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의사 인력 부족 실태조사 결과 발표
대리 처방 75%, 동의서 대리 서명 69%, 대리 시술 62%
"의대 정원 확대 등 전향적인 의사 인력 확충 대책 필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30일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2일까지 보건의료노조 산하 9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사 인력 부족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30일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2일까지 보건의료노조 산하 9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사 인력 부족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의료 현장에서 대리 처방, 대리 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자체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산하 99개 병원노조(지부)를 통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을 통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30일 서울 당산동 노조 생명홀에서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2일까지 9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사 인력 부족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99개 의료기관은 보건의료노조 지부가 있는 곳으로 조사도 지부를 통해 진행됐다. 

참여 병원으로는 지역별로 ▲서울 20개 ▲경기 15개 ▲인천·부천 7개 ▲강원 8개 ▲충북 3개 ▲대전·충남 10개 ▲전북 7개 ▲광주·전남 10개 ▲대구·경북 5개 ▲울산·경남 9개 ▲부산 5개 등이었다. 의료기관 특성별로는 사립대병원 29개, 국립대병원 10개, 특수목적공공병원 22개, 지방의료원 20개, 민간중소병원 18개였다.

조사 결과,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 ▲민간중소병원 ▲지방의료원 순으로 의사 인력이 정원보다 부족했다. A국립대병원은 정원보다 전문의 59명, 전공의 44명, 인턴 3명 등 106명이 부족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의사가 부족하거나 의사를 구하지 못해 실제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전문과에 대해 묻자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비뇨기의학과 ▲일반외과 ▲ 정형외과 ▲일반내과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안과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심장혈관내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영상의학과 ▲신장내과 순으로 그 응답률이 높았다. 

진료보조인력(PA)의 경우 9개 국립대병원에 총 671명이, 27개 사립대병원에 총 2,107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PA 200명이 근무하는 의료기관도 있었다. 

의사 업무를 대리하는 불법 행위도 조사됐다. 97개 의료기관 중 73개소(75.25%)에서 의사 아이디를 공유해 간호사가 처방전을 발급하고 있었다. 환자·보호자에게 시술·수술동의서를 의사가 아닌 간호사 등에게 받도록 한다는 응답은 69.07%(97개소 중 67개)였다. 수술·시술·처치 등을 의사가 아닌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대리하는 불법 수술·시술하고 있다는 응답도 62.15%(95개소 중 60개소)나 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인력 부족으로 의사들은 3일에 한번 꼴로 당직을 서거나, 연간 100일 당직이 의무인 경우도 있으며 주6일 근무에 하루 2~3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기관에서 의사 인력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이유로는 지리적 위치와 생활 여건, 열악한 근무 조건과 처우, 낮은 임금, 개원 등이 지목됐다. 전문과목별 전공의 쏠림 현상도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으며,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내과, 외과 비뇨기과 등 업무가 많은 과의 경우 의사들이 지원을 꺼리고 전공의도 부족하다고 했다.

"17년째 동결된 의대정원 '3058'…이제는 늘려야"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들이 의사 이직과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인 연봉 인상, 의사 비위 맞추기, 의사 업무 타 직종에 전가, 재채용과 촉탁 채용, 의사 처우 개선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며 "전향적인 의사 인력 확충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확충을 위한 5대 요구안으로 ▲의대 정원 확대 ▲필수진료과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 ▲공공의대·지역의사제·공공임상교수제·공중보건장학생제도 등 정책 추진 ▲불법의료 근절과 직종 간 업무 범위 명확화 ▲9·2 노정합의에 따른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사회적 대화 추진 등을 제안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3058, 의대 정원인 이 숫자는 한국의료와 국민 건강권에 있어 통한의 숫자다. 이 수를 돌파하지 못 하면 한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며 "대한의사협회는 의사가 많아지면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로 의대정원 확충을 반대한다. 그러나 의사 수입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의사 임금은 OECD 국가 최고 수준이지만 의사 부족으로 지역 의료 격차가 심해지고 불법의료가 만연해져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한계에 도달했다"며 "의사 부족의 근본 해결 방법은 3,058명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에 보건복지부와 의협 간 의정협의가 아닌 9·2 노정합의에 따라 보건의료노조, 대한병원협회, 환자단체, 시민단체,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진정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오는 10월 12일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의사 인력 확충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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