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경쟁력 제고 위한 차세대 성장전략으로 각광
한올바이오파마, 대규모 기술수출 이어 공동개발로 혁신신약 가능성 높여
한미‧종근당 등 바이오벤처 설립 및 투자 통해 ‘R&D 선순환 구조’ 구축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신약 개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 유출 등의 문제로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이뤄졌지만, 이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적극 조달하고 내부 기술을 외부에 공유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차세대 성장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해외로의 기술수출, 바이오벤처로부터의 기술도입, 공동 임상개발 등 전략도 다양하다. 특히 기업들이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주목할만한 임상 결과를 얻고, 신약 허가 성과까지 나타내면서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올바이오파마‧유한양행 전략적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성과↑ 

한올바이오파마는 1상, 2상 임상시험 단계에서 해외 파트너사에 기술수출 후 공동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7년 스위스 로이반트(Roivant Sciences)와 중국 하버바이오메드(Harbour BioMed)에 주요 파이프라인인 자가면역질환치료제 HL161, 안구건조증치료제 HL036을 약 7,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당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항체 신약 중에서는 첫 번째 대규모 기술수출 사례였다. 글로벌 파트너사와 손잡으면서 혁신 신약 개발 가능성에도 한층 더 가까워졌다. 특히 로이반트는 한올의 HL161 개발을 전담하는 자회사 이뮤노반트(Immunovant)를 설립하면서 적극적으로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뮤노반트는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HL161의 중증근무력증(MG) 3상 진행을 허가 받고 2분기내 미국 임상을 개시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하버바이오메드가 중증근무력증을 대상으로 작년 9월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하였으며, 결과 도출 후 품목허가 신청을 목표 중이다. 

지난 2015년 한올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대웅제약과의 시너지도 주목할 만하다. 한올과 대웅제약은 각각의 신약 개발 노하우와 기술력을 활용해 미국 현지에서 HL036을 공동개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에서 안구건조증에 대한 약효 재현성 확인을 목표로 두 번째 임상 3상 시험(임상명 VELOS-3)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 탑라인(Top-line)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 안구건조증 치료제가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해주는데 그쳤다면, HL036은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망한 글로벌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세포 리프로그래밍을 통한 치료제를 연구하는 미국 바이오 기업 ‘턴 바이오테크놀로지스(Turn Biotechnologies)’에 투자했다. 양사는 이번 투자를 통해 세포 리프로그래밍 플랫폼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을 위한 중장기적 협력 기회를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작년에도 미국에 위치한 파킨슨병 치료 신약개발사 ‘뉴론(Nurron Pharmaceuticals)’과 항암면역 세포치료제 신약개발사 ‘알로플랙스(Alloplex Biotherapeutics)’ 등에 공동투자하는 등 다양한 미래성장동력을 모색 중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올해 미국 보스턴에 신약개발센터를 개소해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가치를 끌어올린 뒤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공동개발하는 전략을 취했다. 가장 큰 성과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으로 평가되는데, 유한양행은 2015년 오스코텍으로부터 전임상 직전 단계의 약물을 기술이전 받은 뒤 물질 최적화와 공정개발, 전임상, 임상을 거치며 신약후보물질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후 2018년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며 업계 이목을 끈 바 있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매달리는 이유는 혁신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임상 기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하고,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5년으로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서만 5년여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근당‧한미약품 등 바이오벤처 투자 및 설립 통해 체질 개선 

신약 개발 기술이 업계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을 들여오거나 제네릭 의약품 제조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전통 제약사 및 CMO기업들도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주력사업인 위탁개발생산(CDMO),↑바이오시밀러(복제약) 분야에서 나아가 바이오 신약 개발 역량 강화에 나선 것. 이를 위해 작년 7월 삼성물산과 함께 1,500억원 규모의 바이오 벤처 투자 펀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Life Science Fund)’를 조성했다. 첫 투자처로는 미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인 ‘재규어 진 테라피’가 낙점됐다. 삼성은 이 기업에 약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 연구 프로그램 발굴 및 개발에 협력할 계획이다. 

종근당은 이미 미국 바이오벤처 투자로 큰 성과를 거두며 업계 부러움을 샀다. 지난 2012년 투자했던 미국 바이오벤처 카라테라퓨틱스의 요독성 소양증 치료제 ‘CR-845’가 작년 8월 미국 FDA 최종 승인을 받은 것. 요독성 소양증 시장에서 FDA 승인을 받은 First-in-Class 약물로, 종근당은 이 약물의 국내 승인 독점 판매를 맡게 될 예정이다. 

한미약품도 바이오벤처로부터의 기술도입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곳 중 하나로, 지난 2016년 유망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투자를 위한 ‘한미벤처스’를 설립하며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알렸다. 이후 2019년 미국 랩트 테라퓨틱스로부터 CCR4 경구용 면역항암제를 도입해 공동 개발 중이며, 2020년엔 AI 기반 신약개발 전문기업 스탠다임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역량 있는 벤처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매출 증대는 단순한 수익실현 결과물이 아니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기술수출을 통한 마일스톤 유입, 벤처 투자를 통한 수익이 다시 R&D에 재투자되면서 지속성장 가능한 R&D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도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작년 3월 글로벌 신약 개발 지원을 위해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을 출범시켰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밀너 의약연구소 산학 연계 프로그램인 '글로벌 테라퓨틱스 얼라이언스(GTA)' 제휴 멤버십에 가입했다. 밀너 의약연구소는 혁신 신약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설립한 산학협동기관으로, 유럽 최대 바이오신약 클러스터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발굴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미국, 유럽 등에 위치한 선진 신약개발 기술을 갖춘 제약사들과 협업을 통해 성공 확률은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대폭 늘었다”며 “글로벌 제약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앞으로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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