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맞지만 ‘의료체계’ 정비 안된 시점서 ‘시기상조’
2급 하향 시, 치료비 및 생활비 지원 사라질 가능성 커
법정감염병 하향 조정, ‘감염병 위기경보’ 영향 미칠 수도
이재갑 교수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논의…의도 불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연일 수십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코로나19의 법정감염병 등급을 현행 1급에서 2급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오미크론 치명률이 계절 독감 수준(0.05~0.1%)으로 낮아졌다며 오미크론 정점이 지나고 나면 유연하고 신속한 의료대응이 가능하도록 법정감염병 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1급 감염병은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 우려가 커 즉시 신고나 음압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 조치가 이뤄지며, 검사비와 치료비 등도 국가에서 전액 지원한다. 에볼라바이러스 등 17종이 1급 감염병에 포함된다.

코로나19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란 법률’ 내 감염병 분류에 따라 지난 2020년 1월부터 ‘신종감염병증후군’으로 1급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2급으로 전환되면 현행 검사·진료·방역 체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결핵이나 수두, 홍역과 같은 2급 감염병으로 조정되면 의료진 등은 확진자 발생 즉시가 아닌 24시간 내 방역당국에 신고하게 된다.

또 2급 감염병 21종 가운데 11종만 격리 의무가 있어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도 사라질 수 있다. 격리 의무가 해제되면 그 동안 정부가 부담하던 치료비와 생활비 지원도 함께 없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정점이 언제일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코로나19 법정감염병 등급 조정을 추진하고 나서자 그 이유가 진료비 부담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코로나19 등급을 낮추려는 데는 치료 비용을 개인들에게 부담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며 “1급 감염병에 대해서는 국가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지만 등급을 낮추면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재정 지출을 극도로 꺼려 왔다”고 말했다.

더욱이 법정감염병 등급이 하향 조정될 경우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까지 낮아져 총리실 산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꾸려진 방역체계 거버넌스도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우리나라 감염병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네 단계로 구분되는데, 정부는 지난 2020년 2월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로 격상하면서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중대본을 설치했다. 중대본 산하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코로나19 방역 컨트롤타워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지난 18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법정감염병 등급 하향) 방향은 맞지만 지금 꺼내서는 안 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법정감염병 등급을 낮추면 중대본과 방대본을 유지할 근거가 없어지니 해체되면 거버넌스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적어도 토착화 돼 엔데믹이 된 상황이면 당연히 그렇게 가야겠지만 비용이 많이 드니 감당하기 힘들어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논의를) 꺼낸 것은 의도가 불순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료체계가 정비가 돼 있고 모든 확진자들을 격리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사람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또 중증환자 배정 등이 문제 없이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낮춰도 된다”며 “하지만 “법정감염병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감염병 전담병원에 투입되는 손실보상을 다 빼야 하는데 병상 운영 자체가 음압격리실 수가로만 운영돼야 하는 상황이 되면 민간병원들이 계속 (음압병상을) 운영할 것인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단순히 확진자가 늘어 예산이 많이 나가니 잠깐 법정감염병 등급을 낮춰도 된다는 건 너무 큰 프레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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