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의대 출신 '메디컬 영어 코치' 찰리 비투라웡
10여년간 엔자임헬스 ‘Dr. English’ 프로그램 운영
의학논문 작성, 해외 학회 발표 준비 돕는 1대 1 코칭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 의사가 있다. 대상은 한국 의사다. 의학 논문을 작성하고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를 발표해야 하는 의사들에게 영어는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의학 분야에 특화된 영어가 필요하다.

이런 ‘한국 의사’들에게 10여년 전부터 ‘메디컬 영어(Medical English)’를 가르치는 미국 의사는 찰리 비투라웡(Charlie Viturawong) 씨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엔자임헬스에서 ‘Dr. English’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의사들에게 메디컬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Dr. English는 의학 논문을 작성하거나 이를 영어로 발표해야 하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1대 1 영어 코칭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30여개 병원 소속 의료진이 비투라웡 매니저에게 메디컬 영어를 배웠다.

태국계 미국인인 비투라웡 매니저는 지난 2004년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 의과대학(University of Illinois College of Medicine at Chicago)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도 취득했다. 하지만 의사를 직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지난 2005년 한국에 왔다. 그리고 영어 교사로 일하면서 ‘적성’을 찾았다. 그는 영어를 가르치는 게 즐거웠다. 4년 동안 일반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그에게 ‘전공’까지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게 바로 엔자임헬스의 ‘Dr. English’ 교육 프로그램이다.

비투라웡 매니저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메디컬 영어 코칭을 했던 의사가 주요 의학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다거나 해외 학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엔자엠헬스 찰리 비투라웡(Charlie Viturawong) 매니저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메디컬 영어를 가르치게 된 계기와 'Dr. English'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했다.
엔자엠헬스 찰리 비투라웡(Charlie Viturawong) 매니저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메디컬 영어를 가르치게 된 계기와 'Dr. English'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했다.

- Dr. English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의사가 학문적으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의학 논문을 쓰거나 컨퍼런스에서 영어로 발표해야 하는 의사들을 돕는다. Dr. English 프로그램은 copyediting과 1대 1 미팅으로 구성돼 있다. 의사가 원고나 발표자료를 제출하면 문법과 구두점, 오탈자, 논리 일관성 등을 점검하는, 학문적인 교열을 본다. 이후 1대 1 코칭 과정에 들어간다. 이 시간에는 의사 개인이나 특정 논문이 가진 문제에 더 세부적으로 접근하고 집중한다.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더 이야기를 나누고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뉘앙스에도 신경을 쓴다.

때로는 의사가 특정 부분을 논의하자고 요청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초록에 단어 수 제한(word limits)이 있어 기존에 썼던 내용을 줄여야 한다면 어떤 부분을 어떻게 줄이고 들어낼지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1대 1 미팅에서는 글을 쓸 때마다 일관되게 발생하는 오류를 바로 잡고 관용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단순히 교정을 받는 것보다는 더 교육적이다. 발표를 해야 하는 의사들에게는 연습할 시간이 있다면 발음을 교정하고 속도 조절이나 잠시 끊었다가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법 등을 설명한다.

애프터 서비스도 있다. 추가로 더 질문을 하거나 함께 준비했던 내용에서 수정 사항이 발생했을 때, 피드백을 원할 때 그에 대해 답하고 도움을 준다.

-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까지 취득했는데 왜 한국에서 Dr. English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가.

의대를 졸업했지만 의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의사라는 직업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라벨(work life balance) 측면에서도 의사는 내가 원하는 직업이 아니었다. 한국에 와서 영어 교사로 일하면서 한국 생활을 즐겼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생각보다 가르치는 게 좋았다. 매우 보람 있는 일이다. 4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고 지난 2012년 엔자임헬스에 입사했다.

엔자임헬스에 입사하자마자 Dr. English 프로그램을 맡은 게 아니다. 처음에는 홍보업무를 받아서 해외 파트너들과 소통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기회가 생겼다. 영어로 발표하는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의사들이 많고 그런 의사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이 왔다. 이 제안을 계기로 엔자임헬스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전국 병원을 다니며 강의를 했다. 3~4년 동안 병원을 다니며 수업했고 강의마다 5~30명이 참여했다. 수업을 들은 의사들 중에 1대 1로 도움을 받고 싶다고 연락이 오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Dr. English를 만들었다.

엔자엠헬스 찰리 비투라웡(Charlie Viturawong) 매니저
엔자엠헬스 찰리 비투라웡(Charlie Viturawong) 매니저

- Dr. English는 모든 의료 분야를 다 다루는가.

그렇다.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의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관련 주제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추가로 조사하고 공부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Dr. English 프로그램에서는 종양학과 신경학, 내과학, 영상의학을 다뤘다.

- Dr. English가 다른 메디컬 영어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논문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이 교정 등을 하면 본뜻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논문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Dr. English는 의학적인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1대 1 코칭을 통해 피드백을 제공한다.

- 10여년간 Dr. English를 운영해 왔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한국 의사와 연구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한국 의사들이 많은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Dr. English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함께 했던 의사가 주요 의학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고 학회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해 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시적인 성과를 봤을 때 보람을 느낀다.

얼마 전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만났던 한 여의사가 새로운 진단기술을 개발했고 관련 연구 결과를 영향력 있는 의학저널에 발표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함께 논문을 리뷰하고 유명한 의학저널에 제출했다. 그런데 해당 저널에서 피드백이 왔는데 부정적인 내용이었고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 결과에 확신이 있었던 그 의사는 많은 부분을 수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단호하고 정중하게 답변했고 약간의 수정을 거쳐 논문을 그 저널에 게재할 수 있었다.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Dr. English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더 많은 의사, 병원과 관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프로그램 영역을 더 확장하고 싶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원하는 의사에게 도움을 주거나 약사 등 다른 직역을 대상으로도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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