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간호조무사회, '쓰고 그리다; 간호조무사의 마음' 예술제 개최
이해연 회장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 허용으로 학력 차별 해소해야"
의료계 인식 개선 강조…"협업하는 보건의료인으로 인식해달라"

인천시간호조무사회 임원들이 참여한 협업아트. 간호조무사로서 의료 현장에서 느낀 마음과 그 마음이 모여 열매와 꽃을 피우는 하나의 커다란 나무를 이루는 모습을 표현했다.
인천시간호조무사회 임원들이 참여한 협업아트. 간호조무사로서 의료 현장에서 느낀 마음과 그 마음이 모여 열매와 꽃을 피우는 하나의 커다란 나무를 이루는 모습을 표현했다.

지난 15일과 16일, 인천시 부평생활문화센터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인천시간호조무사회가 마련한 제1회 '인천간호조무사 예술제, 쓰고 그리다; 간호조무사의 마음’이다.

이번 예술제에는 간호조무사들이 의료현장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그림, 시, 캘리그라피(calligraphy), 사진 등으로 표현돼 전시됐다. 

그중 관객들의 눈길을 끈 작품은 환자용 시트에 인천시간호조무사회 임원 9인이 그린 작품이다. 의료현장에서 느꼈던 마음들이 땅속에서 뿌리가 되고 그 마음이 모여 열매와 꽃을 피우며 하나의 커다란 나무를 이루는 이 그림은 간호조무사로 살아온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있었다.

15년 동안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며 고된 업무로 힘들었던 상황을 '벗어날 수 없는 미로'로 표현하고, 환자나 동료 보건의료인에게 존중받지 못했던 기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동과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하며 느꼈던 답답한 마음을 그림으로 펼쳐낸 작품들도 있었다.

예술제를 기획한 인천시간호조무사회 이해연 회장은 “간호조무사들은 의료현장에서 대우도 받지 못 하고, 차별받는 것이 일상”이라며 “많이 지쳐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간호조무사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예술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간호조무사들이 차별받는 현실에는 ‘고졸’, ‘학원 출신’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이에 최소한 전문대학에서라도 간호조무사 전문 교육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사회 전반적으로 간호조무사를 존중하는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예술제를 기획한 인천시간호조무사회 이해연 회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간호조무사를 존중하는 분위기기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제를 기획한 인천시간호조무사회 이해연 회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간호조무사를 존중하는 분위기기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많은 보건의료인력이지만…임금은 최하위, 고용불안은 최상위

실제로 간호조무사들의 현실은 어떨까. 숫자로 드러나는 간호조무사의 삶도 그들이 그려낸 그림과 같이 고달프기는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간호조무사는 보건의료인력 중 72만5,356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평균임금은 2,803만7,925원으로 보건의료인력 가운데 가장 낮다. 

간호조무사들은 의원 등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실태조사에서도 간호조무사 중 38.9%가 의원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며, 한방 병의원 등이 20.8%, 요양병원 15.1%, 병원 13.5% 순이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5인 미만 사업장이다보니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은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중소병·의원 노동자 4,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은 고용불안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다..

이 회장은 “간호조무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간호조무사는 1년을 근무해도 최저임금, 100년을 근무해도 최저임금이라는 말을 한다”며 “제대로 된 급여체계도 없으며, 원장 눈 밖에 나면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너 아니어도 내일부터 나올 사람 많다’ 이런 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에 달린 '고졸', '학원 출신' 꼬리표…차별 원인

인천시간호조무사회 대의원 8인이 참여한 캘리그라피 단체 출품
이날 예술제에는 인천시간호조무사회 대의원 8인이 참여한 캘리그라피 단체 출품이 전시됐다.

이 회장은 간호조무사들이 의료현장에서 낮은 처우를 받고 있는 원인으로 학력 상한의 제한을 꼽았다. ‘고졸’, ‘학원 출신’이라는 편견으로 일의 강도에 비해 임금이나 처우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법상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선 특성화고등학교나 고등학교에서 간호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전문대학 간호조무사과 신설을 추진했지만 간호계의 반대로 전문대 간호조무사과 신설이 좌절좼다.

이 회장은 의료법을 개정해 간호조무사들도 대학에서 전문적인 간호조무사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간호조무사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학력 차별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

이 회장은 “다른 직종들은 대학교나 최소 전문대학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간호조무사는 고등학교와 학원에서만 양성된다”며 “사람의 생명을 간호하는 직업인데 학력의 상한선이 제한돼 있다. 전문적으로 배워서 간호조무사로서 간호 업무를 하고 싶지만, 이미 (교육에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못 배워서 저런다’, ‘학원 출신이라 저러지’ 이런 말을 듣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은 간호대학을 가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간호대를 갈 수 있겠나. 전문대에서 간호조무사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근로자 권리 챙겨야…협회 노무 상담 적극 참여해달라"

예술제에는 간호조무사가 그린 유화와 캘리그라피 등이 전시됐다.
예술제에는 간호조무사가 그린 유화와 캘리그라피 등이 전시됐다.

이에 이 회장은 간호조무사들 스스로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챙겨야 한다고 했다. 특히 5인 미만 의료기관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인 만큼 협회에 노무 관련 도움을 요청하거나 관련법 등을 공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

인천시간호조무사회는 노무 상담을 통해 간호조무사가 받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회장은 “노동 당사자인 간호조무사가 근로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협회도 간호조무사 권익 보호와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간호조무사들이 병원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회원들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등 노무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는 상시로 노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 달에 약 20건 정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로 개입하는 경우는 2~3건 정도다.노무사는 물론 변호사 연계까지 가능하다. 언제든지 상담하러 와 달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를 존중하는 사회·의료계 분위기 조성 필요

간호조무사들이 자신의 마음을 적은 포스트잇을 '간호조무사'라는 모양으로 붙인 '포스트잇 퍼포먼스'도 전시됐다.
간호조무사들이 자신의 마음을 적은 포스트잇을 '간호조무사'라는 모양으로 붙인 '포스트잇 퍼포먼스'도 전시됐다.

이 회장은 사회적으로 간호조무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료계 내에서 간호조무사를 협업하는 보건의료인력으로서 존중해달라고도 했다.

이 회장은 “간호조무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투명한 직업이다. 막말로 ‘부려 먹기 좋은 직종’이라는 이미지도 있다”며 “일부 의사들은 간호조무사가 맘에 들지 않으면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와서 대신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들도 같이 근무하는 보건의료인력으로서 간호조무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 비하 언어도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에 이 회장은 이번 예술제를 계기로 일반인에게도 간호조무사가 처한 현실이 알려졌으면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뭔가를 못 하는 사람을 ‘조무사’라고 표현한다. 심지어 간호조무사들도 조무사로 불리기도 한다. 만약에 의사나 간호사였어도 이렇게 표현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전국에 간호조무사만 85만명이다. 가족이나 주위의 이웃 중 한 명은 간호조무사일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제 첫날에 온 일반인들이 학력부터 이렇게 차별을 받는지 몰랐다고 하더라"며 "간호조무사에 대한 편견을 당장 해소할 수는 없어도, 간호조무사가 차별받으면서도 환자를 간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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