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학회-망막학회 ‘콜라보’ ①] 한국망막학회 김중곤 회장
내과-안과 전문의 간 안저검사 자문시스템 구축 제안
“당뇨 있다면 의무적으로 안저검사 정기적으로 받아야”
“망막학회, 안저검사에 대한 환자 교육과 대국민 홍보 집중”

당뇨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망막병증’은 대표적인 실명질환이지만 당뇨망막병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안저검사’가 필수다. 안저검사는 주로 안과에서 이뤄지지만 당뇨병은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 동네 병의원에서 진단하고 치료한다. 이 때문에 당뇨망막병증이 의심되더라도 당뇨 환자를 치료하는 내과에서 안과로 의뢰하지 않으면 당뇨망막병증을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당뇨망막병증이 의심돼 환자에게 안과 진료를 권하더라도 번거로운 과정 때문에 연계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망막학회가 당뇨망막병증 예방·치료를 위해 손을 잡았다. 청년의사는 학회 대표들을 만나 두 학회가 당뇨망막병증 예방 및 치료를 위해 나서게 된 이유,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편집자주>

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망막병증은 대표적인 실명질환이다. 해외에서는 황반변성이 가장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당뇨망막병증이 실명 원인 1위로 꼽힌다. 당뇨망막병증은 혈당관리가 잘 되지 않아 망막의 혈관이 손상되면서 시력저하와 실명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족부궤양, 당뇨병신증 등과 함께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이다.

한국망막학회 김중곤 회장은 최근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당뇨망막병증은 시력저하만으로 병의 진행정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가 시력감소나 자각증상을 느끼고 병원에 내원한 경우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매우 진행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에게 당뇨가 있다면 의무적으로 안저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서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데 당뇨 1차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와 안과전문의 사이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한 키포인트(key point)가 될 것”이라며 “1차의료기관에서 당뇨로 진단된 환자가 안과로 확실히 연계된다면 당뇨망막병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 성적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과 등에서 촬영한 안저검사 사진들을 안과전문의에게 간편하게 자문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자를 안과로 의뢰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당뇨환자가 먼저 안과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당뇨망막병증 예방에 도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대한당뇨병학회와 힘을 합쳐 내과 뿐 아니라 당뇨를 진단하는 일반의, 가정의학과 의사를 모두 포함하는 1차의료기관과 안과 사이의 연계성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노인 인구 증가로 당뇨망막병증 환자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당뇨망막병증 환자 현황과 추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당뇨병 환자는 346만7,000명으로,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50%를 넘게 차지한다. 2019년 국내 당뇨망막병증 환자가 41만명에 달했으니 지금은 더 증가했을 것이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 유병기간이 길면 길수록 잘 발생한다. 당뇨 유병기간이 15년 이상인 경우에는 거의 3명 중 2명(66.7%)이 당뇨망막병증을 앓는다. 고령화 사회와 서구식 식생활로의 변화 추세 등을 생각하면 당뇨망막병증 환자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3대 실명질환은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이다. 선진국의 경우 황반변성이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황반변성은 실명 원인 2위이고 당뇨망막병증이 1위다. 당뇨망막병증에 대한 관리가 다른 나라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당뇨망막병증 종류와 검사·치료 과정은 어떻게 되나.

당뇨망막병증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는 안저검사다. 안저검사는 망막질환을 의심하고 추가 검사와 치료하게 하는 가장 기초적인 검사법이다. 당뇨망막병증 진단과정은 안저검사로 두 눈에 산동제를 점안하고 눈 속 망막 구석구석을 검사한 뒤 빛간섭 단층촬영, 형광 안저혈관 조영술, 초음파 검사 등의 추가 검사를 통해 정밀하게 진단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과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나뉘게 된다.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무증상인 경우가 많으며, 당뇨망막병증의 약 80% 정도를 차지한다.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망막에 안 좋은 신생혈관이 자라나는 단계로, 보다 심한 형태의 당뇨망막병증이다. 초기 검사에서 당뇨망막병증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인 경우에는 일 년에 한번 정도 안과 검사를 받으면 된다. 중간정도의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의 경우는 4~6개월 간격으로 검사하면 된다. 심한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이나 증식성인 경우에는 안과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자주 검사받아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해 황반에 부종이 생기는 황반부종은 스테로이드 주사로 부종을 가라앉히고,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범망막레이저광응고술로 치료한다. 안구 내 유리체 출혈이 심하거나 견인성망막 박리가 동반된 경우에는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한다.

당뇨망막병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인 질환 치료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할 경우 당뇨망막병증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고, 위험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뇨병 환자는 혈청 지질이 증가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지질 이상은 혈관 내피세포의 손상을 조장해 당뇨망막병증의 미세혈관 변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지질대사에 이상이 확인된 경우 같이 조절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당뇨망막병증은 시력저하만으로 병의 진행정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가 시력감소나 자각증상을 느끼고 병원에 내원한 경우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매우 진행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어떤 치료로도 이미 손상된 시력을 되돌릴 수 없다. 모든 치료는 실명을 막기 위한 것이지 시력을 되찾기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본인에게 당뇨가 있다면 의무적으로 안저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서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 당뇨망막병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선 검사가 중요하지만, 동네 내과의원에서 안과의원으로 검사를 연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발견하면 심각한 수준의 시력상실을 약 50~60% 정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시력에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안저검사를 받는 게 필요하다. 상급종합병원에서 내과와 안과 간 연계가 잘 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병원 내 협진을 통해서 또는 당뇨병센터와 당뇨망막클리닉을 통해서 당뇨환자들의 안저검사가 잘 되는 편이라고 본다.

문제는 동네 병의원에서 당뇨를 진단·관리 받는 대부분의 환자들이다. 현재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대다수가 당뇨 관리를 위해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동네 병의원에서 당뇨를 진단 받은 후 안과검진을 꼭 받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원간 연계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안저검사 자체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2021년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내과에서 당뇨병을 진단받고 2년간 안저검사를 1회 이상 시행한 환자는 전체 환자수의 46%로, 30대~50대 연령대의 안저검사 비율이 매우 낮았다.

- 당뇨망막병증 환자 연계를 위해 내과, 안과 등 다학제 협진체계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나.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데 당뇨 1차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와 안과전문의 사이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한 키포인트(key point)다. 1차친료를 담당하는 의사라 하면 비단 내과전문의 뿐만 아니라,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 일반의나 가정의학과 의사도 포함한다. 우리나라에서 안과전문의나 안과의원이 부족해서 안저검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1차의료기관에서 당뇨로 진단된 환자가 안과로 확실히 연계된다면 당뇨망막병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 성적이 훨씬 좋아질 것이고, 실명위험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한 대학병원에서 1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 진단 후 안저검사를 받은 환자들 중 의사의 의뢰로 첫 안저검사를 받게 된 비율은 53.7%였고, 나머지 46.3%는 내과 의사에게 당뇨망막병증 검사를 받으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 중 21.3%는 본인 시력이 떨어져서 안과에 내원했고, 당뇨에 대한 교육을 받고 스스로 내원한 경우가 14%, 대중매체에서 정보를 접하고 내원한 경우가 4.3%였다.

의사 추천으로 안저검사를 받았던 환자들을 분석했더니 1차병원(37.0%) 보다는 2, 3차 병원(85.7%) 의사의 권유를 듣고 병원에 내원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는 1차의료기관에서 당뇨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조기 안저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 내과에서 당뇨를 진단받고 얼마만큼 환자가 안과로 의뢰되는지, 안저검사를 권유받고도 안과에 가지 않는지 등의 조사는 아직 자세히 이뤄진 적이 없어 향후 이런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 당뇨망막병증 관리·치료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적 개선점이 있다면.

검사도 중요하지만 내과 의사들이 안저 사진을 보고 당뇨망막병증이 있는지, 어느 정도로 있는지, 안과 치료가 필요한지를 얼마나 잘 해석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영역이다. 내과에서 촬영한 안저검사 사진들을 내과전문의가 안과전문의에게 좀 더 간편하게 자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초기 당뇨망막병증을 진단하고 관리하는데 도움 될 것 같다. 또 내과 의사들이 안저검사 소견을 보고 당뇨망막병증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한데, 이는 망막학회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좀 더 체계적으로 환자연계에 도움 되는 정책들이 도입되면 좋겠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당뇨환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안과검진의 필요성과 검진시기 등을 통보해주면 좋을 것 같다. 해당 환자가 만일 정해진 시기에 안과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다시 통보해주는 시스템도 마련된다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환자를 안과로 의뢰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당뇨환자가 먼저 안과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광주 광산구는 당뇨·고혈압 환자가 일 년에 한 번씩 안과진료를 받으면 소정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환자들이 안저검사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경기 하남시는 10년 전부터 고혈압·당뇨 환자들의 기본 안과검사 비용을 시예산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런 곳은 실제로 지원 이전보다 안저검사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 당뇨망막병증 예방·관리를 위한 망막학회의 역할과 노력은 무엇인가.

망막학회는 1형 당뇨병인 경우 진단 후 5년 내에 안과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고, 2형 당뇨병의 경우는 1형과 달리 본인이 언제부터 당뇨를 앓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받으면 바로 안과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망막학회는 꾸준히 안저검사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앞으로도 최대한 많은 당뇨환자들이 너무 늦지 않게 안저검사를 꼭 받을 수 있도록 환자 교육과 대국민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작년부터 망막학회는 당뇨망막병증을 포함한 몇 가지 중요한 안과질환에 대한 홍보영상들을 제작한 바 있고, 이 동영상들을 배포해 내과 진료현장에서도 상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안과진료가 꼭 필요한 당뇨환자인데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명 고위험군이 된 환자들에 대한 조사와 원인분석을 시행하고, 그런 환자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홍보해야 할지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 망막학회와 당뇨병학회 간 협업계획이 있는지.

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협업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최근 당뇨병학회 측에서 요청이 들어와서 다각도로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 일단 올 한해 당뇨병학회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국민 홍보, 교육자료 배포 등을 함께 추진할 생각이다. 이는 향후 수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적인 것 외에도 환자를 의뢰하는 과정이 용이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내과에서 당뇨를 진단받은 환자를 안과로 의뢰할 때 협진의뢰서를 발행하는데, 현재 이 양식이 복잡하고 아주 자세함을 요구하는 편이라 간소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의뢰서 작성이 용이해져야 의뢰하는 내과의사나, 협진을 받는 안과의사나 서로 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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