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문변호사에게 듣는다 ①] 동진 전선룡 변호사
3.10 집단휴진부터 2020 파업까지 "의사 사회 권리 행사 못 했다"
'자율규제'로 '사회적 규제' 넘어서야…"개방성과 주체성 갖길"
전문가집단 폐쇄성 극복하고 정책 전문가 활동도 확대 되길

의사와 법의 관계가 ’의료법‘을 넘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의사 면허관리와 자율규제 논의가 오가고 간호법과 수술실 CCTV설치법이 다시 등장해 의사 사회를 뒤흔들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개원가까지 영향을 미치고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청년의사는 의료전문변호사를 찾아 의사 사회에 쏟아지는 법과 규제를 헤쳐나갈 방안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주>

"'의사가 감히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사회적 규제'가 의사 사회를 억누르고 있다. '자율규제'를 통해 의사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

의사 사회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온 법무법인 동진 전선룡 변호사가 내린 진단이다.

전 변호사는 '의사와 가장 가까운 변호사' 중 한 명이다. 대한의사협회 제40대 집행부에서 3년간 법제이사로 활동했고 이전에는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법제실장으로 일했다. 법제이사직을 내려놓고 지난해 법무법인 동진에 합류하면서 '본업'으로 돌아왔지만 의협 법제이사와 법률 고문으로 활동하며 의료계와 계속 연을 맺고 있다.

지난 2020년 파업 당시 핵심 인사 중 하나였던 전 변호사는 "의사들이 한 번도 자기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며 이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7년 법정 공방 끝에 지난해 막내린 '3.10 집단휴진'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법원은 전문가 집단의 '정당한' 의사표명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고 의료계는 법원 판결을 환영했지만 전 변호사는 "단 한 번의 승리였다. 그것도 아주 늦은 승리였다"며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전 변호사는 "'의사가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는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말이 정말 '정당성' 있다고 판결받는데 7년이나 걸렸다"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1~2년 안에 결론이 나야 할 문제였다. 사법부나 검찰이 정치적 재판을 했다고 본다. 오히려 유감스러운 일이다"라고 했다.

검찰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언제든 비슷한 이유로 의료계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 전 변호사 생각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의료와 의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라고 했다. '어떻게 의사가 파업을 하느냐'는 국민의 의식이 가장 큰 '규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국민은 의사의 업무가 공익성을 띄기 때문에 일부 제한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의사의 희생만 강요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정말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누구나 집단행동할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동진 전선룡 변호사는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직을 수행하며 지근거리에서 의사 사회를 지켜온 법조인 중 한 명이다.
법무법인 동진 전선룡 변호사는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직을 수행하며 지근거리에서 의사 사회를 지켜온 법조인 중 한 명이다.

'자율규제'는 위기 극복 단초…"그만큼 호응 없던 것은 아쉬워"

의사 사회와 유리된 국민 정서를 다잡고 외부 규제를 막을 방안으로 첫 손에 꼽은 것은 '자율규제'다. 각종 비위와 비윤리적 행위를 의사 사회가 먼저 나서서 정화하고 동료 의사의 자격과 면허 유지를 함께 평가하자는 것이다. 

이런 '자율규제'는 전 변호사가 의협 집행부로 일하면서 특히 관심을 쏟은 주제다. 전문성이 부족한 정부 규제보다 더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를 내리면서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징계를 외부에 맡기니 의사가 공무원의 '지배'를 받는다. 행정명령으로 고유한 의료행위가 제한받고 있는데 그 '정당함'의 판단 근거를 관료가 거머쥐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의사들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복지부에서 공문만 나와도 무서워하는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지난 2016년 '전문가평가제'를 시범 도입하고 의사 사회에 자율규제가 자리잡을 기반 조성에 힘써왔다. 의협 산하에 면허관리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꾸준히 추진해왔다.

그러나 전 변호사가 실제 집행부에서 일하면 느낀 현장의 정서는 조금 달랐다고 했다. 같은 동료의사에게 자격을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의협 산하에 면허관리와 자율규제 기구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생각보다 더 적극적인 공감을 사지 못해 아쉽다고도 했다.  

전 변호사는 "일부 의사들은 진료 행위를 비전문가인 관료가 통제하는 것은 당연하고 동료와 전문가단체가 평가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능력과 권한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전선룡 변호사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의료계에 법과 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의 참여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선룡 변호사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의료계에 법과 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의 참여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사 사회 폐쇄성 벗어나 정책과 시스템 전문가 많아져야

전 변호사는 의사 사회가 폐쇄성은 물론 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저조한 관심 같은 전문가집단 특성을 벗어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변호사는 "자신이 소속된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의사 사회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자고 애써 노력하는데 '굳이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선에서 그치면 안 된다"고 했다.

의료 정책과 법 제정 매커니즘에 정통한 전문가가 많아져야 한다고도 했다.

전 변호사는 "의외로 현장에 그런 전문가가 많지 않다"며 "구조적으로 어렵기도 하다. 의사들이 진료 보고 가르치면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의료계에 '정책을 공부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진료 대신 공부하고 현장을 돌고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의료계에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의료계와 법조계의 협업이 더 활발해지길 기대했다. 

전 변호사는 "정책을 만드는 과정은 의사 '업'에 대한 전문성 외에 정책 설계 그 자체에 대한 전문성을 요한다. 말하자면 정책이 더 잘 받아들여지고 더 잘 실행되기 위한 '각색'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는 곧 법조인의 '업'이기도 하다. 앞으로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그런 역할을 맡아 의사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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