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상주 신경과 전문의 있는 상급종병 3곳 불과
신경중환자 ‘인력부족’ 돌파구…신경중환자 세부전문의 ‘수가’
유정암 홍보이사 “신경계 중환자 의료의 질 높일 수 있어”

뇌졸중과 뇌출혈 등 적정 시간 내 집중치료가 필요한 신경계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환자실 내 ‘신경중환자 전문의(Neurointensivist)’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허혈성 뇌졸중과 간질 발작, 신경계 감염 등 신경계 중환자지만, 중환자세부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는 신경과와 신경외과 전문의는 전국에 100명도 채 안 된다.

또 대한뇌졸중학회 인증을 받은 재관류치료뇌졸중센터 중에도 중환자세부전문의 자격이 있는 신경외과나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는 비율은 50%도 되지 않는다. 특히 중환자실에 상주하는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3곳에 불과하고, 신경과 전공의가 있는 병원은 5곳이 전부다.

반면 신경중환자 전문의의 협진이 환자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는 신경집중치료학회가 뇌졸중이나 뇌출혈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신경계 중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신경중환자 전문의 양성에 나서는 이유다.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에 따르면 신경중환자 전문의의 협진과 사망률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결과, 신경중환자 전문의가 있는 신경외과집중치료실(neurosurgical care unit, NCU) 사망률은 병원 내 전체 환자 사망률의 절반에 그쳤다.

또 신경외과 중환자실(NSICU)에 입원한 신경성 질환 환자 571명에 대해 신경중환자 전문의 공동관리 전후 카플란 마이어 생존분석을 실시한 결과에서도 신경중환자 전문의의 역할은 분명했다.

신경중환자 전문의의 공동관리 이후 중환자실 환자의 생존율은 약 5%p 상승했고, 특히 외상성 뇌손상(traumatic brain-injured, TBI) 환자의 경우 생존율은 약 15%p 더 높았다.

오는 11월부터 ‘대한신경집중치료 전문 수련인증제’를 시행하는 신경집중치료학회는 이를 시작으로 신경중환자 세부전문의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유정암 교수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신경중환자 전문의 양성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유 교수는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유정암 교수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신경중환자 전문의 양성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유 교수는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신경집중치료학회 홍보이사인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유정암 교수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신경계 중환자의 상당수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전문적으로 훈련된 신경계 중환자 전문의에게 진료받기는 어렵다”며 “게다가 국내에서 신경중환자 세부 전문의 양성 코스를 운영하는 병원은 극히 소수다. 인증제 도입으로 신경집중치료 전문 수련 인증의 제도가 잘 정착하면 신경계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늘어날 것이며 수준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계 중환자 ‘골든타임’ 사수하는 신경중환자 전문의

신경중환자 전문의의 활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두드러졌다. 폐는 물론 뇌까지 복합적인 장기손상이 발생하면서 신경계 질환을 잘 볼 수 있는 중환자 전문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급성 폐 손상이 생긴 환자의 폐는 수액을 적게 주거나 이뇨제를 써서 폐를 말려야 한다. 하지만 만약 지주막하 출혈이 동반된 환자라면 그런 치료가 뇌혈관을 수축시켜 뇌가 다 망가져버린다”며 “환자 예후를 생각한다면 신경중환자 전문의가 외줄타기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유 교수는 “신경계는 MRI 등 검사 결과로 알 수 없는 신경학적 진찰이 중요하다”며 “생체 징후가 괜찮고 숨도 잘 쉬니 아무 문제없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신경중환자 전문의가 보면 환자가 어제보다 비정상적인 뇌간 반사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더 나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서 여러 가지 손상이 있지 않는 이상 혈압이 춤 추듯 흔들릴 일은 별로 없다”며 “그 때가서 발견하면 늦어서 해줄 게 없다. 미묘한 차이를 발견해서 쫓아가야 하는데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가 없다. 중환자 치료를 잘 할 수 있는 신경중환자 세부전문의가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신경중환자 전문의 ‘인력부족’ 돌파구는 ‘수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인구의 증가도 뇌졸중 환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빈도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뇌내출혈(ICH)도 신경중환자 전문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신경계 중환자를 전담 마크하고 있는 인력은 유 교수가 유일하다. 365일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가 울리는 이유다.

유 교수는 “수술을 아무리 잘 해도 정말 어려운 수술이 있다. 뇌내출혈이 제로가 될 수는 없다.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뇌출혈이나 뇌졸중 등으로 입원하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그런 환자는 계속해서 생기는데 하루 종일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중환자실에 붙어 있을 수는 없다. 이는 신경중환자 전문의 케어로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 교수는 “인력이 부족하다. 입원환자는 100~130명인데 삼성서울병원도 전공의 TO가 2명씩 밖에 안 된다. 중환자실 환자 치료에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며 “중환자실 환자들을 아침에 와서 잠깐 회진 돌고 저녁에 집에 갈 때 보는 건 말도 안 된다. 하루 종일 옆에 붙어서 전담으로 봐야 하는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경집중치료학회는 신경중환자 전문의 양성에 우선적으로 소매를 걷었다. 대한신경집중치료 전문 수련인증제를 도입해 인력 확보를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나아가 신경중환자 세부전문의제도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유 교수는 무엇보다 신경중환자 전문의에 대한 수가가 마련돼야 제도로 정립하고 확대될 수 있다며,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제도를 예로 들었다.

유 교수는 “중환자실 수가 보전율이 60%밖에 안 된다. 중환자실 환자가 늘면 늘수록 병원은 손해를 봤다. 그러니 세부전문의를 뽑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중환자 전담전문의 제도가 생기고 수가가 마련되면서부터 달라졌다. 전국적으로 중환자 전담전문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중환자실은 절대 환자를 의사 혼자 볼 수 없다. 일단 신경중환자 전문인력이 많아져야 하고 간호사 등과 팀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부전문의들이 양성돼야 한다. 인증제를 통해 신경중환자 전문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수가도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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