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 운영
다양한 국적·직업 연수생 요구 반영…이론·실기·액션플랜 워크숍 등 진행
“일회성 아닌 네트워크 구축 계기 돼야…신종 감염병 위기서 협력 가능”

K-방역의 선도자인 명지병원이 이번에는 개발도상국 의료인 29명을 두차례에 걸쳐 감염병 전문가로 육성하는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공유하기 위해 신설한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을 지난 2월에 이어 8월에도 운영하며 총 29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제6대 WHO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소외된 개발도상국의 감염병 퇴치에 앞장 선 고(故) 이종욱 박사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신설된 보건의료인력 초청 연수 프로그램으로, 지난해까지 총 31개국 1,147명의 보건의료인력이 참여했다.

명지병원은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 중 진단·치료 분야에 참여해 지난 8월 12일까지 총 29명의 글로벌 감염병 전문가를 배출했다.

뿐만 아니다. 가나의 지역 감염병 대응센터 설립 자문 등 연수생들의 나라에서 여러 사업의 제안을 받아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성과에는 국내 최초의 다학제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 개설, 인천공항 제1터미널 코로나19 검사센터 등 명지병원이 쌓은 코로나19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는 게 병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단장 강유민 교수(감염내과)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모든 것이 세팅된 환경이 아닌 인프라에서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만든 만큼, 개발도상국 연수생들이 공감하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구축된 네트워크를 통해 다가올 신종 감염병 위기에서 해외의 핵심 인력과의 협력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ODA 사업단장이자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담당한 감염내과 강유민 교수는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진행한 소감을 밝혔다(사진제공: 명지병원).
명지병원 ODA 사업단장이자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담당한 감염내과 강유민 교수는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진행한 소감을 밝혔다(사진제공: 명지병원).

- 명지병원이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사회에서 명지병원의 코로나19 대응 노하우 등을 발표할 기회가 많았다. 이에 해외 의료 지원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ODA 사업단을 꾸렸고, ODA 관련 경험이 있어 사업단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사업을 물색하던 중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의 공고가 났고, 감염병 대응이라면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 명지병원의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총 11개월 사업으로, 명지병원은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 중 진단·치료 분야를 맡았다. 1기와 2기를 진행했으며, 1기는 5개국에서 9명의 연수생이, 2기는 6개국에서 20명이 참여했다.

2기 프로그램은 7주 동안 이론과 실기로 진행됐는데, 이론에서는 담당 교수들이 강연을 하거나 감염병 이슈에 관한 토론, 감염병 재해 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 도출 등 한국의 감염병 대응 시스템에 대해 교육했다. 또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실기 수업은 본원에 있는 진단검사의학과에서 분자유전학적 진단 기법이나 신속항원검사 실습으로 진행됐다. 그 외에도 레벨D 보호복 착·탈의, 감염 환자가 사망했을 때 시신 처리나 수습 과정, 실제 도면을 활용한 감염병 재해 도상 훈련을 실시했다. 기생충박물관, SD바이오센서, 서울의과학연구소, 국군의학연구소 등 진단 검사와 관련한 R&D 시설을 투어했다.

마지막으로 액션플랜 워크숍에서는 연수생들이 프로그램에서 배운 것을 본국에서 실천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워크숍은 연수생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았다. 팀별로 모여서 집단의 지혜를 이용해 감염병 대응 전략을 짜거나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는 세션이 인상적이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연수생들은 이론 수업을 통해 감염병 이슈에 관해 토론하고, 감염병 재해 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을 도출하는 등 한국의 감염병 대응 시스템에 관한 수업을 받았다(사진제공: 명지병원).
연수생들은 이론 수업을 통해 감염병 이슈에 관해 토론하고, 감염병 재해 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을 도출하는 등 한국의 감염병 대응 시스템에 관한 수업을 받았다(사진제공: 명지병원).

- 액션플랜 워크숍에서 연수생들이 발표한 계획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우간다에서 진단 검사실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연수생이 밝혔던 계획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중앙기관의 검사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중앙의 검사실과 지역 검사실 간 격차를 좁히고  싶다고 했다. 이에 우간다 전역에 있는 128개 검사실에서 한 검사실당 최소 2명의 숙련된 테크니션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중앙 검사실에서 연구원들을 정기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과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가나에서 온 연수생의 발표도 인상 깊었다. 최근 가나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감염병 대응센터가 설립됐는데, 센터의 진단 체계를 강화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반복될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진단 검사를 할 수 있는 연구실을 설립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였다.

- 연수생들의 국적도 다양하고, 종사하는 분야도 달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다양했을 것 같다. 프로그램에 어떻게 반영했나.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실무진을 위해 마련됐지만, 다양한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최대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선발했다. 감염병 관련 부서의 공무원부터 실험실 연구원, 임상의, 지역병원의 임상시험 연구원 등 다양한 연수생 등이 참여했다.

이에 프로그램을 공통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눠서 진행했는데, 공통과정에서는 전반적인 감염병 관리 체계나, 대응 경험 등을 교육했다. 심화과정으로는 진단 검사, 감염병 환자 치료와 진단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시행했다.

연수생들의 문화적 차이도 수업에 반영됐다. 아프리카에서 온 연수생들은 토론이나 소통하는 세션을 선호하는 반면, 라오스나 베트남에서 온 연수생들은 강연을 듣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이론 수업의 절반을 강의로 진행하고, 나머지는 Q&A와 토론 시간으로 채웠다.

연수생들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강의를 듣는 것보다 서로 질문하고 경험을 듣는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 다른 병원에서 진행하는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과 차별점이 있다면.

명지병원은 엄밀히 말해 대학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처럼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격리 병상이나 생활치료센터, 인천공항 제1터미널 코로나19 검사센터 등을 운영했고, 재택치료부터 중환자 치료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본 경험이 있다. 이 시스템은 모든 것이 세팅된 환경이 아닌 인프라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개발도상국 연수생들이 공감하고 또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명지병원은 국내 최초로 다학제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을 개소하기도 했는데, 이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직접 강의하고 경험을 나눴다. 클리닉을 운영했던 경험도 연수생에게 어필이 된 것 같다.

- 오는 9월에 연수생들의 국가를 직접 방문해 교육받은 내용이 현장에서 잘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9월에 약 2주 동안 라오스, 탄자니아, 우간다, 가나 등을 방문해 ‘팔로업 서베이(Follow-up Survey)’를 진행한다. 프로그램에서 배운 것들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역할의 변화가 있었는지, 액션 플랜을 어느 정도 수행했는지 등에 대한 다면평가를 진행한다. 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면, 기관장과 면담을 진행하는 등 도움도 줄 생각이다. 또 여러 기관에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동문들이 있는데, 동문 간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협력 관계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돼야 한다. 이런 관계가 5년, 10년 쌓이게 되면 앞으로 다가올 신종 감염병 위기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 인력과의 공고한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 3기에도 지원해보려고 한다. 

- 명지병원과 연수생의 출신 국가 혹은 기관 간 진행하고 있는 교류 사업이 있는지.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여러 국가에서 많은 제안이 오고 있다. 2기 연수생 중 가나 감염병 대응센터에서 온 팀이 있었는데, 연수 기간에 명지병원 실무진과 미팅을 통해 가나의 지역 감염병 대응센터 설립 사업에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사업 제안을 받고 검토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사업들도 제안이 오고 있는데, 코이카, KOFIH와 함께 국가 단위에서 이뤄지는 ODA 사업이랑 연계되면 좋을 것 같다. 아직 초기 단계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 감염병 대응 전문가 과정 3기를 진행하게 된다면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은가. 

본원 연구실에서 일대일로 검사 테크닉 교육을 소화하기 어려웠는데, 3기에는 관련 교육 시스템을 갖춘 곳과 협력 관계를 맺어 심화 과정을 마련하고 싶다. 또 회진 등 임상 교육에 대한 요구도 있었기 때문에 의사와 연구원을 위한 과정을 분리해 운영하고자 한다.

1기, 2기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해보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다. 관련 인력들도 바쁘고 기관 방문도 제한됐기 때문이다. 3기에는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감염병연구소, 보건환경연구원 등도 방문해 연수생들이 여러 기관을 방문해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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