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병상 부족으로 혼란 겪은 병원들
음압격리 전환 가능한 병실, 모바일 장비 도입 등 리모델링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미국 병원들이 다음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 '유연한 공간' 확보에 나섰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병원들도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코로나19 병상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를 반복해 온 한국 병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 병원들은 다음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한 ‘유연한 공간’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에 따르면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래디어린이병원(Rady Children's Hospital)’은 12억 달러(1조6,668억원)를 투자해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래디어린이병원은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큰 어린이병원이며 샌디에이고 내에서는 유일한 어린이병원이다.

래디어린이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병상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환자가 몰려와 큰 혼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건강한 사람과 환자가 뒤섞이는 복도와 대기실, 병원체가 이동하는 통로가 된 환기 시스템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리모델링을 통해 상황에 따라 그 목적에 맞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춘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갖춘 7층짜리 건물을 구상했던 설계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기존 평면도를 폐기했다. 직사각형 모양이었던 평면도는 엑스(X)자 형태로 바뀌었다. 엑스자로 60병상을 배치하고 필요에 따라 20개의 격리실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중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지 않고 입원한 병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장비도 구축한다.

펜실베니아주 도일스타운병원은 지난 2021년 새로운 ICU(Intensive Care Unit)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집중 치료와 스텝다운(step-down)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1인실을 갖췄으며 이 병실은 복도 내 이동량을 줄이기 위해 8개 포드(pod)가 모여 있다.

도일스타운 헬스(Doylestown Health) 짐 브렉슬러(Jim Brexler) CEO는 “팬데믹은 유연한 공간의 필요성을 입증했다. 적절한 중환자실을 갖는 게 필수이다. 하지만 팬데믹 대응을 위해 구축한 공간을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싶지는 않다”며 유연한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병원의 미래”라고도 했다.

세인트루이스(St. Louis)에 있는 BJH(Barnes-Jewish Hospital)는 지난 2021년 16층짜리 입원 병동 건물을 착공했다. 이 건물에는 중환자실로 전환할 수 있는 급성치료실이 마련된다. 또한 병실 침대 주변 공간을 넓게 잡아 의료용 가스와 의료장비 사용을 위한 시설 등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또 의료인이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도 감염병 환자를 관찰할 수 있도록 출입문 위쪽은 유리로 만들 예정이다.

펜실베니아주 요크(York)에 있는 웰스팬헬스(WellSpan Health)는 3억9,800만 달러(약 5,525억원)를 투입하는 병원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8층에 중환자도 입원할 수 있는 대형 병실을 갖출 계획이다.

내년에 문을 여는 ‘발렌다인 메디컬 센터(Ballantyne Medical Center)’는 병실마다 음압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병원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Charlotte)에 16만8,000제곱피트(약 1만5,607㎡, 4,721평 정도) 규모로 들어선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그래디 메모리얼 병원(Grady Memorial Hospital)’도 1억5,100만 달러(약 2,097억원)를 들여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며 새로 건설하는 외래진료센터에는 공간마다 빠르게 옮겨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장비를 갖춘다.

차병원그룹이 지난 2004년 인수한 로스앤젤레스(LA) ‘헐리우드 차병원(CHA Hollywood Presbyterian Medical Center)도 오는 2023년 음압시설 등을 갖춘 새로운 병동의 문을 연다. 이 건물에는 1인실 33개도 마련된다.

디자인컨설팅 회사인 ‘Buro Happold’ 의료 부문 책임자인 존 스위프트는 병원만 유연한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며 “의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실험실 건물과 대학 캠퍼스 건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설에서 유연한 디자인은 보편적 관심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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