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 청소년 소셜미디어데이터 자료 분석
코로나 이후 공부 의지 늘었지만, 스트레스·우울감 늘어
자해 경험 공유하는 청소년들…“부모, 공감하고 감정 수용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수업과 재택치료가 자리 잡았지만 이에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성적 부진 등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청소년들이 적지않다. 실망은 좌절로 이어지고 불면증이나 우울감, 불안장애 등을 호소하며 급기야 자해하는 청소년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가정 내 케어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1년 반 전부터 4000만 건 이상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 올린 데이터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를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 반 자료와 비교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김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이후의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데이터자료를 비교 분석해 청소년들이 SNS에 주로 사용한 언어나 검색단어를 바탕으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진단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김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이후의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데이터자료를 비교 분석해 청소년들이 SNS에 주로 사용한 언어나 검색단어를 바탕으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진단했다.

김 교수는 자연어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이후 청소년들이 온라인 소셜미디어 상에서 쓰는 표현들이 어떻게 달라졌나 알아본 결과,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에 접속하는 시간이 늘면서 문서들의 양이 증가했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청소년들 사이에서 ‘갓생’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됐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영어 ‘갓(God)’과 ‘인생’을 합친 말로, 불확실한 먼 미래를 생각하기보단 현실에 집중하면서 성실히 생활하고, 생산적으로 계획을 실천해 나가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른바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의미한다. 이는 주로 MZ세대가 커뮤니티 등에서 사용하는 신조어다. 학교에 가지 못하더라도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하루 계획을 잘 짜서 생활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의지는 오히려 코로나 이후에 증가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 환경이 청소년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다”며 “스트레스는 좌절감으로 바뀌게 되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검색하는 양도 늘었다고 했다. 김 교수의 ADHD 청소년 외래 환자 중 67%가 코로나 이후 상태가 악화됐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2021년 ADHD 검색량이 2019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자책하는 청소년들이 늘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아이가 반항적이게 됐다거나 게임에 대한 집착들이 늘었다는 보고들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체활동이 줄면서 수면문제(불면증)를 호소하는 청소년도 늘었다.

김 교수는 “청소년들이 수면문제를 해결할 가장 빠른 방법을 원하다 보니 수면제 등 약을 찾는 경향이 늘었다”며 “이외에도 편두통, 우울감, 불안장애 등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적지않다”고 했다.

특히 자기과시와 감정조절을 목적으로 한 자해가 늘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자해는 2017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늘기 시작했고 이는 코로나 사태 이후 더 증가했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해를 과시하는 듯한 사진이 올라와서 그게 청소년들 사이에서 퍼지고 서로 자해 경험을 공유하며 자신의 힘든 상황에 대한 공감을 받기도 하며 누군가의 관심을 끄는 형태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부모님에게 혼나고 통제 받을까봐 자해를 들키고 싶지 않아 했는데 이는 자신의 우울감이나 힘듦을 부모님과 나누기를 힘들어 하는 것”이라며 “자해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감해주고 감정을 수용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자살·자해 문제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상담을 받은 청소년이 5년 새 4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펴낸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2021년 전국 238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자살·자해 지원서비스 및 상담 건수는 8만7,458건이다. 이는 2015년 2만2,932건의 3.8배 수준이다. 또 같은해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의 자살·자해 상담 건수는 7,860건으로 2015년(1,456건)에 비해 5.4배 증가했다.

김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재택치료가 확대되면서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 것이다. 따라서 정서발달이나 기분조절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가정 내에서 적절히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 아이가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동학대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실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 빈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1만2,619건이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해마다 늘다가 2020년 1만6,149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도 1만9,582건에 달한다.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거나 조사받은 건수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9년 4,645건이던 검거 건수는 2020년 5,551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는 8,392건을 기록했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가운데 8명은 ‘부모’였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된 가해자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부모가 7,689명으로 전체의 83.6%를 차지했다. 2020년에도 아동학대 가해자 중 부모의 비율은 77.5%(4,780명)로 가장 높았다.

김 교수는 “건강하고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조차도 아이에게 거친 말을 하고 아이가 보이는 반항적인 행동이나 공격적인 말투에 대해서 맞대응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부모가 알코올 중독 문제를 가졌다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아이를 학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낙인과 차별의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문제는 어른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으로서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부모와 선생님 교육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는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아이에 대한 청소년들의 낙인이나 편견은 많이 줄었다”며 “예전에는 정신건강 문제는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일로 치부하고 그런 아이들을 학교에서 배척하거나 친구로 사귀지 않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청소년 스스로 ADHD 등 정신건강 문제를 찾아보고 도움 받기를 원할 정도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어른들이다. 어른들은 지금도 자기의 아이나 교육하는 학생에게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고 하면 적극적인 치료 연결보다는 부정적으로 낙인 찍고 배척하는 것이 많이 남아 있다”며 “(어른들이) 아이의 문제를 수용하고 옹호하고 함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학회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부모 교육이나 학생정신건강사업 등을 통해 많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발달장애 중앙지원단장으로서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는 발달장애인의 효율적인 의료서비스 이용과 행동문제 치료를 위해 복지부 장관이 발달장애인법에 의거해 지정하는 의료기관이다. 현재 한양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인하대병원,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전북대병원, 서울대병원, 연세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성남시의료원, 부산 온종합병원 등 10곳이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로 지정돼 있다.

김 교수는 “발달장애인들이 더 좋은 양질의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 지역 센터장들과 자주 모이고 협력하며 치료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꾸준한 연구와 치료법 개발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정신과는 아이들만을 도와주는 곳이 아니다. 아이와 부모, 선생님 모두를 도와주는 곳”이라며 소아청소년정신과가 ‘가족정신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아이가 좋아지려면 아이 스스로의 변화만 갖고는 힘들다. 그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와 지도해주는 선생님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며 “어른이 변하는 것은 아이가 변하는 것보다 힘들다. 많은 시간과 본인의 결심,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이의 문제는 부모 양육의 문제와 관련돼 있고 이는 부모의 어릴 때 경험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를 깨닫게 하기 위해 도와주고 결과적으로 아이와 부모 모두 좋아질 때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그래서 ‘가족정신과 의사’라는 말이 우리(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의 일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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