환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법안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따졌을 때 환자는 객체에 불과하다. 그나마 환자안전법 18개 조항 중 8개에 환자의 참여 내용이 포함됐지만 주체성이 부족하며, 환자안전위원회도 의료계 인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환자기본법은 환자가 주체다. 그래서 치료 대신 ‘투병’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치료는 환자를 대상화하고 객체로 여기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환자가 투병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환자가 스스로 권익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안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

- 환자기본법에 환자단체 정의 조항을 명시한 이유는.

환자 정책과 관련된 거버넌스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선 환자단체의 근거 조항이 필요하다. 현재 환자단체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소비자기본법에 기반한 비영리민간단체와 소비자단체로 법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환자단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환자기본법이 제정되면 환자단체는 환자기본법에 근거한 단체로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다. 법적 근거가 없어 환자 목소리가 반영돼야 할 일부 위원회에 환자단체가 참여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 환자단체, 환자지원단체, 등록환자단체로 구분했다. 차이가 무엇인가.

환자단체는 ‘환자의 투병과 권익 증진을 지원하기 위해 환자가 조직한 단체’를 의미한다. 등록환자단체는 환자단체이면서 환자의 투병과 권익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고 설비와 인력을 갖춘 단체다. 환자단체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보건복지부에 등록이 가능하며, 정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국가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 등록환자단체의 경우 소비자기본법을 비롯한 대부분의 법에 단체 등록 조항이 있다는 점을 참고했다. 반면 환자지원단체는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환자가 아닌 보건의료인, 의약품·치료재료·의료기기 공급자 등이 조직한 단체다.

환자단체·등록환자단체와 환자지원단체를 구분한 이유는 환자가 아닌 이해관계자들이 환자단체를 만들어 정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비용 보조 조항을 통해 환자의 투병과 권익 증진과 관련된 활동 비용 일부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혜택 조항도 마련했기 때문에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 결국 환자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법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환자기본법 초안을 만들면서 우려했던 점이 일부 환자단체만을 위한 법이라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모든 법에는 대상자를 지원하는 조항이 있으며, 의료법에도 규제 조항과 더불어 지원 조항도 있다. 정부는 환자안전전담인력을 배치한 의료기관에 재정을 투입해 수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환자단체가 진행하는 환자 교육 등 환자지원활동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게 이상하다. 의료기관 안과 밖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이 환자의 투병을 지원하고 있다.

등록환자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등록환자단체만을 중심으로 환자 권익 활동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 환자단체보다 좀 더 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미이며, 재정 투입에 대한 형평성·투명성 문제를 고려해 기준을 제안했다.

- 환자기본법을 통해 환자투병지원센터 설치·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사회에는 노인, 여성, 장애인에 특화된 복지관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각각 필요한 지원과 혜택이 다르기 때문이다. 환자의 투병에 특화된 기관도 필요하다. 환자들은 의료기관에서 투병에 관한 도움을 받지 못해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얻고 있다. 일부 지역에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가 있지만 병원 안에 위치해 다른 병원 환자들의 접근성도 떨어지며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때문에 환자가 질병에 걸렸을 때부터 완치 이후 사회복귀까지의 투병 과정을 온전히 지원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환자투병지원센터가 있다면 환자들이 의료기관 선택이나 환우회 연계, 필요한 복지 서비스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환자정책 연구도 수행할 수 있다.

- 환자기본법 초안을 공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보완해 두 가지 안을 새로 마련했다. 첫 번째는 보건복지부에 환자정책에 대한 정책관을 설치한다는 조항이다. 현재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를 비롯해 질병정책과와 혈액장기과에서도 환자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데, 환자기본법에 의한 정책관을 설치하면 해당과에서 환자 관련 업무를 이관하면 된다.

두 번째는 환자 정책을 추진할 때 환자영향평가를 실시해 환자 권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 부서에서 실태조사나 연구 보고서 작성 등을 통해 조사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환자기본법이 환자 정책에 실제로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실효성을 확보하려고 했다.

- 환자기본법 제정을 통해 환자의 투병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으면 하는가.

의사들이 의료법을 근거로 권리를 주장하는데, 환자들도 환자기본법을 근거로 사회에 복귀할 권리, 정보공개 요구 등 다양한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또한 환자 권리에 합당한 정책을 추진하라고 정부에 요구할 수도 있다. 환자단체가 빠져있는 거버넌스에 환자단체를 포함해 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환자단체가 자조모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공익적 활동에는 재정 지원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활성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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