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여성병원 ‘임상유전체의학센터’ 이끄는 유한욱 교수

국내 최고 임상유전의학 전문가인 유한욱 교수가 올해 3월부터 국내 최고 여성의학 전문병원인 분당차여성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 임상의학유전학센터를 국내 제일의 유전의학 병원으로 만든 노하우를 줄기세포 등으로 여성의학 분야를 이끌고 있는 차병원 그룹에 심기 위해서다.

유한욱 교수가 불모지라 여겼던 유전의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은아버지인 연세의대 유준 교수의 영향이 컸다. 유준 교수는 국내 분자생물학 분야를 선도한 의사로 한국 한센병 연구의 대가였다. 작은아버지의 권유로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게 된 유한욱 교수는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마운트 시나이병원 유태인 유전학센터에서 연수하며, 의학유전학 분야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한국에 돌아와 서울아산병원에서 소아청소년병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서울아산병원 임상유전학센터를 국내 최고 유전의학 전문기관으로 만들었다.

대한의학유전학회 이사장을 하면서 유전상담사 자격제도를 체계화시켰다. 현재 울산의대에 유전상담사 석사과정이 자리 잡기까지도 유한욱 교수의 역할이 컸다.

분당차여성병원 임상의학유전학센터 유한욱(소아청소년과) 교수
분당차여성병원 임상의학유전학센터 유한욱(소아청소년과) 교수

유한욱 교수가 분당차여성병원에 둥지를 튼 지 6개월 밖에 안돼 아직은 센터의 그림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유 교수는 차병원의 여성의학 전문성이 시너지를 보일 거라고 자신한다. 희귀질환은 소아에게 많이 발견된다. 유전적인 요인도 많아 분당차여성병원의 산부인과 분야 명성을 희귀질환 분야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유 교수의 생각이다.

분당차병원이 국내 최고 여성병원이다보니 분만 건수가 많은 편이다. 특히 나이가 많은 임산부들이 많다. 고령의 임산부들은 유전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고위험군이다보니 기형 등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분당차여성병원의 경우 난임 쪽에 워낙 특화가 돼 있어 착상 전 유전적인 이상을 알 수 있는 유전체 분석 기술이 매우 발달돼 있다. 이러한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 희귀질환, 원인 모르는 지적발달 장애, 선천성 기형, 가족성 암 등을 전문으로 하는 임상유전체의학센터도 설립된 것이다.”

분당차병원 임상유전체의학센터에서는 선천성기형증후군, 단일유전자질혼, 염색체이상, 유전성안질환, 유전성 신경질환, 유전성 종양질환 등 착상 전 진단부터 다양한 산전진단, 증상 전 진단, 보인자 진단, 약물유전체유전자 검사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치료부터 예방 및 유전상담까지 제공한다.

유 교수는 이수앱지스사와 '애브서틴이라는 고셔병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고셔병은 체내 필수효소인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가 결핍돼 발병하는 유전질환이다

오랜 임상경력과 치료제 개발 경험 차병원에 녹여내려는 유 교수

유 교수는 수십년의 임상경력과 치료제 개발 경험을 토대로 차병원그룹의 유전자 세포치료제 개발 등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동안은 희귀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가는 편이다. 의료진들의 스페셜리티 향상을 위해 조언과 자문을 하는 역할도 하겠지만 제 커리어의 후반기는 치료제 개발에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차병원그룹의 경우 산학계와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줄기세포 분야에서는 독보적이고, 유전자 세포치료제 분야에선 CDMO도 추진하고 있어 희귀질환 치료와도 연관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유 교수는 그러나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일반적인 신약 개발과 달리 임상시험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희귀질환 자체가 환자가 많지 않은 질환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임상시험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희귀의약품의 경우 2상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국내 판매는 가능하다. 하지만 3상 임상시험을 완료하지 않으면 해외 수출이 쉽지 않다. 환자수가 적은 희귀질환의 특성상 3상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 임상을 하든지, 해외에서 환자를 모집해 국내에 거주시키며 임상시험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일례로 헌터라제라는 뮤코다당증 치료제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삼성서울병원의 진동규 교수의 경우 중국 허가를 위해 중국 환자들을 데려와 1년을 오피스텔에 거주시키며 임상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쉽지않은 과정을 거쳐 완료는 했지만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이마저도 막혀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희귀질환이라고 정의한다. 국내 희귀난치질환 환자수는 201680만명을 넘어섰으며 실제는 100만명 이상의 환자가 1,200여종의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경우 임상시험이라도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유 교수는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돼 있어 임상시험 여부를 찾아보고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보호자들이 있다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미국 페이션트 라이크미(PatientsLikeMe)처럼 환우들이 모여 임상시험에 적극 참여하고, 때로는 펀드를 구성해 거꾸로 치료제 개발을 해줄 수 있는 연구자를 찾는 등의 페이션트 무브먼트가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페이션트 라이크미는 병을 앓고 있는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소셜 플랫폼이다. 페이션트 라이크미 CEO인 제이미 헤이우드(Jamie Heywood)2005년 창업했다. 루게릭 병에 걸린 동생을 위해 인터넷으로 질환에 대한 정보를 찾던 헤이우드는 환자들을 위한 SNS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페이션트 라이크미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루게릭병과 같은 몇몇 희귀질환만 다뤘으나, 지금은 암을 포함한 2,800개 이상의 질병을 다루며 85만 명의 회원을 가진 세계 최대 환자 커뮤니티이자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입력한 질병정보들이 의학 및 과학자들의 검증을 거쳐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되고 있다. 이런 데이터들은 신약개발 연구와 임상실험에 필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유 교수는 이러한 성숙한 페이션트 무브먼트가 일어날 수 있다면 거꾸로 정부에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강력한 목소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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