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만 있는 장기요양보험 제도에 ‘의료’ 넣어야
24년째 왕진 가는 장현재 파티마의원장
“과감하게 왕진갈 수 있는 제도적 환경 뒷받침 필요”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초고령 사회로 진입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까지 3년 밖에 남지 않았다. 인구 5명 중 1명은 노인이 되는 셈이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나 홀로 사는 ‘독거노인’ 인구가 크게 증가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2025년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노인가구는 2020년 464만 가구에서 2050년 1,137만5,000가구로 늘어난다. 지금은 40~50대 가구주가 43.7%로 가장 많지만 미래에는 70대 이상이 40.2%가 된다.

이처럼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진료도 까다로워진다. 복합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늘고, 청력 소실로 의료진과의 의사소통도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거동이 힘들어지면 아파도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돌봄과 의료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의 만성질환자가 대부분인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방문간호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방문간호는 환자들의 의료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이용률이 저조한 형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방문간호급여 이용과 기관운영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재가수급자 61만4,804명 가운데 2.69%가 방문간호급여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령사회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노인인구가 매년 늘고 있고,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비도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재가환자들의 의료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기요양보험제도에 건강보험제도를 연결해 거동이 불편한 재가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 해법으로 제시된 게 바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참여기관은 지난해 9월 기준 343곳이지만 이 중 실제 방문진료를 실시하고 수가 청구를 한 기관은 136곳에 불과해 의료기관들의 참여가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다.

재가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통해 노인 재가환자들의 의료적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동시에 방문진료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올해로 24년째 왕진을 나가고 있는 서울 노원구 파티마의원 장현재 원장은 초고령 사회 '왕진’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노인이 되면 아프고 거동도 불편하다. 나 홀로 살며 의료와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고령자가 늘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돌봄과 의료적 처치가 함께 이뤄져야 하고 환자가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왕진 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왕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의사라면 누구다 다 그렇다. 환자가 아프다고 도움을 요청하면 안 가볼 수가 없다. 지역사회 안에서 의원을 늘 방문했던 환자가 편찮으셔서 걸어 나올 수 없으니 집으로 와 진료를 해 달라고 하면 그 시절에는 왕진비가 없어도 갔다. 그러던 중 2008년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됐다.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은 환자들의 의료적 수요가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왕진을 시작했다. 요양보호사 교육을 위해 직접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설립했고, 병원 내 재가센터를 만들었다.

-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왕진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 이유가 뭔가.

왕진가방만 싸서 환자 집으로 가 진료를 보는 게 왕진이 아니다. 바쁜 진료 시간을 이용해서 왕진을 가야하기 때문에 운전을 해줄 사람도 필요하고, 원활히 진료를 볼 수 있게 도와줄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도 동행해야 한다. 보통 3명이 팀을 이뤄 움직인다. 또 왕진 전 환자에 대한 정보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일차적으로 상담을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차트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욕창이 심해 드레싱을 해야 하는지, 식사를 못해 수액을 줘야 하는 상황인지, 환자 상태에 따라 피검사나 소변검사가 필요한지 등 모든 것을 세심히 살피고 난 다음에 왕진을 가야 한다. 재가 센터 소속 환자의 경우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이 먼저 가서 환자 상태를 보고 정보를 취합해 전달해 주기도 한다. 생각보다 공이 많이 들어간다.

또 왕진을 가려면 진료실을 비우고 가야 한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왕진 가방을 쌀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문화가 자리를 먼저 잡아야 하는데 ‘개원해 왕진의사로 살아가는 것도 큰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왕진에 대한 수가 보존이나 왕진의사의 폭행 등 안전문제에 대한 논의조차 안 된 상황이다.

- 재가 환자들의 의료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왕진을 제시했다.

사회복지사가 재가환자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해결해 준다. 경제적 문제나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종합적인 부분을 돌본다. 장기요양보험이 그런 취지에서 생긴 거지만 가장 중요한 의료가 빠졌다. 장기요양보험에서 1~2등급에 해당하는 수급자의 경우 건강보험 수가를 제공해 의사가 의료적 처치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수가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운영하면서 일부 의료적 혜택을 받고는 있지만 질이 좋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본다. 촉탁의가 일주일에 한 번 오지만 의료행위는 못 하게 돼 있다. 치료가 제대로 안 되는데 삶의 질이 좋아졌을까. 심리적으로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는 거다.

- 앞으로 왕진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 이유가 있나.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인구가 되면서 앞으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급성기 종합병원 이용이 크게 증가할 거라고 본다. 건강보험 재원을 놓고 봐도 늘어나는 진료비를 어떻게 감당하겠나. 점점 생산연령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는 많아진다. 비용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해 보면 국가적으로도 왕진이 유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고령화 사회는 예측이 가능하다. 때문에 그에 맞춰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장기요양보험 14년차로 접어들면서 평가도 필요하다. 핵가족 시대 어쩌지 못하는 노인들을 요양원으로 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삶의 질이 올라갔느냐 봤을 때는 아니라는 거다. 삶의 질이 좋아지려면 의료적인 과감한 처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돌봄이 같이 가야 한다. 나이가 들면 질환은 자동으로 따라온다. 의료적으로 해결해 주지 않고 돌봄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1~2등급 재가 환자들을 정기적 왕진을 통해 보살필 수 있도록 수가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굳이 앰뷸런스를 타고,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언제든 환자가 의료적 니즈가 있다고 하면 과감하게 왕진을 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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