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진 평가 결과, 민감도 16.7%인 제품도
“회사 제출 서류만 보고 허가…사후 평가도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체계가 신속항원검사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유통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조사 제출 자료만으로 신속항원진단키트 시판을 허가한 뒤 손 놓고 있다는 것이다. 사후 평가 체계마저 없어 민감도가 10%대에 불과한 키트가 현장에서 코로나19 진단용으로 사용되지만 거르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 허가로 시판된 자가검사키트는 총 9개이며 전문가용 신속항원진단키트는 총 24개다. 자가검사키트 9개 중 6개는 올해 2월 허가받았으며 전문가용 신속항원진단키트 5개도 올해 허가됐다.

의료 현장에서 민감도가 너무 낮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키트는 A사 제품이다.

실제로 독일 연구진이 유럽 CE 인증을 받은 코로나19 신속항원진단키트 122개의 민감도를 평가해 비교한 결과, A사 제품은 민감도 16.7%로 ‘기준 미달 제품’으로 분류됐다.

독일 베를린보건연구소(Berlin Institute of Health, BIH) 등이 7개 신속항원진단키트 성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A사 제품은 45개 검체 중 4개 검체만 제대로 검출하는 등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식약처 허가를 받고 국내에 출시한 제품은 독일 연구진이 평가했던 제품보다 성능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이 키트는 특이도 100%, 민감도 90.2%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A사 제품 외 다른 키트들도 식약처 허가 상으로는 민감도 90% 이상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신속항원검사가 민감도가 낮긴 하지만 특정 제품은 낮아도 너무 낮다”는 말이 나온다. 

사후 평가 체계가 없다보니 성능이 떨어지는 키트를 퇴출할 방법이 없어 신뢰도가 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기호 교수는 지난 2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신속항원검사는 양날의 칼이다. 편리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감염 초기 2~3일은 놓칠 수 있기에 방역 조치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대응TF 간사다.

홍 교수는 “식약처는 현재 시판 중인 제품들 모두 성능이 우수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식약처는 회사가 제출한 서류만 보고 검증하고 있다. 사후 평가도 없다”며 “자가검사키트는 지난 2월 집중적으로 승인됐는데 그 품질을 검증할 체계도 없어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독일에서 평가한 자료에서 국산 제품 중 좋은 등급을 받은 게 없었고 기준 미달인 제품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자가검사키트는 쉽게 허가하면서 PCR 검사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대용량 자동화 장비 도입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의료기관에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속한 검사를 통해 조기에 코로나19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항바이러스제나 중화항체를 투여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며 “그런데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PCR 검사를 대량으로 할 수 있는 자동화 장비를 수입해야 하지만 식약처가 이를 허가해주지 않고 있다”며 “의료기관 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하지만 식약처가 승인을 해주지 않아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 직무유기라는 말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진단검사의학회도 최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전문가와 협의해 정확도 높은 PCR 검사를 최대한 확대하는 방법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며 ▲식약처의 대용량 자동화 PCR 장비 신속 심의 후 도입 ▲구인두도말 검체 사용 ▲비필수 검사 인력·자원 코로나19 PCR용 전환을 제안했다.

또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하려면 “철저한 방역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가항원검사는 80% 이상 감염을 놓칠 수 있으므로 이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이 준비돼야 한다”고 했다.

자가검사키트 허가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승인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질병관리청이나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자가검사키트를 비롯해 신속항원진단키트에 대한 관리체계가 없는 것 같다. 진단업체가 제출한 시험 서류만 보고 승인해주고 검증하는 체계도 없는데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진단검사의학회도 자가검사키트 허가 기준을 마련하는데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기준은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게이트 수준으로 번질만 한 문제”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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