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택의료 현장을 가다③ 의사 CEO 시바하라 케이이치
재택형 의료병상으로 의료난민, 지역의료 문제 해결책 제시

고령화 사회도 아니고 이제 초고령화 사회다. 의료와 돌봄도 그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그 해법을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를 맞닥뜨린 일본에서 찾기도 한다. 일찌감치 재택의료로 눈을 돌린 일본은 인구 감소, 의료비 급증, 간병 지옥 위기 속에서 실험을 계속 하고 있다. 청년의사는 분당서울대병원 초고령사회의료연구소 이혜진 교수와 함께 일본 재택의료 현장을 찾았다. 일본은 동네의원부터 연 매출 1,000억원대 기업까지 모두 각자 방식으로 재택의료를 하고 있다.

지난 17일 일본 마루노우치에 위치한 암비스홀딩스 본사에서 만난 시바하라 케이이치 대표는 재택형 의료병상이 초고령 사회 의료 해결책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일본 마루노우치에 위치한 암비스홀딩스 본사에서 만난 시바하라 케이이치 대표는 재택형 의료병상이 초고령 사회 의료 해결책이라고 했다.

[도쿄=고정민 기자] 의사 출신 기업가 암비스홀딩스(アンビスホールディングス) CEO 시바하라 케이이치 대표 이력에는 종종 '노벨상'이란 표현이 따라붙는다. 은사인 교토대 혼조 다스쿠 교수가 지난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혼조 교수는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개발로 이어진 'PD-1' 발견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그 논문 저자 중 한 사람이 시바하라 대표다.  

정작 시바하라 대표는 옵디보 소식을 몇 년 후에나 알았다고 했다. 사업 시작 후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고 싶어질까봐" 애써 연구와 관련된 소식을 피해왔던 탓이다. 그래서 "한참 뒤에야 '그게 그거였어?'하고 나 혼자 놀랐다"고 웃었다.

시바하라 대표는 '재택형 의료병상' 모델 이신칸(医心館)을 성공시켜 재택의료·호스피스 비즈니스 파이를 크게 키운 기업가로 꼽힌다. 연구실에 대한 향수도 억누르고 재택의료 분야에 뛰어든 것은 의사로서 눈앞의 의료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바로 '의료난민' 문제다. 일본 정부는 의료비 압박이 커지자 오는 2025년까지 병상 20만개를 감축하고 재원일수를 줄이기로 했다.

"급성기 치료를 마친 회복기 환자와 만성기·종말기 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 병원은 환자를 내보내야 하고, 요양시설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며 받아주지 않는다. 이런 의료난민, 간호난민은 일본 내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파는 지역사회 의료현장까지 미쳤다. 지역병원이 인력난과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필수의료 인프라가 무너지고 의료난민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재택형 의료병상은 바로 이 의료난민과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바하라 대표가 고안한 신개념 모델이다. 의료 의존도가 높은 만성기·종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간호와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의사를 중심으로 한 진료 기능은 지역사회 재택의료 기관에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시바하라 대표는 "지역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만큼 가능한 환자와 의사, 시설이 윈-윈-윈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지난 2018년 펴낸 저서 제목이 '의료난민을 구하는 재택형 의료병상'인 이유다. 국내에는 서울대병원 장학 교수가 번역해 청년의사에서 '초고령 사회 일본, 재택의료를 실험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아이디어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연구소를 정리하며 만성기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때다. 의료 의존도가 높은 만성기와 종말기 환자가 대부분인데 정작 의사는 할 일이 없었다. 숙련된 간호사를 중심으로 병동이 돌아가는 것을 본 시바하라 대표는 책에 "그때, 간호 체계가 잘 정비돼 있으면 365일 24시간 내내 병동에 의사가 있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썼다. 이 생각이 훗날 이신칸 탄생의 밑바탕이 됐다.

의사 없는 재택의료 이신칸 '성공적'…재택의료 이끄는 기업 목표

(사진 출처: 암비스 홀딩스 이신칸 공식 홈페이지).
(사진 출처: 암비스 홀딩스 이신칸 공식 홈페이지).

일본 전국 53개 이신칸 지점 중 의사는 한 군데도 없다. 환자 진료는 모두 방문진료 의사가 담당한다. 정부 방침상 방문진료는 반경 16km 이내에서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지역 내 의료기관들과 협력이 이뤄졌다. 수도권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만 해도 이신칸 지점 7곳에 방문진료 협력 의료기관이 30곳이 넘는다.

재택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곳은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진료 서비스 시작을 권했다. 집단주거형태가 보장하는 진료 수요와 24시간 간호·개호 체제가 뒷받침되니 권유에 따라 방문진료에 도전하는 의사들이 생겨났다. 정부 재택의료 활성화 정책도 도움이 됐다. 시바하라 대표는 "이제는 의사들이 먼저 이신칸과 협력하고 싶어한다. 이신칸은 지역사회 의료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환자 연계로 협력하는 병원도 도쿄도와 가나가와현에만 200곳에 달한다. 이신칸 입주자 80%가 이들 협력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다. 인계 여부는 이신칸이 결정한다. 병원 담당 의사와 이신칸 담당 간호사가 퇴원과 입주 계획을 협의한다. 이신칸이 알려지면서 병원을 통하지 않고도 입주 문의를 하는 환자가 늘었다. 이때도 담당 간호사가 면담과 실사를 진행하고 입주 여부를 결정한다.

이신칸에서 간호사가 갖는 권한은 크다. 실력 있는 간호사가 이신칸의 경쟁력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간호사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 시바하라 대표는 "처우나 결혼·출산 등으로 간호사 면허 소지자 3명 중 1명이 의료 현장을 떠나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인력 확보는 물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했다. 곧 완화의료에 관심 있는 숙련 간호사들이 이신칸에 모여들었다.

이신칸 성공과 발전 가능성은 시장도 움직였다. 암비스홀딩스는 지난 2019년 10월 상장했고 시바하라 대표는 포브스 일본 선정 2022년 재산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경제 전문지가 이신칸과 시바하라 대표를 집중 조명했다. 한국에서 '백만장자 의사'로 화제가 됐다고 하자 "주식이 잘 돼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상장 후 암비스 매출은 1년만에 62억엔(약 583억원)이 뛰었다.

암비스홀딩스 당면 목표는 이신칸 100개 지점, 450억엔(약 4,275억원) 매출, 영업이익 100억엔(약 950억원) 달성이다. 

그러나 시바하라 대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재택의료를 이끄는 회사로 도약해 의료와 복지의 새로운 조류를 만들고 가장 역동적인 의료·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 인류 행복을 실현하겠다."

도쿄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이신칸 교도 지점에서 이신칸 시바하라 케이이치 대표(오른쪽)와 운영본부 간호개호부 다카하시 메구미 책임자.
도쿄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이신칸 교도 지점에서 이신칸 시바하라 케이이치 대표(오른쪽)와 운영본부 간호개호부 다카하시 메구미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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