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지원사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코로나19로 악화
가족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한시적 허용’…“너무 절실해”
“치료제 만큼 희귀질환 장애인의 생애에도 관심 가져달라”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18년째 ‘엔젤만 증후군’(Angelman Syndrome)을 앓고 있는 윤성준 군의 어머니 A씨는 투병 과정을 ‘끝이 보이지 않는 외로운 싸움’이라고 했다. 희귀질환이다 보니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탓에 손 써볼 치료제도 없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돌봄 부담도 커졌다. 24시간 도움이 필요한 중증 복합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코로나19로 학교도 문을 닫은 상황에서 결국 돌봄 부담은 오롯이 엄마의 몫이 됐다. 

“가끔 뉴스에 발달장애인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나오면 심정이 이해가 가요. 해방은 영원하니까. 그러다가도 아이에게 죄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미어져요. 내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이 아이를 보겠어요. 희귀질환과의 싸움은 끝이 없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 속에서 가족들은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어요.”

성준 군이 앓고 있는 엔젤만 증후군은 영국 의사 해리 엔젤만이 1965년 학계에 처음 보고했다. 15번 염색체에 위치한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알려졌으며, 인구 1만5,000명~2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국내에는 지난해 기준 엔젤만 증후군으로 보고된 환자가 2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엔젤만 증후군 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이유 없이 과하게 웃는 것이 특징이어서 ‘행복한 꼭두각시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균형이상으로 걸음 장애가 생기고, 언어장애, 과잉행동, 비정상적 뇌파 등 중증 복합장애를 동반한다.

성준 군은 태어난 지 10개월이 됐을 때 엔젤만 증후군으로 진단 됐다. 자연분만으로 낳은 우량아였고 100일 무렵 뒤집기를 한 성준 군이었다. 가족들은 이런 성준 군에게 건강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발달이 조금씩 지연됐고, 영·유아에게 드문 위식도 역류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연찮게 발달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엔젤만 증후군으로 진단됐어요. 심한 지적장애와 수면장애, 섭식장애, 언어실조 등 온갖 장애라는 장애는 다 갖고 있어요. 인지도 안 되고 언어라기보다 무의미한 발화를 하는 정도에요. 척추측만증이 심하니 보행도 다른 애들에 비해 불안정한 편이에요.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6개월 영·유아 수준이니 24시간 눈을 뗄 수 없어요. 성준이는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해요. 누군가의 보호가 꼭 필요하거든요. 봐주지 않으면 자꾸 넘어지니까. 혼자 밥도 못 먹고 목말라도 물 달라 소리도 못하고 혼자 마시지도 못하니까. 그냥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거예요. 웃는 얼굴로.”

성준 군이 어렸을 땐 기대도 했다. 열심히 치료하다보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치료과정은 쉽지 않았다. 희귀질환으로 치료제를 기대할 수도 없고 증상관리를 위한 물리치료와 재활치료, 언어치료가 전부다. 낮은 재활 수가로 성준 군 같은 희귀질환 아이들은 치료를 지속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의료기관에서 ‘치료 종결’이 되면 희귀질환 산정특례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사설 치료센터를 전전해야 한다.

“발달이 느리니 물리치료나 작업치료, 언어치료를 우선적으로 받아요. 성준이는 중학교 2학년 정도 되니 치료가 종결됐어요. 재활의학과 수가가 너무 낮으니 회복 가능한 환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것도 이해해요. 중증 희귀질환 아이들은 물리치료사가 1대 1로 붙어야 하고 낫는다는 기약도 없으니 우리 애가 ‘말뚝’ 박으면 다른 아이가 들어오질 못 하니까요. 그런데 애는 죽을 때까지 운동이 필요해요. 결국 사설 치료센터를 찾아 나서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가계 부담이 너무 큰 거죠.”

"가족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허용 필요"

성준 군이 크면 클수록 늘어나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A씨도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학교가 코로나19로 문을 닫다보니 성준 군을 돌봐줄 곳이 전무했다. 성준 군을 돌봐줄 활동지원사를 구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보통 활동지원사 분들이 50~60대 어머니들이니 중·고등학생 정도 되는 남자아이를 돌보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간식도 먹여줘야 하고, 소변도 봐줘야 하니 활동지원사를 구하면 다들 그만둬요. 최중증 환자의 경우 활동지원을 나오면 가산으로 시간 당 2,000원 정도가 더 붙지만 그 금액으로는 어림도 없죠. 코로나19로 상황은 더 안 좋아졌어요. 어렵게 구하더라도 마스크를 쓰지 못하니 오던 활동지원사들도 다 그만 두더라고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활동지원사를 파견해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고자 만들어진 제도로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됐다.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힘든 경우 배우자나 직계혈족 등 가족을 활동지원사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활동지원사인 경우 활동지원 급여비용 지급이 제한되며, 활동지원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등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그나마 코로나19 시기 동안 한시적으로 가족 활동지원이 가능한 '희귀질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가 허용돼 성준 군을 돌보면서도 활동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이 또한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다. 

가족 활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해 승인받기까지 쉬웠던 것도 아니다.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미 수 년 전 뇌 병변 장애를 진단 받았지만 ‘지적장애’가 아니라 가족의 장애인 활동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활동보조사를 구하려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기록이 있어야 하고, 수개 월 간 활동지원사 없이 지냈다는 점도 증명해야 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의원에서 ‘심한 지적장애’로 진단 받은 후, 성준 군은 엄마로부터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어렵사리 획득한 가족의 활동보조 시간 월 180시간 중 실제 사용 가능한 시간은 50%인 월 90시간이 전부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부정수급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장애인 지원기관의 설명이다. 

"지적장애 진단을 겨우 받아 직접 활동보조를 할 수 있게 됐지만 가족 지원의 경우 한 달에 50%만 쓸 수 있어서 90시간 활동보조를 할 수 있어요. 정부에서 가족 지원을 좀 꺼리는 것 같아요. 부정수급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실사를 나와도 좋으니 가족이 활동보조를 할 수 있게 영구적으로 제도 개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일을 하려고 해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니 갈 수가 없어요. 활동보조를 할 수 있게 해주면 사설 치료센터 치료비라도 보탤 수 있으니 도움이 되요.”

'희귀질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가족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관계자는 "희귀질환 환자인 직계가족을 돌볼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만들고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제공해 환자 돌봄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계층 하락 위기를 예방하고 돌봄 사각지대를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합중증질환자 기피하지 않도록 활동지원사 수가 현실화 필요"

A씨는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성준 군과 같은 희귀질환 장애인들의 생애에 대한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활동지원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등급에 따라 급여를 차등으로 책정해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케어하는 활동지원사의 경우 보상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현행 활동지원사 수가를 현실에 맞게 올릴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부분은 이슈가 많이 되는 편이잖아요. 하지만 희귀질환 장애인들은 뭉뚱그려 장애인 범주에 포함되다보니 아이들의 생애에 대한 관심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또 활동지원사 수가가 너무 현실성이 없어요. 그 돈으로 복합 중증질환을 가진 환자를 누가 보려 하겠어요. 활동지원사들이 중증환자를 기피하지 않도록 보상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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