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한국보건의료가 가야할 길②
지역‧필수‧공공성 확대 등 산적…초기 2~3년 문제 파악에 집중해야

청년의사는 지난 2017년 창간 25주년을 맞아 ‘고령화‧만성병‧저성장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의료체계의 새 판을 짜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서울, 광주, 대구, 대전 등에서 진행된 그랜드 포럼에 수많은 전문가와 현장 의료진이 참석해 호응했다. 당시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금방이라도 보건의료체계에 변화가 찾아올 것 같았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청년의사의 생각에 동의했고 해결책을 제시했던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지난 5년간 변한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5년 전, 한국의료가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했던 청년의사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한국의료체계에서 문재인 정부의 5년을 되돌아보고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보건의료정책 방향을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윤석열 대통령.

출범한 지 2달이 지났음에도 보건복지 분야를 이끌 수장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그러나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보건복지분야를 살펴보면 ▲필수의료 기반 강화와 의료비 부담 완화 ▲예방적 건강관리 강화 ▲바이오 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등이 담겨 있다.

'필수의료 기반 강화와 의료비 부담 완화'는 언제 어디서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인력과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로 신뢰받는 건강보험제도를 구축하고 빈틈없는 재정관리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방적 건강관리 강화는 ICT를 기반으로 동네의원이 만성질환자에게 케어플랜, 건강관리서비스, 맞춤형 교육 등을 제공하는 ‘스마트 건강관리’가 핵심이다. 

또한 의료취약지 등 의료사각지대 해소와 상시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 일차의료 중심의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강화와 일상 속 건강관리 지원으로 미래 의료비 지출증가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체계 개편 비용 마련 계획 있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 정부에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현 상황 점검과 문제 파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은 “(5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의료개혁이 시급하다. 고령화는 5년 전에도 문제였는에 이제는 정말 현실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의료개혁보다는 연금개혁, 노동개혁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현 의료체계로는 건강보험을 지탱하는 것이 어렵다. 고령화 등에 따라 의료비 증가가 더 급격해질 것이고 2030년대 중반쯤 되면 의료보장제도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고령화, 의료비 등의 증가 속도를 보면 무서울 정도인데, 의료이용을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계획이 아무것도 없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고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문제가 갑자기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윤석준 위원장(고려대 보건대학원장)은 “보수정부가 등장하면 역대 어느 정부나 재정당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져 재정을 보수적으로 편성하는 경향이 있다”며 “의료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 뚜렷하게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국정과제나 정책 공약이 있지만 필요한 개편 방안을 올해 안에 정리해 2023년부터 (개편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며 "정권은 3년만 지나도 힘이 빠진다. 초기 2년에 추진돼야 한다. 어려워 보이지만 첫 발을 디디면 탄력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 문제 정확히 파악해야 개혁 시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원은 “5년 전 개혁을 이야기할 때와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여러 상황이 달라졌다. 고민해야 할 범위가 더 넓어졌는데, 이를 포함해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지 다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신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하면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5년 전 화두를 다시 한번 다잡아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최병호 원장은 “지역‧필수의료 강화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나왔던 주제”라며 “주치의제도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있는데 의료계 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병원계와 개원가들 간 합의점을 찾는 것이 큰 과제”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지난 정부에서) 비효율적으로 낭비했던 재정들에 대해 평가, 진단, 정리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아마 이번 정부 5년은 정리만 하기에도 벅찰 것”이라며 “새로운 것을 하기 보다 문제를 정리하고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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