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관 안성병원장, 사후 대처 특화된 방역정책 “좋은 점수 어려워”
"변이 이어지며 경기규칙·종목 바뀌었는데 기존 전술만 고집해 실패"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핵심, 요양시설 보호와 의료전달체계 회복

하루 50만명 넘게 쏟아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만명 밑으로 떨어지며 오미크론 위세는 꺾였지만 ‘K방역’의 위상도 꺾였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지난 2월 이후 무려 1만5,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누적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이 시기 목숨을 잃었다. 특히 사망자의 대부분이 고위험군인 노인층에서 발생했다.

대표적인 노인요양시설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노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곳이 돼 버렸다. 이 같은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대비 부족은 의료체계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가 ‘요양시설 의료 기동전담반’을 꾸리고 운영에 나섰지만 임시방편으로는 새로운 감염병을 막아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이 꾸린 ‘안성병원 요양시설 방문진료팀’이 주목되는 이유다. 지역 내 요양시설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을 맡게 되면서 적극적인 ‘대면진료’ 형태로 확장시킨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의사 1명과 간호사들이 한 팀으로 꾸려진 요양시설 방문진료팀은 ‘촉탁의’ 역할을 맡고 있다. 매일 같이 요양시설을 방문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노인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이들의 일이다.

안성병원 요양시설 방문진료팀 중심에는 임승관 원장이 있다. 임 원장은 “지역 내 의료 연결망을 튼튼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임 원장은 요양시설 방문진료팀 모델이 ‘촉탁의 제도’로 자리잡길 희망했다. 결국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의 핵심도 노인요양시설의 보호와 의료전달체계 회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감소세로 접어들며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지만 사망자 발생으로 생긴 상처도 크다.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 받았지만 오미크론으로 큰 파고를 겪게 됐다.

‘3T 전략’(Testing-Tracing-Treatment)으로 대표되는 K방역이 지난 2020년 1분기 아주 눈부신 찬사를 받았던 맥락은 5년 전 감염병 대응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메르스 경험의 유산으로부터 얻은 전략이 대구·경북 유행을 통제해 낸 원동력이 됐지만 결국 발목을 잡았다. 그 상상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속성이 달라지면서 상대는 플레이 스타일을 바꿨는데 우리는 계속 기존 전술을 고집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변이가 이어지며 경기규칙도 바뀌었고 심지어 오미크론은 종목도 바뀌었다. 단거리 경주에서 중거리로, 또 마라톤으로 바뀌었는데 여전히 단거리 선수 호흡으로 연습하고, 훈련하고, 경기를 뛰면 제 풀에 쓰러지는 건 당연하다.

우리의 방역 전략은 딱 그런 모양새다. 오미크론 방역 실패는 메르스 유산으로 성공했지만 또 그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보건학적인 수치만 보자면 중상위 평가를 내릴 수 있겠으나, 방역 과정을 평가하자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신속히 사고 수습하는 능력 탁월…사전대비 미흡

- 방역 과정에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델타부터 오미크론으로 이어지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에 대한 결과를 평가하기 위한 핵심질문은 ‘그것이 계획한 것이었냐’다. 사전 대비를 잘 했다기 보다 사후대처를 잘 했다고 봐야 한다. 어떤 사건이 발생한 후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는 능력에 있어서 탁월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보편적 시스템에 대해 논의할 때 사후 대처를 잘 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은 아니다.

이는 팬데믹 과정에서 지난 방역 전략에 대한 리뷰가 일어나지 않았고, 리뷰가 일어나지 않으니 돌아보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보기가 되지 않으니 반성이 일어나지 않았고, 반성이 일어나지 않으니 새로운 계획이 수립되지 않고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실패하고 실수하는 일들이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됐다.

대표적인 예가 이거다. 1~2차 유행이 끝난 2020년 하반기 즈음 어느 정도 감염병 대응이 잘 된다고 생각했다. 그 때 정부는 여러 가지 예산들을 수립하고 국가감염병병원 등 시설확장에 집중했다. 이 시설들은 고위험 병원체를 격리하기 위해 만든 시설인데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과는 상관이 없다. 최근 산모들이 헬기를 타고 분만병원을 찾고, 아이들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한 원인을 들여다 보면 병상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병원체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코로나19를 메르스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제대로 된 리뷰 없는 투자는 결국 의미가 없다.

-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정말 많은 예산이 들고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편적인 병원 안전과 보편적인 요양기관 안전을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의료 안전을 위한 보편의 투자가 필요하지 특별한 시설과, 특별한 인력, 특별한 거버넌스에 대한 투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6~8인실 구조를 점차 1인실 구조로 바꿔 나가야 한다. 1,000병상의 3차 병원에서 지금 4~6인실을 1~2인실 구조로 바꿔야 병동격리를 안 하고 병실 격리가 가능하다. 1,000병상이 500~600병상으로 줄어들게 된다. 결국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하는 양도, 분배되는 방법, 국민들의 의료 이용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 결국 의료전달체계가 살아나야 한다. 전반적인 의료 문화가 달라질 수 있도록 그런 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

요양시설, 감염병 팬데믹에선 사회적 피해 입을 수밖에 없어

- 오미크론의 파고를 가장 오랜 시간 견뎌야 했던 곳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었다. 이곳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미크론 유행을 겪으며 요양시설에 촉탁의가 있지만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촉탁의가 기능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고 그런 곳에 예산을 줘야 하지 않겠나. 이번 팬데믹을 겪으면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지 모른다면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혀 배운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 곳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는 이유는 어르신들에 대한 휴머니즘 때문이 아니다. 감염병 팬데믹이라는 재난이 닥쳤을 때 사회적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사회 전체가 마비됐다. 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무너지면 중환자 병실이 소모된다. 재정 보상 인프라도 모두 소요된다. ‘커뮤니티케어’라는 정부의 복지 아젠다는 훨씬 중요하다. 초고령화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지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시스템은 감염병 재난 앞에서 너무 위험한 곳이다. 시스템 개선에 많은 사회적 관심과 의제, 여러 가지 사회적 자원의 배분들이 필요하다.

- 지역사회 내 의료전달체계를 살린 ‘촉탁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가동한 요양시설 의료 기동전담반도 코로나19로부터 요양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이벤트성 전략에 가깝다. 정부에서도 지역 내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 공공병원들을 지정하고 이 같은 개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결국 지역 내 빈틈을 스스로 찾고 스스로 네트워킹 하고 스스로 메우는 것이 진정한 지역 책임의료기관이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평시에 요양시설과 병원 사이 연결망을 튼튼하게 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일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해보자는 거다.

과거 종합병원에서 촉탁의를 보낼 때는 노령의 의사를 보내거나 쉬는 사람이 잠깐 갔다오는 식이었다. 우리도 그렇게 해왔다. 이제는 그런 형식적인 제도 안에서 촉탁의 보내는 일을 그만하고 제대로 해보자는 의미다. 내과나 가정의학과 의사를 배치해 너무 많은 약을 쓰지 않게 하고 간호사를 대동해 필요하면 수액도 놓고, 채혈도 하고, 입원이 필요하다면 주치의가 데려와 입원시키고 회복되면 사회로 돌려보낼 수 있는 팀 단위 ‘촉탁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안성병원의 요양시설 방문진료팀을 통해 실증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요양시설 노인들의 건강이 나아지고 시설 퀄리티가 올라가고, 예산은 어느 정도 투입돼야 하며,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제도화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공공기관들이 해야 하는 일은 적자로부터 자유로우니 수가나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원리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성과를 정부와 지역사회에 나눠주고, 돌려주고, 알려주는 것이 공공병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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