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박승민 박사, '스마트 변기' 출시 앞둬
건강상태 알려주는 스마트 변기로 코로나 모니터링까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스마트 변기 논문 잇따라 게재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이용했을 뿐인데 ‘영양분 조절 권장’, ‘나트륨 과다 섭취’라는 분석 결과가 나온다. 영화 <아일랜드>에 나오는 장면이다. 소변을 분석해 몸 상태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미 실시간으로 소변과 대변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변기(smart toilet)’는 개발됐다. 고인이 된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의과대학 영상의학과 산지브 샘 감비르(Sanjiv Sam Gambhir) 교수가 1980년대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박승민 박사가 그 연구를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있다.

스탠퍼드대 의대 비뇨의학과 강사이기도 한 박 박사는 지난 2016년부터 스마트 변기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수석연구원이다.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은 항문 인식 카메라인 ‘랩온어칩(lab on a chip)’도 개발했다. 지문처럼 사람마다 항문 모양과 지름이 다르다는데 착안한 것으로 개별 인식이 가능하다.

Schematic of the toilet system(출처: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게재 논문 'A mountable toilet system for personalized health monitoring via the analysis of excreta')
Schematic of the toilet system(출처: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게재 논문 'A mountable toilet system for personalized health monitoring via the analysis of excreta')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은 지난 2020년 스마트 변기로 소변과 대변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건강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는 논문을 의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그해 알트메트릭 지수(Altmetric Score) 상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알트메트릭 지수는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처럼 인용 기반인 연구영향력 측정지수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지수로 지식의 다양한 확산경로를 반영해 연구 주목도를 측정하는데 쓰인다.

박 박사는 스마트 변기 상용화를 위해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인 원대연 서울송도병원 골반저센터장과 함께 ‘카나리아’라는 회사도 만들었다. 박 박사는 지난 2017년 원 센터장을 만나 임상 분야 자문을 받고 스마트 변기를 통해 취합하는 정보를 구체화했다.

스마트 변기는 더 발전하고 있다. 대변의 양, 빈도, 색 등을 분석하고 혈액이나 점액 존재 여부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니터링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박 박사가 이끄는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은 지난 3월 3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파트너 저널인 ‘npj digital medicine’에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대변에서도 검출된다.

The COV-ID toilet will serve as a centralised diagnostic centre in essential businesses to detect COVID-19 infection amongst asymptomatic population and to facilitate early diagnosis and isolation. Stool sampling will be automated with quick turn-around time for viral RNA testing, and the toilet seat/surfaces will be sanitised in between users. The user will register with the health portal or a tracing network (can be performed on a mobile device while on the toilet), which will then alert them to their test results (ideally within 15 min), link them with the medical care, provide advice and guidelines from physicians for isolation. Aggregate data can also be used for population surveillance to assess community burden(출처: npj digital medicine).
The COV-ID toilet will serve as a centralised diagnostic centre in essential businesses to detect COVID-19 infection amongst asymptomatic population and to facilitate early diagnosis and isolation. Stool sampling will be automated with quick turn-around time for viral RNA testing, and the toilet seat/surfaces will be sanitised in between users. The user will register with the health portal or a tracing network (can be performed on a mobile device while on the toilet), which will then alert them to their test results (ideally within 15 min), link them with the medical care, provide advice and guidelines from physicians for isolation. Aggregate data can also be used for population surveillance to assess community burden(출처: npj digital medicine).

연구진은 스마트 변기를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에 설치해 자동으로 대변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변 검체 채취는 동의를 구한 사람에 한해 이뤄진다. 검사 결과는 몇 분 안에 익명 추적 시스템에 보고되고 원하면 개인에게도 제공된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화장실 플랫폼을 이용하면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코로나19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노로바이러스나 살모넬라 등 다른 감염병이나 질환을 모니터링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스마트 변기가 일상에 안착하면 ‘버려지는 건강 정보’를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에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날이 멀지 않았다고 했다.

박 박사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Cornell University)에서 응용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UC버클리대(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를 거쳐 지난 2014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다.

스탠퍼드대 비뇨의학과 강사로 재직 중인 박승민 박사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스마트 변기'가 우리 일상에 가져올 변화를 이야기했다.
스탠퍼드대 비뇨의학과 강사로 재직 중인 박승민 박사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스마트 변기'가 우리 일상에 가져올 변화를 이야기했다.

- 스마트 변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스탠퍼드대에 오기 전에는 미세유체(microfluidics)를 전공했다. 혈액 진단 쪽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감비르 교수 연구팀으로 참여하게 됐고 그게 계기가 돼 여기까지 왔다. 스마트 디바이스라고 했을 때 스마트 워치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로 취득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비침습적이면서도 가장 많은 건강지표를 얻을 수 있는 게 소변과 대변이다. 이를 채취할 수 있는 곳이 화장실이다. 항문 인식 기술도 개발했다.

감비르 교수가 지난 2020년 7월 돌아가신 후 스마트 변기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 어려운 점은 없었나.

공학자이니 기술적인 부분은 많이 알지만 어떤 정보가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때 스탠퍼드대로 연수를 온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와 인연이 닿았다. 서울송도병원 외과 원대연 과장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원 과장이 지적했다. 배변 횟수나 모양 등 임상에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알려줬다. 그 이후에도 서울송도병원과 함께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류해서 기계 학습을 시키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스마트 변기 사용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300명에게 스마트 변기를 제공한 후 사용한 경험을 조사한 것은 아니다. 300명에게 스마트 변기가 어떤 것인지 설명하고, 이를 통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설명한 후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52%가 스마트 변기 사용에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며 부정적이라는 의견은 30% 정도였다.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30% 중 상당수는 항문 사진 채집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민감한 정보이다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정보가 취합되지 않도록 수차례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물에 비쳐서 불필요한 정보가 노출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스마트 변기로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로봇 팔로 대변을 채취해서 최대 15분이면 결과가 나오는 신속 PCR 검사를 하는 방식이다. 이미 기술은 다 개발돼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너무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예를 들어 스마트 변기를 집에 설치했는데 이를 이용한 10대 자녀에게서 마약류가 검출됐다면 경찰에 알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의료윤리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 부분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서 관련 논문을 작성해 저널에 제출했다.

- 스마트 변기를 연구한 지 꽤 오래됐는데, 언제쯤 시장에 출시되나.

올해 안에 가장 간단한 버전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 비데전문기업인 ‘아이젠’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대변이나 소변을 본 시간, 양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버전이다. 우연찮게 우리가 시제품을 만들 때 사용했던 변기가 아이젠 제품이기도 했다. 좀 더 복잡한 생화학 마커를 찾아 확인하는 버전은 임상시험을 거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야 해서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 코로나19 팬데믹이 스마트 변기 연구와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나.

텔레헬스(Telehealth) 중요성이 커지면서 우리 연구도 주목받았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휴지 사재기로 대란이 발생했다. 휴지가 부족해지자 비데를 사는 사람이 늘기도 했다. 연구를 주도한 감비르 교수가 돌아가시고 나서 자칫 동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이 규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미쳤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많아져야 한다. 스탠퍼드대 내에는 ‘미친 짓을 좀 해봐라’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당장은 미친 짓으로 보여도 그 황당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연구를 아카데미에서 더 많이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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