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경영방식에 의료진 불만 폭증…의사 없어 심혈관센터 운영 중단
코로나 상황에서도 ‘연구목적’ 이유로 고가 고압산소챔버 사적 이용
이중의 원장 “연구결과 토대로 시의원들에게 홍보…IRB와 무관”

시민발의로 세워져 설립 초기부터 이목이 집중돼 온 성남시의료원이 안팎으로 시끄럽다.

성남시의료원 이중의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남 지역 시민단체들의 잇따른 성명을 비롯해 의료원 내부에서는 의료진들의 퇴직이 이어질 정도로 원장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순환기내과의 경우 모든 의사들이 사직해 현재 심혈관센터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며, 이로 인해 심혈관 질환자가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하더라도 전문의가 없어 입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의료진들이 줄줄이 확진되면서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번아웃마저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응급의료센터 내 설치된 고가의 의료용 고압산소챔버를 원장이 개인목적으로 사용하느라 주말할 것 없이 의료진들을 차출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이중의 원장은 외과·응급의학과 전문의로 2019년 4월부터 성남시의료원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3대 원장에 재선임 됐다.

성남시의료원 전경.
성남시의료원 전경.

“의료진 공백,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것”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은 최근 ‘성남시는 성남시의료원에 대한 전면적인 업무감사에 나서라’라는 논평을 통해 “원장의 일방적인 경영 방식과 소통 부재 속에 의사들이 성남시의료원을 떠나고 있다”며 “중증환자 진료의 핵심인 심혈관센터 전문의 3명 모두 병원을 떠났고, 원장 연임으로 더 많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남시민행동은 “의료진 공백은 결국 의료공백으로 나타날 것이고 그 피해는 시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공공병원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 개원 후 6년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이중의 원장 연임은 성남시의료원에 대한 포기 선언이다. 그저 그런 병원이 돼 ‘세금 먹는 하마’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 아니면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한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 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의사들이 의료원을 떠나는 이유, 의료원에 환자가 적은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무능한 경영진 때문”이라며 “이 원장은 자진 사퇴하고 성남시는 성남시의료원에 대한 전면적인 업무감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줄줄이 떠나는 의사들

성남시민행동의 지적처럼 성남시의료원을 떠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현재 순환기내과의 경우 전문의들이 모두 퇴사한 상태로 3월말까지 혼자 남아 환자를 보던 순환기내과 과장마저 최근 성남시의료원을 떠났다. 이로 인해 심혈관센터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며, 환자가 응급실에 오더라도 입원환자를 치료할 전문의가 없다보니 다른 병원으로 전원 시키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홈페이지 조직도에는 심혈관센터와 순환기내과가 명시돼 있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진료과목 안내에서는 순환기내과가 빠져있다.

의사들이 성남시의료원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복수의 관계자는 이 원장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의료진들과 고용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투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성남시의료원 A전문의는 “최근 외과 선생님 한분이 오시게 돼 의사들 카톡방에서 인사도 했는데 오신 지 얼마 안돼 ‘갑자기 나가게 돼 미안하다’고 하더라”라며 “계약서를 쓸 때 문제가 있었는지 원장과 크게 다투고 나서 그날 바로 퇴사했다”고 전했다.

A전문의는 “원장이 연임되면서 (의사들이) 계약서를 다시 쓰고 있다. 그런데 본래의 기본급와 성과급 비율이 아닌 3월부터 갑자기 성과급 비율을 과도하게 조정하더니 의사들에게 사인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계약내용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성과급 비율을 조정하려면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부터 명확해야 한다. 원장은 이에 대한 기준조차 객관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의사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장은 기본적으로 의료원 의사들을 무시한다. 비하발언은 물론 앞에 두고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면서 “수년간 공공병원 의사로 책임의식을 갖고 일했던 의사들이 떠나는 이유는 무능한 경영진 밑에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가 의료장비 개인목적 사용 의혹도 불거져

특히 일산화탄소 중독 등 응급치료를 위해 들여온 고가의 의료용 고압산소챔버를 이 원장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성남시의료원은 의료용 고압산소치료기인 ‘전면 사각 룸타입 챔버(IBEX Tetragon)’를 성남시 최초로 도입하고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고압산소치료는 일상생활 대기압(1기압)이 아닌 인위적으로 2~3기압을 만들어 인체에 100% 산소를 공급해 혈액과 조직 내에 높은 산소 농도를 유지시켜 주는 치료법이다. 일산화탄소 중독 등 응급치료 용도로 활용됐으나 최근에는 당뇨병성족부궤양(당뇨발), 방사선치료 후 조직괴사, 돌발성난청, 만성 상처 등으로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 이스라엘 연구에서 64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매일 60번 고압산소치료를 시행했더니 ‘텔로미어(telomere)’ 길이가 증가하고 노화세포가 크게 제거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텔로미어는 그리스어로 끝을 뜻하는 ‘telos’와 부위를 뜻하는 ‘meros’의 합성어로, 선형염색체의 끝부분을 구성하는 동시에 보호하고 있는 구조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중요한 유전 정보를 갖는 DNA를 대신해 사라지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의 타이머’로도 불린다. 이 타이머를 고압산소치료가 늦출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져 피부 미용 등 노화를 늦추는 치료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B전문의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원장이 고압산소치료에 관심을 보이더니 최근 진료에 참여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치료기에 자주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주말에 혼자 들어가기도 했다”며 “고압산소치료를 돕는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텔로미어 연구 목적으로 들어간다고 했다”고 전했다.

고압산소챔버는 한 번 들어가면 보통 2시간 정도 가동된다. 밖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안에서는 열 수 없기 때문에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항시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B전문의는 “결국 공휴일에도 원장님만을 위한 고압산소챔버를 돌리기 위해 의료진들이 여러 번 출근해야 했다”면서 “어이가 없다”고 했다.

성남시의료원의 고압산소치료센터는 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한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의료진들이 대거 확진되자 응급의료센터에서는 응급실과 고압산소치료센터 운영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당분간 고압산소치료센터 운영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번아웃을 조금이라도 줄여줘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역할에 집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응급의료센터장을 맡고 있던 B전문의에게 돌아온 것은 보직해임 경고였다.

B전문의는 “고압산소치료기 운영시간을 조정하자 곧바로 원장에게 호출됐다. 면담에서 ‘성남시의료원이 공공병원이고 코로나19로 한창 바쁜데 고압산소챔버를 꼭 해야 하나’고 묻자 원장은 ‘(고압산소챔버에)관심 있는 시의원들이 있다. 직접 해보고 효과 있으면 시의원들한테 권하려 한다’고 하더라”라며 “솔직히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고 했다.

그는 “시의원들을 위해 기계를 돌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더니 원장이 ‘너는 그럼 고압산소치료에서 빠져라. 그리고 보직에서 해임하겠다’고 했다”며 “원장이 공공장비를 개인 목적이 마음대로 이용하고, 기계를 돌리기 위해 휴일에도 직원들을 출근시키는 게 과연 맞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원장이 말하는 텔로미어 연구가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임상연구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친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IRB는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연구 대상자의 권리·안전·복지를 위해 연구의 윤리적·과학적·의학적 측면을 심의하고 연구계획을 승인하는 자율적 독립 기구다. 임상연구를 하려면 IRB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는 “연구계획서도 없이 임상연구를 하는 것은 같은 의사가 봤을 때 불법의료행위”라며 “응급의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는 분이 텔로미어에는 왜 그렇게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도 벅차다. 코로나19 사태가 막바지에 달하면서 다른 필수의료 대응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 원장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 “원장의 독선적인 태도에 의사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병원 비방하는 나쁜 사람들…IRB 거쳐야 하는 연구 아냐”

성남시의료원 의사들의 단톡방에도 원장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는 성남시의료원 의료진 4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의료진 40여명이 참여 중인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사진제공: B전문의)

카카오톡 채팅방 익명의 한 의료진은 “연구 등록, 환자 선정 등 아무 것도 없는데 연구 운운하는 것부터 횡포이자 갑질이며 배임”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의료진은 “본원에는 IRB가 엄연히 있는데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는 걸 거짓말 하고 있다”며 “이런 분이 병원을 운영한다는 게 말이 되나”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중의 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 “악의적으로 병원을 나쁘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이 원장은 “그들의 제보로 여러곳에서 전화가 오는데 전화로 다 설명하기는 곤란하다”며 직접 만나 해명할 뜻을 내비쳤다.

고압산소챔버와 텔로미어 간 연구가 IRB를 통과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IRB (통과)하는 그런 연구, 실험이 아니다“라며 "휴일에 치료기에 들어간 적은 있지만 이 또한 연구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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