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S England, 교통비까지 지원하며 대기자 축소 진행
공식 대기자만 670만명…타임스 “1030만명 더 있다”

영국에서 NHS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가 1,700만명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국영의료체계인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의 문제로 꼽히는 긴 진료대기 시간과 의료인력난이 점점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영국 국영의료체계는 1차 진료 의사인 GP(General Practitioner)가 먼저 진료한 뒤 추가 진료나 수술 등이 필요할 경우 종합병원 등에 의뢰하는 방식이다. NHS 진료는 무료이지만 대기시간이 길다.

이 때문에 진료를 기다리다 합병증이 심해지는 환자들도 생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NHS 대기 환자는 더 늘었다.

영국 신문 ‘타임스(The Times)’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월 탈장 진단을 받은 한 여성은 수술이 필요했고 그해 10월 NHS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 4월까지도 수술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영국 잉글랜드 솔리헐(Solihull)에 사는 71세 제니 모건(Jenny Morgan)은 지난 2020년 3월 넘어져 6개 부위가 골절됐지만 수술을 받기까지 7개월이나 걸렸다. 7개월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모르핀을 처방 받으며 고통을 견뎌야 했다.

그는 수술을 받은 뒤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진료비를 지불하고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은 결과, 척추가 5인치 무너져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개인 병원(민간병원)에서 바로 치료를 받으려면 1만~1만2,000파운드(약 1,578만~1,894만원)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NHS 통증클리닉 진료를 신청했지만 2023년 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처럼 진료 대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NHS England는 지난 2월 ‘선택적 회복 계획(elective recovery plan)’을 발표하고 대기 환자를 줄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NHS 진료 대기 환자 600만명 중 1년 이상 대기자가 30만6,996명이었으며 이들 중 1만8,585명은 2년 이상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NHS England는 2년 이상 대기하고 있는 환자를 줄이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동원해 진료에 나섰다. 사는 지역과 멀리 떨어진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교통비와 숙박비까지 지원했다.

NHS England는 6개월 뒤인 지난 26일 “7월 말까지 2년 진료 대기를 사실상 없앴다”며 “환자 치료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체 대기자 수는 오히려 670만명으로 늘었고 1년 이상 대기자도 한달 동안 7%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밝힌 공식 통계일 뿐 ‘숨은 대기자’는 더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타임스는 30일(현지시각) NHS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환자가 공식 명단보다 1,000만명 이상 더 많다고 보도했다.

공식 NHS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670만명 중에는 백내장이나 고관절·무릎 수술이 필요해 1차 진료 의사인 GP가 진료의뢰를 한 환자도 포함된다.

그러나 타임스가 ‘NHS Trust’에 2차 진료 등이 필요하지만 대기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 데이터를 요청한 결과, '숨겨진’ 대기 환자가 1,030만명이나 더 있었다.

의료 인력 부족도 진료 대기자를 늘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NHS 병동 4개 중 1개는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준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력난이 심각해지자 영국 정부는 인도, 필리핀 등에서 간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네팔 정부와 NHS 직원 모집 계약을 체결하고 간호사 100명을 내년 말까지 채용하기로 했다. 네팔에서 온 간호사들은 Hampshire Hospital NHS Foundation Trust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간호사와 조산사 인력이 5만명 정도 부족하다고 보고 외국 간호사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간호사와 조산사로 근무하기 시작한 인력 4만8,436명 중 절반 가량이 인도, 필리핀 등 해외 출신이다.

간호사 인력 부족 원인으로는 임금을 꼽는다. 간호사노동조합인 ‘Royal College of Nursing(RCN)’에 따르면 NHS 간호사 평균 수입은 3만5,692파운드(약 5,634만원)이며 신규 간호사는 2만7,055파운드(약 4,271만원)다.

영국 정부가 지난 7월 NHS 직원 급여 인상률을 인플레이션 보다 낮은 평균 4.8%로 발표하자 RCN 조합원들은 파업을 요구했다. 이에 RCN은 오는 9월 15일부터 10월 13일까지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합원들이 먼저 파업을 요청한 것은 노조 106년 역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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