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음악하나 만들어 볼까?' 하며 결성한 그룹 ‘하우더’
21일 ‘심평의학(청구하다가)’ 공개…“의사들만의 밈 기대해”

의사 보이그룹 '하우더'의 작곡가 'Dr. JayU' 최재유 선생과 작사가 '가정주치의' 성남시의료원 가정의학과 이승화 과장
의사 보이그룹 '하우더'의 작곡가 'Dr. JayU' 최재유 선생과 작사가 '가정주치의' 성남시의료원 가정의학과 이승화 과장

자칭 ‘의사 보이 그룹’이 탄생했다. 그런데 많이 독특하다. 직업적 공통점을 제외하면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대도 다르고, 학교 선후배 사이도 아니다. 심지어 한 명은 대학가요제 금상을 수상한 아마추어 음악인이지만 다른 한 명은 마이크도 처음 잡아봤다는 음악 문외한이다.

주인공은 성남시의료원 가정의학과 이승화 과장과 지난 2008년 대학가요제 금상을 수상한 최원유 선생이다. 최 선생은 당시 가창력에 더해 수려한 외모, 지적인 매력으로 대중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현재 인공지능(AI)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아크릴에서 근무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된 곳도 ‘투자’ 강의에서였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는 이 과장이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에 대해 강의할 때 최 선생이 투자 조언(?)을 구하려 연락을 주고받던 일이 보이 그룹(?)으로 커진 셈이다. ‘놀면 뭐하니, 음악하나 만들어 볼까’ 농담처럼 시작한 일이 진심이 돼 버렸다.

그룹명은 중국 진출을 노려 ‘하우더’로 정했다. 둘의 이름 끝 자와 ‘닥터’의 중국어 발음을 더했다. 그룹명에 더해 부캐(부캐릭터)인 ‘가족주치의’와 ‘Dr. JayU’도 탄생했다. 그렇게 작사와 노래를 한 가족주치의와 Dr. JayU의 작곡으로 첫 곡 ‘심평의학(청구하다가)’이 만들어졌다.

너무나 다른 이들이 음악으로 뭉친 배경에는 ‘의사들의 애환’을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가장 먼저 심평의학을 소재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료비 삭감을 피하기 위해 심평의학에 맞춰 처방하고 있는 현실의 애환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가족주치의인 이 과장은 “의사의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하는 일은 전혀 아니다. 우리 음악이 의사들끼리 공감하고 ‘밈’(Meme)을 형성하며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사 최초 보이그룹을 탄생시킨 가족주치의와 Dr. JayU를 만나 앞으로 음악 활동계획을 직접 들어봤다. 심평의학(청구하다가)는 21일 온라인 음원 사이트인 멜론, 벅스, 지니, 플로 등에서 공개된다.

- 하우더를 결성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가족주치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다. 새로운 투자 플랫폼 중 음악 저작권 플랫폼에 대한 강의를 한 적 있었는데 그 때 투자 조언을 얻기 위해 Dr. JayU에게 연락이 왔다. 그런데 이력을 듣다 보니 투자를 할 게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더라. 역으로 다시 음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다만 대중성을 지향하는 곡도 좋지만 의사들을 대변하는 감성을 지닌 곡이라면 더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그렇게 의기투합하게 됐다.

- 가족주치의는 심지어 노래도 처음이었다고. 가수로 데뷔인데 준비하는 동안 어려운 점은 없었나.

가족주치의: 태어나서 녹음실에 처음 가봤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 처음에는 작사만 하려고 했는데 약간 못 부른 느낌이 오히려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는 의견들이 있어 노래도 부르게 됐다. Dr. JayU가 보컬 트레이닝도 해줬고, 가사를 쓸 때도 음악적 표현을 잘 잡아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

- 대학가요제 당시 수려한 외모에 가창력, 지적인 매력으로 크게 주목 받았지만 그 뒤로 볼 수 없었다. 어떻게 지냈나. 

Dr. JayU: 당시에는 곡이 더 유명해지길 바랐는데 관심이 나라는 사람으로 집중되는 게 부담스러웠다. 앨범작업도 꾸준히 했지만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 좀 있었던 것 같다. 또 의사로서 의업을 평생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기도 했다. 이후 외국에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 대만으로 유학을 다녀왔고 올해 인공지능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찾지 않더라도 내 음악의 가치는 분명 있다고 생각도 했었다. 그러면서 가족주치의를 만나 더 재밌어지는 계기가 됐다. 

- 수많은 이야기 중 심평의학을 꼽은 이유가 있나.

가족주치의: 심평의학을 무조건 나쁘게만 보려는 게 아니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유지하기 위한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의료 자체가 일종의 선의의 거짓말을 계속 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환자에게 감기약을 처방 하려는데 속이 쓰릴 게 예측이 된다. 평소 약만 먹으면 속이 쓰렸다고도 한다. 위장약을 주고 싶어도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삭감이 되니 그럴 수도 없다. 삭감이 안 되려면 진단명에 ‘위염’을 넣어야 하는데 위염이 없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러니 일종의 거짓말을 계속 하게 되는 거다.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도 ‘삭감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으니 의사들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유도하는 것 아닌가. 현실이 이렇다보니 심평의학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Dr. JayU: 환자에게 좋은 치료를 하기 위해 비급여 치료도 필요하지만, 환자가 동의하더라도 나중에 환자 마음이 바뀌면 범법자처럼 된다. 진료하는 의사나 치료 받는 환자가 서로 동의했음에도 불인정 비급여로 보니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 가사에도 이의신청을 할까 고민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고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족주치의: 삭감 액수가 크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이의신청을 하게 되면 요주의 기관으로 찍혀 현지조사 대상이 된다. 수년 전 비뇨의학과 개원의가 몇 십억원 환수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었다. 노래는 유머러스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과도 연관될 정도로 심각한 일이기도 하다.

Dr. JayU: 가사에서 이의신청을 할까 말까 고민되는 이유가 그거다. 나도 누군가처럼 한 번에 수십억원을 환수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 앞으로 계획도 궁금하다.

가족주치의: 계속해서 곡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능의학과 관련한 곡도 만들었고, 너무 어려운 환자들로 지친 의사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 만든 ‘내사랑 진상씨’라는 곡도 있는데, 의사들이 들었을 때는 속 시원한데 환자들이나 일반 대중이 들었을 때는 상처받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공개를 보류하고 있다. 의사들의 감성을 대변하고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들을 더 만들 예정이다. 여성 보컬을 영입해 곡 작업도 할 예정이다. 완성되는 곡이 늘면 콘서트도 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정말 힘들다. 우리 노래를 통해 치유하고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환자 진료는 진중하게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사회 통념이 허용하는 선에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음악이 의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의사들끼리 공감하고 밈을 형성해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