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도 저변도 넓어진 의학유전학…전문가 양성 수도권 집중 해결 과제
의학유전학회 전종관 이사장 "보건의료정책·사회문제 목소리 낼 것"

유전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학유전학 저변도 넓어졌지만 사회적 이슈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전자검사가 대중화되면서 오·남용이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흐려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이나 유전자검사기관을 통해 소비자 대상 직접(Direct-To-Consumer, DTC) 유전자검사가 무분별하게 시행되지만 산업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만들어진 규제 사각지대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너도나도' 산전검사를 하면서 그 위험성은 가볍게 다뤄지고 이로 인한 부작용 피해도 꾸준하다.

의학유전학회 신임 전종관 이사장이 학회가 사회적 이슈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의학유전학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전문가 관점에서 무의미한 유전자검사의 난립을 막고 사회적 오해를 바로잡는데 적극 나서겠다는 게 전 이사장의 생각이다.

임상 현장의 관심에 걸맞게끔 전문가 양성 인프라의 질과 양을 끌어올리겠다고도 했다. 다만 희귀유전질환 진단·치료는 물론 전문가 교육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문제는 여전히 고민이다.

이에 전 이사장은 의학유전학 교육과정(ECMGG)과 임상유전학인증의(MD Medical Geneticist) 사업을 다듬어 앞으로 전문가 배출에 더 힘쓰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도입한 비대면 교육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교육 접근성 격차를 해소할 방법이 될지도 고민해나갈 생각이다. 유전상담사 제도 정착에도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전 이사장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정부지만 전문가를 키우는 것은 학회의 일"이라면서 "의학유전학 분야 인프라의 양과 질 향상에 집중해 전문가들이 의료정책과 사회적 이슈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한의학유전학회 전종관 이사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은 지난달 19일 청년의사와 만난 자리에서 학회의 전통적인 역할은 물론 의료정책과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의학유전학회 전종관 이사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은 지난달 19일 청년의사와 만난 자리에서 학회의 전통적인 역할은 물론 의료정책과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의학유전학회가 40주년을 맞았다. 신임 이사장으로서 활동 구상은?

학회의 전통적인 역할인 학술대회 개최와 학회지 발간, 해외 학회와 교류 등 학술 발전도 중요하지만 교육 문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ECMGG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의학유전학 분야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유전상담사 교육을 진행하는 대학원 인증도 학회가 진행하고 있다.

의료 정책 수립 과정은 물론 의학유전학 관련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꾸준히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 그동안 의학유전학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 희귀유전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유전자검사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일반인이 검사받는 경우가 늘었다. 

유전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별개로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DTC 검사 규제가 거의 없는 것은 문제다. 의료 영역 바깥에서 유전자검사가 마치 물건을 사듯이 이뤄지고 있다.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비용이 증가한다. 의료 자원 자체가 낭비되는 점도 문제다. 부모들이 검사 결과를 받고서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낙인 효과까지 있다.

환자들이 DTC 검사 후 받은 결과지를 가져와도 의사로서는 검사한 이유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유전자검사만으로 몸 상태나 질환에 대해 완벽히 파악할 수는 없다. 이는 명백한 오해다. 산부인과 의사로 30년을 일해왔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다.

- 규제가 가장 엄격해야 할 부분이 오히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듯하다. 학회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있는지.

의사에게 중요한 것은 객관적으로 유전질환을 예상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와 임상에서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학회의 존립 목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산업과 경제적 이유를 떠나서 이런 검사가 환자는 물론 일반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학회를 통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고 있지만 학회 입장에서는 오·남용 문제가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산업적 측면에서 검사를 개발하고 진행하며 이익을 얻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런 검사를 배제하고 피해자 발생을 막는 것이 나라 전체를 봤을 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DTC는 물론 산전검사 중 하나인 양수검사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경계해야 한다. 실제 양수검사 부작용으로 유산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검사를 시행하는 병원은 양수검사가 괜찮다면서 유산 등 부작용 위험은 가볍게 다룬다. 그렇게 검사를 받고 유산한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찾아오고 있다.

- 학회 차원에서 교육적 역할 또한 꾸준히 강조해왔다. 그 이유는. 

의학유전학에 대한 사회와 임상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만큼 전문가 부족으로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미충족 수요(unmet need)가 상당하다. 전문가를 키워낼 인프라도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 특히 서울과 지역간 차이가 크다. 정부는 물론 학회에서도 이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 격차를 줄이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등장하지 않는다.

학회 차원에서 임상유전학인증의는 물론 유전상담사 양성과 인증에 힘쓰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 과정에서 환자·보호자와 관계 형성은 물론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유전상담사 역할이 크다. 다만 의사나 간호사처럼 면허나 자격을 부여하는 문제를 두고 아직까지 정부와 다소 의견차가 있어 절충 지점을 찾고자 애쓰고 있다. 앞으로 유전상담사가 사회나 경제적인 영역에서 큰 부담 없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학회가 해야 할 일이다.

- 의대 커리큘럼에 의학유전학 교육을 포함시키는 것도 교육 인프라 구축에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지금으로서는 대학 커리큘럼에 의학유전학 교육이 포함되기 어렵다. 강의를 진행할 사람은 있지만 커리큘럼 자체에 들어가는 것은 만만치 않다. 대신 현재 1년에 한 번 시행하는 ECMGG 과정을 상시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저변을 넓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문의를 대상으로 교육하면서 전공의는 물론 젊은 전임의에게도 교육 기회가 많이 돌아가지 않았다. 의대에서도 의학유전학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커리큘럼에서 의학유전학을 교육하는 대학이 드물다.

사실 서울의대에도 지난 90년대부터 20년간 의학유전학강의가 있었다. 하루 6시간씩 일주일간 진행하는 블록 강의 형태였다. 총 30시간 정도 부족하나마 학생에게 필요한 부분을 가르쳤다. 우리는 의학유전학 관련 내용을 종합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분야에 걸쳐 각자 배워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강의가 사라졌다. 하지만 유전이라는 것은 어느 특정 분야가 아니다. 사고로 인한 상해가 아니면 대부분 질병이 유전과 연관돼있다. 의학유전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볼 때 어떻게 응용해 쓸 수 있을지 ‘전 단계’로서 준비는 의대에서도 충분히 다룰 만하다. 임상 전문의 가운데 ECMGG 신청자가 많은 것도 의사 스스로 이에 대한 갈증을 느껴왔기 때문일 것이다.

- 코로나19를 계기로 ECMGG 교육 과정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비수도권 지역 수강생들이 크게 반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대면 방식이 계속되길 희망하는 목소리가 많다. 앞으로 비대면 과정을 유지할 예정인가.

ECMGG 2기부터 비대면으로 시작해 현재 3기 응용 과정까지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대면보다 학습효과 등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비대면이 익숙해지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늘었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 수강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관련 요건은 까다로운 데 비해 교육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수강자들도 크게 불만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비대면 과정을 유지할지 당장 결정하기는 어렵다. ECMGG는 대학에 정식으로 설치된 과정이다. 등록하고 학점을 이수해 대학원을 끝마치기까지 전체 과정 가운데 비대면이 얼마나 가능할지 논의가 더 필요하다.

- 학회가 진행하는 임상유전학인증의 자격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과거의 기준이 아직도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수도권에서는 1년 이상 실무경력을 쌓을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학회에서도 기준을 완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임상유전학인증의 사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총 62명을 배출했다. 1년에 4~5명 정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질병관리청과 상의하고 있다. 조건이 까다로운 이유는 처음 임상유전학인증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검사실 관리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유전 관련 검사비 청구 자격이 진단검사의학과와 병리과에만 있었다. 유전의학을 가장 많이 다루는 과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인데 검사를 진행해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불합리 때문에 임상유전학인증의를 만들면서 검사실 운영자를 기준으로 삼고 1년 이상 실무경력을 갖추고 논문과 검사 시행 건수가 요건을 채웠을 때만 인증을 했다. 앞으로는 ECMGG 기초·응용 과정 이수 등 조건을 다듬어서 더 많은 임상유전학인증의가 배출되길 기대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희귀질환 급여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희귀질환의 문제는 결국 다룰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바로 학회가 할 일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어떤 자격에 따라 사람을 키울지 전문가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

정부도 희귀질환 정책 관련으로 의사결정이 필요하면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의학유전학 전문가 집단으로서 우리 학회가 현안 해결과 정책 수립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 학회의 목표는 아주 간단하다. 희귀유전질환자가 조금이라도 일찍 진단받고 적절히 치료받아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다. 정부와 학회 모두 어떤 방식이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지 찾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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