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아닌 ‘간호사법’…“간협 신경림 회장과 간무사 처우 논의할 것”
“전문대 간무사 양성, 차별 조장 아닌 간무사 역량 발전 위한 방안”

대한의사협회 등 10개 보건의료단체가 간호법 제정 반대 목소리를 연일 높여가고 있다. 임시국회가 열린 지난 7일에도 국회 앞에 모여 간호법 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4월부터 간무협을 이끌게 된 곽지연 회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국회가 10개 보건의료단체 의견을 무시하고 간호법 심의를 강행한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면적인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곽 회장은 간호조무사의 처우 개선안이 담기지 않은 간호법에 반대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는 있다고 했다. 같은 간호 인력이기에 상생하며 발전을 이루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간호조무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간호조무사 스스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

이에 곽 회장을 만나 간호조무사들이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유, 그리고 간호조무사 역량 강화 및 처우 개선을 위한 간무협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 회장에 선임되기 전부터 간호법 제정 저지에 앞장서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간호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 집행부에서도 간호법저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왔다.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만큼 간호법저지비대위 위원장직은 유지해나갈 생각이다. 우선 간무협은 간호조무사를 배제한 채 추진되는 간호법을 반대한다. 간호법의 취지는 간호의 질을 향상해 더 나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간호 인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간호조무사와의 논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실 간호법 내용을 보면 간호법이 아니라 ‘간호사법’이다. 간호법이라고 한다면 간호 인력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 대한 내용을 녹여내야 하는데 간호사의 지도·감독 부분만 강조하고 있다. 일정 부분에서는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를 지도해야 하지만, 간호사가 아니면 누구도 간호업무를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약화시킬 것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나누지 말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 간무협은 전문대 간호조무사과 설치,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 등이 간호법에 반영되면 이에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간협과의 협상이 중요할 것 같다.

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간협 신경림 회장이 축하 화환을 보냈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신 회장에게 만남을 제안하려고 한다. 만남이 성사된다면 간호법 중에 간호조무사를 위한 항목이 어떤 것인지 신 회장에게 들어보고 싶다. 간호법 안에는 간호조무사를 위한 처우 개선 내용이 거의 없다.

간협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아 오랫동안 간호사 처우 개선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조무사도 60년대 탄생한 이후 학제, 자격 등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환자들이 의학에 관심이 높은 만큼 간호조무사도 이에 발맞춰 발전해야 환자를 더 잘 간호할 수 있지 않겠나.

전문대 간호조무사과 설치와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은 간무협의 오랜 숙원사업이지만, 이 부분만 해결된다고 간호법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간호조무사의 처우 개선 방안 등도 담긴다면 동참할 용의가 있다.

- 전문대 간호조무사과 설치에 대해 간호조무사 양성 기관인 특성화 고등학교와 간호조무사 학원이 간호조무사 간 학력에 의한 차별이 생길 것이라며 반대했다. 

현재 고등교육법상으로 전문대에 간호조무사과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졸업 후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지 않는 게 문제다. 의료법을 개정해 전문대 간호조무사과 학생에게도 자격시험을 응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문대 간호조무사과 개설은 내부의 차별제도가 아닌 간호조무사에게 전문학사 학위 취득의 기회를 제공하고 발전을 이루는 방안이다. 간호조무사 2명 중 1명이 전문학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는데, 더 배우고 싶어도 전문대 과정이 없다 보니 사회복지학과 등 유사 학과로 진학한다. 간호조무사과가 신설된다면 간호사가 되고자 하는 간호조무사들이 굳이 다른 과를 가지 않아도 간호과 3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다.

또한 간호조무사 양성 기관들이 지적하는 바에 대해선 고민할 필요가 없다. 현재 간호사들도 전문대졸·대졸 모두 같은 현장에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들도 특별한 이견 없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감염 관리 등 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의 역량도 중요해졌다. 1년 과정은 간호조무사를 양성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며, 코로나19로 실습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에게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간호조무사들도 전문대 과정을 통해 제대로 배워야 한다.

- 간무협은 올해를 ‘간호조무사 노동 존중의 해’로 선언했다.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재 취업 중인 간호조무사 23만명 중 10만명이 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 중 상당수가 5인 미만 의원에서 일한다. 5인 미만 의원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로 연차휴가와 공휴일 보장도 어려울뿐더러 휴일 근무와 초과근무수당도 못 받고 있다.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을 위해선 모든 노동자들이 동등하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의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들은 대부분 최저시급을 받고 있다. 5년차, 10년차가 돼도 경력을 인정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가 경력을 쌓은 만큼 역량도 함께 끌어올린다면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협회에서도 적극 나서겠다.

병원급 이상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도 법정 인력 기준이 없어 유령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무자격자와 똑같은 명찰을 사용하는 등 간호조무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모든 의료기관에 간호조무사 인력 기준을 정비하고, 간호사 인력에 따라 간호관리료 차등제가 적용되 듯 간호조무사 인력 기준에 맞는 ‘간호조무사 수가’도 필요하다. 간호조무사도 의료에 동참하는 만큼 그 가치를 수가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이에 간무협에서는 현재 간호조무사노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5월 발기인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노조를 통해 간호조무사의 권익을 향상하고 우리의 목소리가 사회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간무협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선 협회의 정치력도 중요하다.

간호조무사 권리를 위해 정치력을 확장하고 이를 견인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정치 지망생을 발굴하고 양성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간호조무사 출신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도 배출해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인의 근로환경 개선을 이뤄내고 싶다.

하지만 어려운 부분이 많다. 대학에서도 똑같은 교수지만 간호조무사 출신 교수와 간호사 출신 교수로 구분하고 편견을 갖고 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앞으로 국회에 간호조무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진출하게 되더라도 그 사람의 역량으로만 판단해주길 바란다는 마음이 있다.

이와 더불어 간호조무사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주요 선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정책 제안 등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 간무협은 올해 사업목표로 교육제도 개선, 안정적인 보수교육 운영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대외적인 활동 외에도 간무협 자체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계획이 있는지.

간무협 회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임상 현장에서 유용한 교육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간호조무사가 필요한 교육 과정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점검해 상황별 교육 과정을 제공할 것이다. 3년차, 5년차 간호조무사가 이력서에 들어가는 내용이 같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간호조무사에게 각 전문과에 필요한 직무 교육을 시행해 10년 차가 됐을 때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간호조무사 역량 강화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변화를 이끈다면,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 전문대 간호조무사과 개설 등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생각한다.

- 의료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간호조무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회원들을 만나면 꼭 하는 얘기가 있다. 바로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가진 직업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간호조무사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최근 간호가 필요한 현장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만큼 임상 경력이 쌓이면 여러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본인이 소속돼 있는 곳에서 경험을 쌓고, 역량을 강화해 자존감 높고 당당한 간호조무사가 되길 바란다. 간무협도 회원 모두를 위한 성과를 거두고, 회원들과 함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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