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임기영 윤리위원장, ‘회원 제명’ 신설 추진
중윤위, 행정처분 요청 범위 확대 필요성도 제기
“중윤위 징계에 소송 남발 못하도록 법적으로 보호해야”

의사가 저지른 살인이나 성범죄 등 강력 범죄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의료계는 자율정화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대중은 ‘제 식구 감싸기’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대한의사협회 임기영 중앙윤리위원장은 내부 징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원 제명이나 영구제명까지 가능하도록 중윤위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최고 수위 징계는 ‘회원자격정지 3년’이다.

임 위원장은 지난 10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임 위원장은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게도 최대 회원자격정지 3년 밖에 내릴 수 없다고 하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임 위원장은 지난 5월 31일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임 위원장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장도 지냈다. 

의협 중윤위 결정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중윤위 뿐만 아니라 학회 윤리위원회 등에서 징계를 결정하면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회원에서 제명되더라도 의사면허를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내부 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임 위원장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사면허관리기구(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Ontario, CPSO)를 예로 들며 자율규제가 그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기구인 CPSO가 징계를 결정하면 이는 법원 1심 판결로 인정받는다. 이에 불복해 의사가 항소하면 법원에서 2심으로 진행된다.

임 위원장은 중윤위 자율규제 기능을 강화하면서 CPSO와 같은 기능을 하는 (가칭)의사면허관리원을 설립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어진 자율 규제 권한도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했다. 의료법상 의협 중윤위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의사 등에 대해 1년 범위에서 면허자격 정지를 복지부에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의협 중윤위가 복지부에 의사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요청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복지부에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요청할 수 있는 사건은 의료법 위반 사례로 한정된다”며 “언론에 알려진 성범죄나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회원자격정지 3년이라는 징계를 받을 수 있어도 면허자격정지라는 행정처분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중윤위가 면허자격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범죄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료법을 개정해 면허 취소 범위를 모든 중범죄로 확대하기보다 그 권한을 중윤위에 맡겨 달라는 것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면허 취소 범위를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형 이상 선고받은 모든 중범죄로 확대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대한의사협회 임기영 중앙윤리위원장은 지난 10일 용산임시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계 자율 정화를 위해 중윤위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임기영 중앙윤리위원장은 지난 10일 용산임시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계 자율 정화를 위해 중윤위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진행되면서 의협 중앙윤리위 심의 절차에도 변화가 생겼나.

그동안 징계 사유가 생기면 의협 중윤위에서 1차로 심의해 징계 여부를 결정했다. 의협 상임이사회나 일반인이 징계 심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중윤위가 먼저 인지해 심의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문가평가제가 시행되면서 각 시도 전문가평가단이 징계 사건을 제보 받거나 인지해 조사하고 그 결과를 시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면 시도윤리위원회가 1차 징계를 한다. 그 중에서 행정처분이 필요한 사건이나 당사자가 시도윤리위 징계 결정에 불복할 사건의 재심을 중윤위가 맡아서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향후 중윤위는 1차 징계가 아닌 시도 윤리위 징계 결정의 재심을 담당하는 기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의협 중윤위 심의 과정뿐만 아니라 그 결과도 극히 일부만 공개되고 있다. 때문에 징계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캐나다처럼 면허관리기구를 운영하는 나라는 징계대상자에 대한 청문심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에게 사전 고지된다. 일반 시민들은 청문심사를 참관할 수 있고 언론도 자유롭게 취재하고 심지어 중계까지 허락되고 있다. 모든 징계 절차와 결과도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검색을 하면 오래전에 받았던 징계 내용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윤위의 비밀주의 때문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인권 침해 등등의 이유로 청문심사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징계 결과 공표까지 제약을 받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징계 결과 공표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심의 일정과 대상, 심의결과 등을 공개하는 문제는 명확한 법리적 판단을 구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또한 공익을 위한 중윤위의 정당한 징계 업무에 대해서는 국가가 법적으로 보호해 줘야 한다. 즉 징계대상자가 중윤위의 징계에 대해 소송을 남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징계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 변호사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법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의료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니까 징계를 내려도 공표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 의협 중윤위에는 강제조사권이 없어서 심의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할 방법이 있는가.

강제조사권이 없어서 심의에 제한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 전문가평가단이 필요하면 보건소를 대동해 강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보건소나 관할 관청이 협조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평가단에 특사경(특별사법경찰관)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지만 과연 정부가 의사 사회에 그런 권한을 줄지 회의적이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중윤위에 보다 큰 징계 권한을 주는 것이다. 현재 회원자격정지 3년이 최대인 중윤위 징계 수준을 영구제명, 제명 등으로 강화하고 더 나아가 실질적인 면허정지권을 준다면 중윤위 징계 절차를 가볍게 보지 못 할 것이다. 징계대상자에게 실제로 불이익이 가해지는 수준의 징계가 가능해지면 징계대상자는 청문심의를 포함한 징계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다.

- 최근 새로 구성된 의협 중윤위는 여성 위원과 대한의학회 추천 의료윤리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령에 의하면 중윤위 위원은 남녀비율을 고려해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전체 의사 중 여자의사 수가 28% 정도임을 고려하면 중윤위원 11명 중 최소 3~4명은 여성위원이 임명되는 게 적절하다. 이번 중윤위 구성은 그런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보건복지부도 중윤위 규정을 개정해 여성 비율을 명시하도록 권고했으며 의협 회장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윤리 전문가는 기존처럼 대한의학회 추천을 받아 집행부 제청 1명, 대의원회 제청 1명을 위원으로 임명하는 방법이 있다. 또 현재 중윤위 규정에 의거해 연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이 있다. 중윤위 규정에는 있으나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던 연구위원회와 조사위원회 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윤위 예산에 해당 예산이 반영돼야 한다.

차기 중윤위 구성에서는 규정을 개정해 많은 여성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현재 여성위원은 비의료인인 언론인 1명뿐인데 앞으로는 여의사 2명과 외부 위원 1명이 중윤위에서 위원으로 활동했으면 한다.

-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중윤위에 회부돼도 심사기간이 너무 길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중윤위가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다는 비판도 있다.

중윤위가 솜방망이 결정을 해서가 아니라 규정에 따른 최고 수위 징계가 회원자격정지 3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유기해서 중형이 확정된 사람이 중윤위에 회부돼도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 징계는 고작 회원 자격정지 3년이다. 차라리 징계를 안 하는 게 낫지, ‘중윤위가 징계를 했는데 고작 회원자격정지 3년이더라’는 식으로 사회에 알려지면 국민들은 당연히 의사 전체를 ‘제 식구 감싸기’, ‘철밥통’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중윤위 규정을 개정해 징계 종류와 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윤리위원회 규정을 개정해 ‘회원 제명’을 신설했다. 단, 제명 결정은 윤리위가 아닌 학회 대의원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그런 절차를 넣어서라도 최고 징계 수위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심사기간이 늘어지는 이유는 중윤위가 법률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징계 대상자가 민형사상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윤위 출석은 물론 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다. 재판 절차가 완전히 종결되기 이전, 즉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 이전에 중윤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면 강하게 반발을 하고 결정에 불복하거나 심지어 소송 운운하기도 한다. 외국의 경우 징계 담당 기구는 일반 법원 1심으로 인정받고, 그 결정의 권위를 보호받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오직 법원만이 정당한 징계권을 가진 유일한 기구인 것처럼 기능하는 것이 큰 문제다. 우리 사회 전체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캐나다 CPSO의 경우 징계를 확정하면 그 결정이 법원 1심 기능을 한다. 이에 불복해 재심을 요청하면 법원 2심으로 간다. 2심에서도 면허관리기구의 전문성을 인정해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지만 들여다본다. 절차적 하자가 없으면 2심에서도 대부분 기각시킨다고 한다.

- 지난해 대리 수술로 처벌 받았던 광주 A척추전문병원에 대해 추가 대리 수술 의혹이 제기됐다. 이 병원 대표원장이 의협 중윤위에 회부됐지만 심의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징계 심의를 하려고 해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오지 않는다. 복지부가 먼저 사건을 인지하고 행정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 의협 중윤위가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건수가 미미하다보니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해가 있다. 중윤위에 회부되는 사건 대부분은 성추행이나 살인범 등으로 대리 수술 등 의료법 위반 사안은 굉장히 적다. 성폭행범을 징계해도 의료법과 관련이 없으므로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구할 수 없다. 의료법 위반이 아닌 사안에 대해서도 중윤위가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사면허취소법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런 권한을 중윤위나 면허관리원에 맡기면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 시신 유기로 의사면허가 취소된 사람에게 법원이 면허를 재교부하라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복지부가 면허 취소 처분을 내리면 3년 이내에는 재교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3년이 지나면 다시 줘야 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해석하기도 한다. 이번에 복지부가 관련 조항에 대한 법원 판단을 받았으면 한다. 재교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3년이 지나도 면허를 다시 주지 않아도 되는지 판례로 받아보면 좋겠다.

- 의사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인 면허 취소 요건을 확대한 ‘의료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의 면허를 취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에는 찬성한다. 대다수 선량한 의사들은 그런 의사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면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을 의사 사회에서 제거해야 하는 게 바로 자율 규제, 자율정화다. 다만 면허취소 주체는 반드시 의사들 자신이어야 한다. 사회는 선량한 의사들의 자율규제, 자율정화 의지를 믿고 응원해 줘야 하고, 의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비장한 각오로 자율규제를 강력하게 수행해 나가야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선진국과 같이 의사면허관리원을 설립·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 단계로서 지금 당장은 중윤위가 자율규제기능을 좀 더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

- 중윤위가 지나치게 의협 집행부에 휘둘린다는 비판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으로 중윤위에 회부된 서울의대 김윤 교수를 꼽는다.

중윤위는 집행부에 휘둘린 적이 한 번도 없다. 중윤위 제소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일반인도 가능하며 실제로 일반인들의 제소로 징계절차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김윤 교수의 칼럼 문제는 중윤위에서 한번 다루어 볼 필요가 있었다. 의사가 동료 의사들, 혹은 의료계 전체에 대해 언론매체를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 혹은 왜곡된 내용으로 비난을 하는 것에 대해 다룰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동료들을 의도, 즉 의사 도둑놈으로 지칭하는 것, 그것도 특정인이 아닌 의사 대부분이 리베이트로 도둑질하는 것처럼 칼럼에 기고하는 것을 과연 개인의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묵과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의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사-환자 간 신뢰관계를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볼 것인가는 치열하게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환자의 몸에서 기생충이 나왔다고 기자에게 말하는 게 비윤리적인 행동인가, 아닌가. 잔인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SNS에 환자 몸에 난 상처들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게 환자 비밀보호 위반은 아닌지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유력정치인을 사이코패스 내지 안티소셜이라고 진단하는 정신과 의사를 징계할 것인지, 미국 ‘골드워터룰’을 우리나라에도 적용해도 되는지 등은 중윤위가 따져봐야 하는 문제다.

더 바람직하게는 중윤위 산하 연구위원회에서 의학윤리 전문가들이 모든 사례를 검토하고 치열한 논쟁을 거쳐 의협의 스탠다드, 오피니언, 아노테이션(annotation)을 만들어가야 한다.

중윤위는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독립성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 갈 것이다. 다만 중윤위가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의사 윤리에 관한한 가장 권위 있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사가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쌓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일부 회원들은 자율징계, 더 나아가 면허관리에 대해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즐겨 인용하는 말 중에 일본 유학자 하야시 줏사이(林述齊)의 말이 있다. ‘작은 선은 큰 악과 같고, 큰 선은 비정함을 닮았다’는 말이다. 우리 의사 사회가 비윤리적 행동을 한 회원들을 단지 동료라는 이유로 감싸준다면 그것은 큰 악을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의권수호, 즉 전문가적 자율권이라는 큰 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비정한 결심을 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중윤위다. 앞으로도 계속 중윤위를 신뢰하고 응원하고 보호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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