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간담회 내내 “대화·협상 우선” 강조
“일방적 악법 강행 시 특단의 강경책 모색”
대선 앞두고 “정치 역량 키워야 한다”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줄 정도로 보건복지부와 소통이 잘 되고 있다.”

대화와 협상을 강조해 온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평가한 현재의 의정 관계다. 원격의료나 공공의료 강화 정책 등 의료계와 이견을 보이고 있는 보건의료정책도 “충분한 협의와 대화”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6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도 기존에는 ‘톱다운 방식(top down)’이 많았지만 현재는 대화로 풀어가고 있다고 했다.

간호법 등 의료계가 반대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 국회에 대해서도 “협상과 대화가 우선”이라고 했지만 “악법과 악제도를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더 이상 신사적일 필요는 없다”며 강경한 모습도 보였다.

이른바 ‘악법’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의협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2명을 대외협력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수석보좌관이었던 고재경 이사와 정양석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보좌관이었던 김수철 이사다.

이 회장은 “오늘(26일)도 국회에 다녀왔다. 요새 국회에 다니는 일이 많다. 당정청과 소통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정치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지난 26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신년간담회에서 새해 회무 방향과 의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지난 26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신년간담회에서 새해 회무 방향과 의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새해에 역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산적해있는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고자 한다. 우선 의료계를 더욱 힘들게 하는 각종 법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데 집중하겠다. 당면한 간호단독법(간호법),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보험업법 개정안), 특사경법(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 의료인 면허결격 사유 확대 관련 의료법 개정안 등 의료계를 옥죄고 국민건강에 역행하는 각종 악법과 악제들에 대응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

또한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을 지킨 회원들에게 마땅한 보상이 따를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힘쓰겠다. 수많은 보건의료 분야 정책과 제도 마련에 있어서 의협을 비롯한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 오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올바른 의료정책이 채택될 수 있도록 정책 제안을 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대선 정책제안서를 마련했지만 여야 대선 후보들이 발표하는 공약에는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각 후보 캠프와 얘기하고 있다. 당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반영되기 힘든 내용들도 있다. 하지만 정의당과도 소통하고 있다. 대학병원 분원 설립으로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필수의료과가 붕괴되고 있다는데 (대선 후보들도) 공감하고 있다. 우리의 정책 제안이 100% 공약에 반영되긴 힘들지만 꾸준히 의견을 보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간호법, 공공의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등 보건의료정책에 관심을 갖고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공약 내용을 검토해 보면, 해당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부족해보이고, 의료계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게 드러난다.

대선 후보들은 책임의식을 갖고 세심한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 대선 후보 캠프에 전문가단체로서의 의견을 전달할 준비가 돼 있다. 원칙적으로는 소통과 대화를 우선해 당정의 움직임에 대응해 나가겠지만, 사안에 따라 강한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이어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탈모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제시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건강보험재정이 감당할 수 있을지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 의협이 직접 관여하기보다 피부과 등 여러 곳에서 의견을 주고 있다.

-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가 1만3,000명 넘게 발생했다. 코로나19 대응체계,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보건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증 환자가 증가하면 병상 등 한정된 의료자원으로는 모든 환자를 돌볼 수 없기 때문에 재택치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전담병원에서 모든 재택치료자를 관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의원급 재택치료가 중요하다. 서울시의사회가 마련한 의원급 재택치료 서울형 모델은 제대로 된 매뉴얼만 확립된다면 미래 신종 감염병 출현에 대응하는 표준체계를 구축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이 최소한의 오류를 겪기 위해 이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 끝에 진행돼야 한다. 의료계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이어나갈 수 있는 대화 창구가 열려 있어야 한다.

전문가단체나 의협과 소통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톱다운 방식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집행부 들어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줄 정도로 복지부와 소통이 잘 되고 있다. 섭섭한 부분이 있어도 대화로 푼다. 국민을 위해 정부와 소통해서 문제를 풀어가겠다. 잘못된 방역을 따지는 것보다 역량을 총 동원해서 난국을 풀고 국민 생명을 지키겠다.

-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진료 활성화, 공공의료 강화 정책 등이 추진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와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사항은 지난 9.4 의정합의에 따라 논의를 일체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정부-의료계 간 구성된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기로 한 만큼 이를 준수해야 한다.

특히 비대면 진료의 경우 촉진, 타진, 청진 등을 통해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진단할 수 있는 대면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며, 안전성이나 효과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국민건강에 커다란 위해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감염병 대응 강화와 의료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공병원, 공공의료인력 양성 등을 통한 공공의료 확충을 이야기 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공공의료가 취약한 이유는 공공의대가 없거나 공공병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이해와 존중 부족, 그리고 낮은 처우로 인한 공공부문 종사 기피 등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협의와 대화라고 생각한다. 국민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에 있어 타당성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될 것이 아니라 상호 간의 진솔한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

- 투쟁보다는 협상을 위주로 한 집행부라는 확실한 노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의료계가 반대해 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거나 발의되고 있다.

진실된 목소리는 반드시 전달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협상과 대화의 방법을 우선적으로 한다. 명분 없는 목소리는 아집일 뿐이며 논리 없는 목소리는 억지이기에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수많은 현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논리를 개발하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확실한 명분과 논리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반박이 아닌 무(無)지성과 비논리로 일관하며 악법과 악제도를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더 이상 신사적일 필요는 없다. 원만한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특단의 강경책을 모색해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명분과 당위성을 확보한 후 과감히 투쟁 모드로 전환할 복안도 갖고 있다. 41대 집행부는 의료환경을 악화시키고 국민건강에 위해를 초래하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국회의원 보조관 출신을 영입해 대외협력이사로 선임했다. 현재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

의협 회장 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말했던 것 중 하나가 의협의 정치 역량 강화였다.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법안들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정치권 대응력에 대한 한계를 크게 느껴 정치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대화와 소통은 물론 당정과의 스킨십을 통해 의료계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때문에 의료계와 당정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등용했다. 두 분 모두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발휘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간호법 제정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간호사 처우 개선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처우 개선은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보완하면 된다.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의료법에 기반을 둔 현행 보건의료체계에 큰 혼란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의협은 10개 보건의료단체 연합으로 공동 대응은 물론, 자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간호법 제정을 사전에 저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간협의 당정 압박 수위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간호법 제정을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10개 단체의 명예와 진정성을 손상시킨 것은 매우 유감이다. 14만 의사는 물론이고 80만 간호조무사와 120만 요양보호사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도 문제다. 세계 96개국에 간호법이 존재하고 있다면 그 국가 리스트를 공개해야 한다.

간호단독법 제정을 저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지속적으로 행동하겠다. 오는 2월 중순경 10개 보건의료단체와 함께 대한문 앞에서 궐기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의료계는 대외적으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의협이 정부와 국회에 의사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올바른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주기를 기대하며 때로는 아쉬움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의료에 대한 정부와 국회와 국민들의 눈높이를 고려해가면서 지혜롭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경우가 많다. 대화와 협상 테이블이 최대한 자주 마련되도록 하겠다. 보건의료정책의 수립과 시행은 반드시 전문가단체와의 충분한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꾸준히 각인시키겠다.

의사들이 신뢰받기보다 기득권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다. 전문가단체로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데 힘을 써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의협이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신뢰받을 수 있는 전문가단체로 다시금 거듭날 수 있도록, 회원들께 성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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