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의료원 중 유일한 흉부외과 의사 박준석 과장
“힘들지만 보람 있고 후회 안돼…희소성 인정 받아야”
“수가가산 제도만으로 흉부외과 지원 유인책 될 수 없어”
“흉부외과 같은 필수과, 존중받는 세상 오도록 노력할 것”

“결핵, 염증성 폐질환 환자들 중에는 몇 개월씩 입원이 필요한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지 않은 분들도 많죠. 개인적으로 이런 분들을 위해 병원에 지정기탁으로 기금을 만들어 도움을 드리곤 했어요. 상대적 소외계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던 차에 성남시의료원이 개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직을 결심하게 됐어요.”

성남시의료원 흉부외과 박준석 과장은 경기도 내 의료원에서 유일한 흉부외과 의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초 동료 의사들의 만류에도 7년간 일하던 분당차병원의 조교수 자리를 박차고 성남시의료원으로 왔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박준석 과장은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버지도 저한테 그러셨어요. ‘왜 혼자 여기 와서 미친 듯이 일하느냐’고. 그런데 저는 이직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라며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의료원 흉부외과 박준석 과장.
성남시의료원 흉부외과 박준석 과장.

‘내과 박원장’이 있다면 성남시의료원에는 ‘흉부외과 박과장’ 있어

일복이 많은 걸까. 박 과장은 경기도 내 의료원에서 유일한 흉부외과 의사인 만큼 이직하자마자 코로나19 위기가 덮쳐오면서 60일 중 열흘도 집에 못 갈 정도로 바쁜 삶을 살아야 했다. 최근에는 집에 가는 시간도 줄이기 위해 병원 바로 앞에 있는 원룸으로 이사까지 했다. 성남시의료원은 개원 초기부터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박 과장은 “처음에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공급장치)가 병원에 딱 한 대 있었다. 나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에크모 장비를 두 대 더 들여와서 지금 세 대가 돌아가고 있다”며 “(코로나 중환자가 많았던) 작년 12월에 전담간호사와 매일 에크모를 돌려야 하는 상황까지 돼 1월 중순까지 집에 가지 못하고 병원 당직실에서 먹고 자고 생활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중환자 전담의사와 함께 중환자실을 열고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까지 코로나 진료의 전 영역을 담당할 수 있었던 건 병원에 흉부외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박 과장은 “시 의료원인데 흉부외과가 있어서 상급병원도 잘 보기 힘든 중환자를 보고 있다”며 “응급수술도 지금까지 못 한 적 한 번도 없다. 우리 병원이 코로나 환자를 안 봤으면 응급수술이 더 많았을 거다. 심한 자상 등 긴급한 응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비교적 적었지만 초응급 환자가 몇 명 있었는데 그 환자들도 다 수용했다”고 했다.

박 과장은 흉부외과 의사를 뽑아서 실력에 걸맞은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공립의료원에도 충분히 흉부외과가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의사와 병원의 장기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과장은 “(공공병원에서) 흉부외과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상당히 많은 투자와 설비, 인력이 있어야 한다. 의료원이 공공성을 띄고 있는 병원이라 할지라도 수준 자체를 높이 끌어올려서 병원이 추구하는 수익성과 공공성,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된다”며 “성남시의료원이 흉부외과를 열어서 다른 병원에서 안 보려는 환자를 보고 있는 것처럼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루 이틀 아닌 흉부외과 전공의 부족…“대우 더 좋아져야”

‘흉부외과는 외과의 꽃’이라는 말이 있다. 없어서는 안 될 필수과지만 흉부외과 의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흉부외과의 전공의 부족 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본지가 2022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전국 수련병원 55곳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지원율은 31%를 기록했다. 흉부외과 전공의를 모집한 수련병원 37곳에 총 62명이 배정됐지만 지원자는 19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정원 확보에 성공했던 병원들조차 정원이 미달되면서 지원율은 40%대에서 31%로 떨어졌다.

흉부외과 전공의 모집 수련병원 37곳 가운데 정원을 채운 병원은 단 7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30곳은 미달인 셈이다. 빅5병원 중에서 서울대병원만 모집 정원 4명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우리 다음 세대의 흉부외과 의사는 없을 것”이라며 “그 때가 되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과장은 “이제는 살인적인 수준의 노동을 하면서 흉부외과 할 의사들은 없다. 누가 힘든 삶을 좋아하겠는가. 드라마에 나오는 흉부외과 의사들은 되게 멋있게 나오는데 막상 지금의 흉부외과 의사들의 위상은 어떤가”라고 반문하며 “흉부외과는 아주 극소수의 나 같은 약간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만 하는 과가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흉부외과 수가가산 제도’는 흉부외과 지원 유인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전공의 지원율이 저조한 흉부외과·외과 의료인력 수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2개과를 대상으로 전문의수가 가산제가 실시됐다. 이 중 흉부외과는 201개 처치 및 수술 의료행위에 대해 100% 가산한 수가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가산금으로 소요되는 국가 재정은 매년 600억원이 넘는 것에 비해 전공의 충원율 증가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흉부외과 및 외과 전문의 수가가산 제도 개선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도별 흉부외과 전문의 가산금은 2010년 613억원, 2011년 555억원, 2012년 684억원, 2013년 713억원, 2014년 791억원이었다. 정부는 제도 시행 당시 흉부외과 가산 수가제도로 인한 연간 소요재정을 486억원으로 책정했으나 매년 실제로 소요된 재정은 예상범위를 초과했다.

그럼에도 재정 투입량에 비해 기대했던 전공의 수급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제도 시행 후 1년차 흉부외과 전공의 충족률은 2010년 47.4%, 2011년 36.8%, 2012년 38.3%, 2013년 46.7%였다. 제도 시행 전 충족률이 2006년 48.1%, 2007년 46.6%, 2008년 43.6%, 2009년 26%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

박 과장은 “흉부외과 가산금으로 돈을 더 줬지만 교수 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흉부외과 하겠다는 사람은 더 줄었다"며 "이제 돈으로 유혹하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 세대까지는 가혹한 노동을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였다. 전공의 없어도 환자를 위해 일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힘들게 일할 흉부외과 의사는 없다”고 했다.

이어 “흉부외과 의사는 희소성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흉부외과 의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절실하다”고 했다.

박 과장은 흉부외과가 어디에서나 대접받는 과가 되고 또 후배 의사들이 흉부외과를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선배 의사로서 노력하겠다는 남다른 각오도 전했다.

박 과장은 “학문의 깊이가 깊고 임해야 하는 자세도 남달라야 해서 흉부외과는 외과의 꽃 아니면 의학의 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후배들한테 흉부외과 하라고 이야기하기가 힘들다”며 “교수할 때 흉부외과 하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은 계속 있었다. 그런데 3~4학년 쯤 되면 절대 안 하겠다고 한다. 현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흉부외과 같은 필수과가 존중받는 세상은 언젠가 올 것이다. 가혹한 삶을 살지 않아도 흉부외과 의사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자기 일을 하면서 정말 대접받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며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좋은 흉부외과 의사로 사는 것이 너무나 가혹해서는 누구도 그 삶을 꿈꾸지 않을 것이다. 좋은 의료원이 되기 위한 길에 너무 벽이 많다면 아무도 그 길을 가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한두 명의 싸고 좋은 의사, 한두 군데의 싸고 좋은 병원보다 계획적이고 이성적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를 통해 양성된 좋은 의료시스템으로 훨씬 더 능률적이고 생산적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차기 정부에서는)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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