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병원 최초 감염관리센터 지은 서울아산병원의 고민
코로나19 환자 줄자 뿔뿔이 흩어지는 인력들
“교과서적 진료 가능하도록 격리료만 책정해줘도…”

신종인플루엔자A(H1N1), 메르스(MERS)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까지 겪고 있지만 ‘감염병 홀대 정책’은 여전하다. 감염병 대응에도 땜질식 처방만 이어질 뿐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병원들이 코로나19 유행 규모에 따라 병실 공사를 반복해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립된 건물에 감염병 전문 센터를 설립해 반복되던 병실 공사에서 벗어난 서울아산병원도 제도적 한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민간병원 최초로 감염병 전문 독립 건물인 감염관리센터(CIC)를 건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서울아산병원이기에 가능했지만 서울아산병원이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CIC)는 감염병 전문가들과 많은 병원이 주목하는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감염병 상시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감염관리센터와 같은 독립된 감염병 전담 건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 10일 감염관리센터(CIC)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는 별도 독립된 건물로 지어졌다(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 10일 감염관리센터(CIC)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는 별도 독립된 건물로 지어졌다(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인력 유지 고민인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

지난 2월 문을 연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환자나 의심 환자를 병원 내원 초기 단계부터 분리해 진료한다. 연면적 2만2,070㎡(6,676평)에 지하 3층, 지상 4층으로 건립된 감염관리센터는 1층 감염병 응급실, 2층 음압격리병동과 외래진료실, 3층 음압격리중환자실과 음압수술실, CT촬영실 등이 배치됐다. 응급실 내 마련된 음압격리실은 모두 1인실로 총 29병상이며 음압격리병실과 음압격리중환자실이 총 26병상이다. 모든 시설은 내부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음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양압 시스템까지 갖춘 병실도 4병상이나 마련돼 있다.

특히 병상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층 음압격리병동에 단계별로 차단벽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해 코로나19 환자와 수두 환자를 같은 층에서 동선을 완벽히 분리해 진료할 수 있도록 했다. 

오미크론 유행 시기와 맞물려 문을 연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는 한 때 추가 병실까지 확보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 환자로 꽉 찼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코로나19 환자가 줄자 의료 인력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 호흡기내과 전문의 1명, 감염내과 전문의 1명 외에도 간호사, 의료기사 등 총 198명으로 운영된다.

감염관리센터장인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코로나19 환자가 줄면서 감염관리센터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들이 다른 병동으로 차출되기 시작했다. 병원 구조상 병상 가동률이 95% 이상인데 상대적으로 환자가 없는 곳에 근무하는 인력을 그대로 두기는 힘들다”며 “인력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감염병 진료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 다시 데려오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스케줄이 한달 단위로 정해져서 나온다. 그 일정을 하루아침에 바꿔서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며 “필요한 인력이 감염관리센터에 항상 상주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처럼 신종 감염병의 경우 중환자들이 많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전문성과 경험이 중요하다. 그런 인력이 다른 곳으로 차출되지 않고 상주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감염관리센터를 설계할 때부터 이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 내부 모습(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 내부 모습(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음압격리 필요하지만 격리료 책정 안 된 감염병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가 응급실을 제외한 26병상(중환자실 포함)으로 설계된 데에는 팬데믹이 아닌 평상시에도 운영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외에도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 환자들을 감염관리센터에서 진료하면 평상시에도 기존 인력을 유지하면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격리는 필요하지만 격리 비용을 받을 수 없는 수가체계다. 의학 교과서에는 음압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으로 나오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에서는 음압격리가 권장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환자에게 음압격리비용을 받을 수도 없다. 교과서적인 진료를 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주폐포자충 폐렴(pneumocystis pneumonia)이 대표적이다. 폐포자충이라는 곰팡이에 감염돼 발생하는 폐렴으로 주로 장기이식 환자나 HIV 환자 등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발병한다. 공기로 전파되지만 현재 격리료나 음압격리료 모두 책정돼 있지 않다.

김 교수는 “주폐포자충 폐렴은 공기로 전파되기 때문에 음압격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장기 이식 환자 등 소수만 걸리는 질병이다보니 우리나라는 격리료조차 없다. 그게 우리나라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나 PIV(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암 환자에 대해서도 격리료가 아예 책정돼 있지 않다.

김 교수는 “혈액암 환자 중 파라인플루엔자나 RSV에 감염된 경우 사망률이 10% 이상이다. 코로나19 초기 사망률보다 높다”며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감기일 수 있지만 혈액암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인 폐렴이 생기기 때문에 음압격리해야 하지만 격리료조차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병원 차원에서 비용을 부담해 1인실에서 격리한다. 격리라는 게 환자 본인보다 다른 환자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킬 수도 없다”고 했다.

또 인플루엔자와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구토 증상이 있는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의 경우 격리료는 있지만 음압격리료가 책정돼 있지 않다. 하지만 검사나 시술 과정에서 에어로졸 형성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임상 현장의 판단에 따라 음압격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대한감염학회도 이미 1인실이나 음압격리실에 격리해야 하는 감염병들을 정리해 정부에 전달했지만 관련 수가 책정에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서울아산병원 김성한 감염관리센터장은 최근 청년의사와 만나 감염병 상시 대응체계를 구축하려면 관련 수가 책정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김성한 감염관리센터장은 최근 청년의사와 만나 감염병 상시 대응체계를 구축하려면 관련 수가 책정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교과서적 진료 가능하도록 격리료만 책정해줘도…”

김 교수는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에 대한 격리료만 제대로 책정해도 평시 감염관리센터 운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감염관리센터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인력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음압격리료다. 결핵이나 수두 등 일부 감염병은 음압격리료가 책정돼 있지만 그 환자만으로 감염관리센터 26병상을 유지하기 힘들다”라며 “교과서에서 음압격리를 하라는 질병이 있다. 그 질병에 대한 음압격리료만 책정해줘도 팬데믹이 아닌 평시에도 감염관리센터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환자가 줄면 감염관리센터 인력이 다른 곳으로 빠지는 일이 반복된다. 감염관리센터가 인력을 유지하려면 수가부터 제대로 책정돼야 한다”며 “만약 서울아산병원 모델이 실패한다면 그 어느 병원도 음압격리실을 짓는데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교과서에서 격리치료하라는 질병조차 수가로 제대로 보전해주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 팬데믹을 맞이했다”며 “지금이라도 개선하지 않으면 다음에 또 다른 신종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또다시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팬데믹으로 인해 감염병전문병원 등이 주목을 받는데, 또 다른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도록 유지되려면 평시 운영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감염병을 전공하는 의사 등 전문 의료 인력 양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감염을 전공하는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 이유도 역시 수가와 연관돼 있다. 수술이나 시술 등과 관련된 수가가 주로 책정돼 있기에 내과 전문의여도 내시경 등 시술을 해야 돈이 되다 보니 그쪽 분야로 쏠린다”며 “그나마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관리료가 생기고 법으로 300병상당 감염관리 의사 1명을 두도록 의무화해서 이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을 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어진 건물이 제 역할을 하도록 유지하려면 고도로 훈련된 인력이 계속 상주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