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병원 상황 공유하고 의료진 ‘정신건강’ 체크
고비마다 다양한 ‘리질리언스’ 프로그램 시행해 의료진 번아웃 대비
리질리언스(Resilience) 프로그램 노하우, 'HiPex 2022' 통해 공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국내 수많은 의료기관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명지병원 역시 유행 초기부터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관 중 하나다.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 중 하나는 ‘의료진 번아웃’이다. 2020년 이후 몇번의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수많은 의료기관 의료진들이 신체‧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때문에 방역당국에서도 의료진 번아웃 문제 해결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명지병원 리질리언스(Resilience)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음악치료 모습(사진 : 명지병원 제공).
명지병원 리질리언스(Resilience)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음악치료 모습(사진 : 명지병원 제공).

코로나19 유행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명지병원은 방역당국보다 앞서 이같은 상황을 예상했다.

이에 유행 초기부터 독자적인 리질리언스(Resilience) 프로그램을 가동해 직원들의 상황을 진단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했으며, 오는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HiPex(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하이펙스) 2022’를 통해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

청년의사가 하이펙스가 열리기 전 명지병원 리질리언스 프로그램을 총지휘하는 명지병원 환자공감센터 이수영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을 만나 하이펙스에서 소개될 명지병원의 노하우를 들여다 봤다.

경직되지 않고 상황에 맞는 대응책 모색

명지병원 리질리언스 프로그램의 핵심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병원 직원들의 정신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메르스를 통해 혼란을 경험한 명지병원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직원들에게 모든 상황을 공유했으며, 첫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했을 때부터 직원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정신건강상태를 파악했다”며 “이후 3~4개월이 지나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됐다”고 코로나19 초기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 전담병동 간호사들은 병동에서 살다시피하고 밥도 병동에서 먹어야 하는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며 “2020년 6월경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집중 정신건강조사를 해보니 1/3에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신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명지병원은 직원별로 1:1상담이 필요한 경우 1:1상담을, 1:1상담까지는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교육전담간호사를 통해 간호사들의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는 정신건강관리를 시작했다.

이 센터장은 “이런 조치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우울한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지만 간호사들 불안은 상당부분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명지병원은 이같은 경험을 통해 2020년 말 3차 대유행을 기점으로 ▲명상 ▲음악치료 ▲요리사를 초빙해 마련한 좋은 식사 제공 등으로 구성된 본격적인 리질리언스 프로그램 ‘쉼’을 가동했다.

직원 조사를 통해 지친 직원들을 달래주는 방안은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수고를 알아주고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후 명지병원은 2021년 기존 프로그램을 확대 발전시키고 병원 내 ‘코로나 블루 치료지원단’까지 조직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는 등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통해 ▲전 직원 대상 힐링 북크레이션 ▲슬기로운 취미생활 지원 ▲병원생활 브이로그 챌린지 등 코로나19 장기 대응으로 지친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직원들의 정신건강 지수가 회복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리질리언스 프로그램, 다른 병원에 적용하려면?

명지병원의 리질리언스 프로그램을 통한 직원 정신건강 관리는 메르스로 부터 얻은 교훈을 코로나19 유행과 동시에 현장에 적용하는 적극성과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조직문화 개선’이 맞물린 성과다.

그렇다면 이같은 명지병원의 성과는 다른 병원들이 벤치마킹해 도입하기 힘든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센터장은 “직원복지를 위한 심리상담 등은 국내에서는 몇몇 대기업에서만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 병원마다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긴 하지만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며 “명지병원은 이왕준 이사장 의지에 따라 관련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의료기관에서 명지병원 리질리언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병원 경영진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병원 수익 일부를 떼 직원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조사하고 향상시켜 유형의 결과물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인력과 재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직원들에게 실제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지 수치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비단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현재 구직자들은 직장을 선택할 때 워라벨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병원 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들을 지원하는 것은 병원 경쟁력에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이 센터장은 “병원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노력도 해야 하지만 병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정부나 지자체를 통해 (의료진 번아웃 해소를 위한) 인력과 재원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의료기관 직원 한명이 번아웃되면 의료사고와 의료 질 저하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리질리언스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명지병원 리질리언스 프로그램과 관련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명지병원에서 온‧오프라인 병행 개최되는 하이펙스 2022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명지병원 사례 발표는 행사 둘째날인 27일 오전 9시, 이수영 센터장의 ‘코로나 시대 병원 직원을 위한 리질리언스’ 소개와 이지연 임상심리사의 ‘리질리언스 프로그램의 실제 적용 경험’ 공유로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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