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택 교수 "하이퍼아크 접목 선형가속기,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
정교하고 빠른 치료 설계 가능…동시다발적 방사선 조사
다발성 뇌종양 치료 시 타 방사선 치료 대비 수술 시간 단축

기술의 발달은 암 치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암=불치병’으로 인식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일부 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만 잘 받으면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런 암 치료 기술의 발달을 대표하는 게 ‘신약’이지만, 방사선 치료 기술의 발달도 그 못잖다. 

과거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이 암세포뿐만 아니라 방사선에 노출된 정상 조직도 파괴해 그 후유증이 컸지만, 최근에는 CT나 MRI등 첨단 영상과 컴퓨터를 활용해 종양의 위치, 크기 및 모양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종양 세포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하는 특수 방사선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기존의 다른 암치료 방법과 병용하면, 암이 발생한 장기를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수준의 완치율을 얻을 수 있고 통증과 출혈 없는 뇌종양 수술도 가능하다. 선형가속기, 감마나이프, 사이버나이프 등 정위적 방사선 수술(Stereotatic Radiosurgery)이 바로 특수 방사선 치료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중 선형가속기(Linear Accelerator)는 종양세포를 충분히 사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방사선 용량을 병소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대표적인 방사선 의료장비다. 특히 최근 개발된 최첨단 하이퍼아크(HyperArc) 기술이 적용된 선형가속기는 보다 정교하고 빠른 치료 설계가 가능하고, 병소에는 최대한의 방사선을, 정상 조직에는 최소한의 방사선만을 조사함으로써 치료효과를 극대화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여러 부위에 동시다발적으로 정밀하게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발성 뇌종양 치료 시 비교적 긴 치료시간을 요하는 타 방사선 치료 대비 수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때문에 미국 등에선 하이퍼아크를 적용한 선형가속기로 방사선 수술을 시행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선형가속기에 하이퍼아크와 같은 새로운 기술 적용이 더딘 상황이다.

이에 최신 방사선 치료 동향과 하이퍼아크 기술에 대해 국내 방사선종양학을 대표하는 석학 중 한명인 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오영택 교수(의과대학장)에게 들었다. 아주대병원은 2019년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하이퍼아크 기술을 도입했다.

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오영택 교수.
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오영택 교수.

-최근 방사선 치료 환경 변화가 궁금하다.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더 정밀하고 정확한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방사선 치료가 정상 조직에 피해를 준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도치 않게 정상 조직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은 최소화됐다. 매우 안전하게 시행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의도치 않은 정상 조직을 포함하는 경우가 최소화됐다고 했는데, 의도적으로 정상 조직까지 방사선 치료하는 경우도 있나.  

위암 수술 시 암 조직을 포함한 위 전체를 수술하듯, 방사선도 암 부위와 전이가 가능한 정상 조직을 포함해서 수술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방사선 치료 시 정상 조직 중 재발 위험성이 높은 조직들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정상 조직을 의도적으로 치료 범위에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치료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치료 범주 내에서 의도치 않게 정상 조직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면,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암 환자가 늘고, 생존율도 증가하면서 전이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전이 환자 중 다발성 뇌종양 혹은 뇌전이 환자의 방사선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과거에는 머리에 전이가 여러 군데 진행된 경우 전뇌방사선치료를 시행했다. 이 경우 종양이 있는 곳뿐만 아니라 종양이 없는 곳에도 방사선이 영향을 준다. 전뇌방사선치료로 인한 부작용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과거에는 암 환자의 평균 생존율이 비교적 짧아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이제는 암 환자의 생존율이 길어져서 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해졌다. 따라서 뇌 전체를 치료하기보다 각각의 종양을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사선 치료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통상적으로 많이 쓰이는 방법은 감마나이프다. 감마나이프는 방사선이 나오는 201개의 조그마한 소스, 즉 코발트-60(cobalt-60)가 달린 헬멧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한 곳으로 조사해 종양을 치료한다. 치료 시 한 점에 201개의 방사선이 들어오고, 나머지 정상 뇌에는 1개의 방사선이 들어간다. 즉 나머지 정상 뇌가 받는 방사선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다. 

정상 조직에는 영향을 줄이고 집중된 곳에만 방사선 효과를 내 종양을 녹여서 치료하는 것이 소위 얘기하는 방사선 수술(Radiosurgery)의 개념이다. 그러나 종양의 개수가 늘어나면 치료 범위가 겹치는 상황이 발생하고, 정상 조직이 1개 분량 이상의 방사선을 받게 된다. 이 경우 방사선량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다. 변이 개수가 일정 정도 이상이 되면 전뇌치료를 하는 것과 감마나이프 치료가 큰 차이가 없게 되는 것이다. 하이퍼아크는 그런 점을 보완한 치료다. 만약 종양이 여럿이라고 가정했을 때, 정상 조직에 방사선량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다. 여러 개의 뇌전이암을 치료할 때 굉장히 유용하다.

-방사선 치료 후 예후나 성적은 어떻게 판단하나.

방사선 치료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생존율 증가와 치료 병변 제어다. 치료한 부분이 좋아져도, 다른 부분이 나빠진다면 치료가 성공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1차 유효성 평가 지표(Primary endpoint)는 생존율, 2차 유효성 평가 지표(Secondary endpoint)는 종양 제어로 놓는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 종양 제어율이 80~90% 이상으로 굉장히 좋다. 생존율은 원발암의 종류에 따라 편차가 있다. 원발암에 쓸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있는 암종인지 아닌지 등에 따라서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전이암의 생존율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뇌전이 치료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2차 유효성 평가 지표가 더 정확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치료의 효과 자체만을 볼 때는 2차 유효성 평가 지표가 정확하다. 하지만 치료의 여부를 결정할 때는 1차 유효성 평가 지표를 고려해야한다. 

-선형가속기가 등장한지는 오래다. 하이퍼아크 기술이 접목이 임상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궁금하다.

과거에는 방사선 치료 계획을 세울 때 사용자가 하나하나 경우의 수를 바꿔가면서 최선의 결과를 나타내기 위한 긴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하이퍼아크 기술은 이러한 과정들이 이미 데이터베이스에서 축약되어 있고 자동화돼 있다. 예를 들어, 종양이 5개라면 그 위치가 모든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기술에선 이 5개의 위치를 사용자가 일일이 파악하고, 최선의 치료 계획을 모색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반면, 하이퍼아크 기술은 시스템이 나아가야하는 방향성을 이미 알려준다. (치료) 시간도 훨씬 절약되고, 사람이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을 기계가 미리 인지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때문에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외과 수술 시 나사의 깊이나 각도 등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기술들이 도입된 것처럼 뇌전이 수술도 더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게 됐다고 보면 되나.

개념적으로 유사하다. 치료 계획 설정 시 컴퓨터가 축적돼 있는 유사한 데이터들을 비교하면서 최적의 방향성을 제시를 해주는 것이다. 사실 방사선 수술은 초보자가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기술이다. 그러나 최적화 알고리즘 기술이 접목되면 최적의 기준을 제시해준다. 초보자든 경력이 있는 사람이든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치료 결과를 항상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치료와 관련된 모든 부분은 표준화가 쉽지 않다. 방사선 치료 또한 수많은 요소들이 관여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최적화(Optimization)가 필요하다. 

-감마나이프와 하이퍼아크 선형가속기 치료의 차이점은.

외국의 경우 방사선 센터 혹은 뇌전이암 센터와 같이 한 치료 센터에서 다양한 접근을 하며 치료를 한다. 감마나이프가 필요한 경우에는 감마나이프를 쓰고, 하이퍼아크가 필요한 경우에는 하이퍼아크를 쓴다. 그러나 치료의 편리성이 하이퍼아크가 훨씬 높고 여러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하이퍼아크가 있는 센터에선 하이퍼아크를 많이 쓴다. 

환자 측면에서도 하이퍼아크 치료는 몇 가지 큰 장점이 있다. 감마나이프는 보통 핀을 이용해 프레임을 환자의 머리에 고정시킨 후 치료하는데, 이 경우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이퍼아크의 경우 환자가 앞뒤로 머리를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만 환자 머리에 맞춰 특수 제작된 마스크를 이용해 고정하기 때문에 조금 더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두 번째로 하이퍼아크는 단일 병변과 다발성 뇌전이 모두 치료가 가능한데, 치료 병변의 개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치료 시간이 늘어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감마나이프는 동위원소를 이용해 치료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동일한 양을 전달하기 위해 치료 시간이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동위원소의 어쩔 수 없는 특징 때문에 장비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30분이 걸리던 치료가, 장비가 오래될 경우 1시간 반에서 3시간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하이퍼아크는 장비가 몇 년도에 들어왔는지에 관계없어, 치료 소요 시간이 (감마나이프 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대략적으로 평균 치료 시간을 비교를 했을 때 하이퍼아크는 10개 미만의 암 치료 시 10분을 절대 넘기지 않는 반면, 감마나이프는 그 3배에서 많게는 20배가 넘는 치료 시간이 소요된다. 치료해야 되는 표적이 여러 개일 경우 하이퍼아크가 훨씬 빠른 시간 내 치료 가능하다.

-수술 결과 및 안전성 차이는 없나.

거의 같은 방사선량으로 유사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결과에 큰 차이는 없다. 선량 분포, 어떤 기술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측면에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종양 개수가 두개 이상 늘어나면 하이퍼아크의 선량 분포는 더 좋아진다. 쉽게 이야기하면 종양이 있는 곳에는 더 높은 방사선이, 정상 조직에는 더 낮은 방사선이 들어가야 하는데 감마나이프는 각각의 종양을 따로 치료해야 하다 보니 선량이 겹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이퍼아크는 다발성 종양을 한 번에 치료하기 때문에 정상조직이 받는 선량 분포 결과가 훨씬 좋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방사선 치료 결정 시 뇌전이를 처음 본 의사의 영향을 많이 받고, 보험 수가 문제도 있다.

-해외에서의 하이퍼아크 선형가속기 사용 추세는. 

최근 아시아 국가 등에선 (하이퍼아크 선형가속기를) 적용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고 있다. 편리하고, 종양 개수가 늘어날수록 하이퍼아크의 선량 분포 결과가 좋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싱가폴의 경우 보통 여러 장비가 구비돼 있는 센터 개념으로 치료가 이뤄지기 때문에 하이퍼아크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하이퍼아크 기술을 적용한 환자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30곳의 뇌전이를 치료했던 환자가 생각난다. 사실 전이가 10군데 이상 발견되면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머리 전체에 퍼져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뇌 전체가 위험 영역이 되는 것인데, 사실 이 경우에는 하이퍼아크 보다는 전뇌치료를 진행하는 게 더 적절했다. 하지만 환자가 치료 당시 20살로 매우 젊은 나이였고, 사는 기간 동안 인지 기능 저하의 순간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부작용 방지를 위해 하이퍼아크 치료를 진행하게 됐다. 아무리 하이퍼아크로 치료를 진행하더라도 병변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선량 분포에 큰 득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치료 결과 전뇌 치료에 비해 훨씬 좋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 놀라웠다.

-30곳 넘게 전이된 환자의 하이퍼아크 수술 시간은.

14~17분 정도 소요됐다. 당시 하이퍼아크가 막 도입된 시점이었다. 때문에 의료진이 해당 기기에 대한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아 길게 소요된 것이다. 현재는 수술시간이 더 짧다. 해당 환자는 안타깝게도 뇌 이외에 다른 장기에도 전이가 생기면서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치료 기간 동안 뇌전이로 인한 부작용은 겪지 않았다. 

-위 환자와 같이 방사선 치료 시 인지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전뇌 치료를 할 경우 인지기능 저하의 부작용 우려가 발생하는데, 최근 전뇌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또 뇌에 영향을 주는 항암제 사용도 많이 줄어들었다. 

암치료 과정에서 스트레스나 두려움 등으로 인지기능 저하가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된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로 오는 인지 기능 저하는 조금 회복되는 듯하다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지속된다. 이는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정상 뇌가 얼마만큼의 선량에 노출됐는지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인지 기능을 주도하는 기관을 해마(Hippocampus)라고 하는데 방사선 치료시 해마를 보호해주면 인지기능의 저하를 어느 정도를 막을 수 있다. 보통 하이퍼아크 치료 시 종양 부위만 그려 치료를 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오지만, 특별히 인지 기능에 신경을 쓰고 싶은 환자가 있다면 치료 설계 시 해마 부분도도 같이 그려서 포함하면 해마 쪽에 방사선량을 조금 더 적게 가할 수 있다. 자동적으로 적용이 되긴 하지만 설정을 추가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면이 하이퍼아크가 다른 치료에 비해 자유도가 좀 더 높은 편이다.  

-방사선 치료에 대한 오해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과거에는 방사선 치료를 하면 고통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어 방사선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거의 없다. 또 최근 들어 암 치료 환경이 점점 발전하면서 과거에 비해 암 치료에 대한 부작용이나 삶의 질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다. 과거에는 암 치료가 완치 즉 ‘큐어(cure)’에 집중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케어(care)’에 더 집중돼 있다. 방사선종양학과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암 치료 과정에 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트렌드다.  

-뇌종양 및 뇌전이 치료 환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한다.

뇌종양 및 뇌전이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는 과를 가리지 않고 팀을 만들어서 치료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하려는 시도가 많다. 다학제적인 팀 접근이 더 활발해지고 있고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어느 한 과에서 암치료를 전담하기 보다는 전문의들이 팀을 이루어 논의를 하고 다학제적인 치료를 진행함으로써 암치료 환경이 발전하고 있다. 아주대병원도 신경외과와 팀을 만들어 소통하기 때문에 하이퍼아크 치료와 같은 좋은 기술들을 도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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