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진료실적 회복 52개월 소요 예측
지역 주민 외면 등 회복 속도 부진에 인력난까지
손실보상 연장·재정 정책 개편 등 정부 지원 절실

"매달 직원들 월급 줄 수 있나 고민한다", "아침에 오늘까지 적자가 얼마나 되나 확인한다", "전담 병원 인식 때문에 지역주민이 찾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최전방에 섰던 공공병원들이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까지 최소 4년 이상 소요된다는 예측에 손실보상금 지급 연장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강은미·강훈식·김민석·신현영·최연숙 의원이 공동 주최한 '공공보건의료 회복과 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공공병원의 고충과 위기의식이 쏟아져 나왔다.

공공병원들은 코로나19 악재 속에 의료원 재정을 지탱한 손실보상금이 고갈되면 마땅한 방책이 없다고 호소했다.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속초의료원 용왕식 원장은 "매월 환자가 얼마나 줄었는지 직원 인건비를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작년은 손실보상금으로 나름 흑자를 기록해 쓰고 있지만 3~4개월 전부터 적자가 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회복기간) 4년간 재정을 어떻게 확보해 임금을 줄지 이 생각뿐이다. 4년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용 원장은 "공공정책수가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만 정책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조세를 활용해 특별기금 형식 등으로 예산을 확보해 지원해야 한다"면서 "총액계약제 이야기가 14~15년전부터 나왔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이제 공공부터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공공병원들은 정부 지원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 지역 의료원장이 대거 참석했다.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공공병원들은 정부 지원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 지역 의료원장이 대거 참석했다.

충주의료원 윤창규 원장은 "충주의료원이 충북 북부지역 35만 인구의 유일한 종합병원인데 병상 가동률은 40% 밖에 안 된다. 외래 환자도 40%가 줄었다. 아직 감염병 전담병원이라는 인식에 주민이 찾지 않는 것 같다"면서 "문제는 환자가 와도 필수과에 의사가 없다. 원장 월급 2배를 준다고 해도 의사들이 안 온다"고 토로했다.

윤 원장은 "이런 상황에 충북대병원 분원, 서울 대학병원 분원을 유치한다고 한다.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 비용의 반의반만 예산을 지원해도 의사를 영입하고 병원을 잘 운영할 자신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시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립중앙의료원장 주영수 원장 역시 "오늘도 손실과 수익을 따져보고 왔다. 작년과 올해는 손실보상 등으로 (재정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뤘는데 이제 벌써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중앙만 해도 내년을 기약하기 어렵다. '의료 수익이 없는 병원을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당장 3~4개월 앞으로 닥쳐왔다"고 했다.

주 원장은 "이것이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이 현실이다. 문제가 일시적으로 해결돼도 현실은 3달 뒤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이는 단지 한 의료기관의 고민을 넘어 우리 공공의료체계의 고민이고 나라의 고민이다. 현실을 공유하고 현장 목소리가 정책에 담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4년 손실이 지난 15년보다 크다…"손실보상 연장해야"

공공병원이 처한 현실은 수치상에도 드러난다.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실적과 진료 규모가 축소되면서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 

35개 의료원의 수술건수는 지난 2019년 대비 2020년 약 43.5% 감소했다. 7개 필수진료과 개설률은 지난 2019년 3월 85.3%에서 2022년 8월 80.6%로 떨어졌다. 

의료수익 감소도 두드러진다. 지난 2019년 대비 2020년 의료수익 감소율이 중앙의료원은 28.2%,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은 28.9%다. 지난 2021년과 비교해도 의료수익 감소율이 각각 1%, 10.7%였다.  

그러나 회복 속도는 더디다. 지방의료원 평균 월별 병상이용률은 지난 1월 36.3%에서 8월 40.6%로 4.3%p 증가하는데 그쳤다. 국립의료원도 9월 현재 50% 선에서 정체된 상태다.

국립의료원 기획조정본부 이흥훈 전략기획센터장은 "지방의료원이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진료실적을 회복하려면 52개월(4.3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22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앞으로 4년간 예상되는 의료손실 규모가 지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의료손실 누계액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국립의료원 이흥훈 전략기획센터장은 지방의료원 회복에 4년 이상 걸리는 만큼 추가적인 손실보상과 새로운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의료원 이흥훈 전략기획센터장은 지방의료원 회복에 4년 이상 걸리는 만큼 추가적인 손실보상과 새로운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각 의료기관 상황에 맞춰 손실보상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2022년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4년은 추가적인 손실보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병상이용률 등 진료기능 회복 정도를 감안해 병원별 기준을 마련해 지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새로운 재원 활용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보건의료 부문도 이제 국방·소방·교육처럼 상시적인 안전시스템으로 인식하고 관련 제도와 재정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필수의료 차원에서 공공병원의 인적·재정적 생존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김한숙 질병정책과장은 "공공병원에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양적으로 확대해왔다. 그러나 재정 지원을 하고 인프라를 신경 써도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서 "현재로서는 양적 확충보다는 현재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취약한 분야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와 기능 강화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김 과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공공병원에서 유출된 인력도 많아 이 문제를 정부도 상당히 중차대하게 보고 있다. 필수의료 정책에 이에 대한 부분도 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어린이병원처럼 수익성이 낮아도 살아남을 수 있고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불제도와 연계도 논의하고 있다. 본격적인 지불제 개편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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