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64년 이미 ‘의사과학자’ 중요성 인식
학교 교육-기관 지원-기업‧재단 자금 3박자 맞아야
늦었지만 바른 진흥원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우리나라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9년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화 됐다.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은 크게 전공의 연구지원사업과 전일제 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공의 연구지원사업'은 2019년 이후 매년 50명, 박사학위과정 지원사업은 2020년 착수 이후 매년 30명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시작했을까.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고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의 역사는 꽤 길다.

1964년 이미 시작된 미국의 의사과학자 양성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The NIH Catalyst’에서는 미국의 다양한 기관이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오래 전부터 연방기관, 민간 재단, 산업체 및 국가의료기관이 나서 의사과학자의 손실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크게 ▲의대 1학년부터 시작되는 지속적인 개발 프로그램 ▲중개연구를 위해 의사들에게 연구시간 및 시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임상연구라는 오래된 개념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미국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는 미래 의사들이 의대 및 전공의 기간 동안 중개 및 임상연구 기본 원칙에 대해 철저한 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학교육인증기관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해당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요구사항을 제정하고 민간재단은 젊고 저명한 의사과학자를 위한 새로운 상(awards)을 만들어 지원했다.

NIH도 움직였다. 의학과 기초연구를 다시 연결시키는 여러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1964년에 국립일반의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General Medical Sciences)는 MD와 Ph.D를 통합한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설립했고 지금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의대생을 위한 NIH의 또다른 장기 연구 훈련 프로그램으로는 ‘HHMI-NIH 연구 장학생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1985년에 설립되고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에서 후원하고 있다. 1997년에 설립돼 화이자(pfizer) 및 NIH 재단이 자금을 지원하는 ‘임상 연구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특히 1999년 이같은 작업들을 통합하기 위해 실험실의 기초연구가 환자에게 실제 도움이 돼야 한다는 ‘실험실에서 침대로(Bench-to-Bedside) 프로그램’을 시작한 바 있으며 2006년에는 교내 및 교외 연구원 간 파트너십을 장려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NIH는 이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임상 및 중개 연구원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보조금’

미국에서 MD-PhD 통합 학위 프로그램은 의사과학자가 되기 위한 가장 간소화 된 길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은 4년제 학사학위를 마친 후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통합 학위를 마치는데 8~9년을 더 보내게 된다.

미국에서 이 코스를 밟는 장점은 NIH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통해 의대 등록금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를 활용해 학자금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보통 학생들은 의대 2년 공부를 마치고 연구실에서 4~5년 연구한 후 박사학휘 취득을 완료한 후 의대로 돌아와 2년을 보내고 과정을 마치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통합 MD-PhD 학위 프로그램은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드물다.

미국 외 국가에서는 의사과학자가 되려면 보통 의대를 통해서 하는데, 의대 재학 당시 연구 경험이 있거나 연구가 임상실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MD 취득 의사들이 의사과학자의 길을 선택한다.

이들은 임상 훈련을 마친 후 박사학위를 취득하거나 연구 환경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의사과학자가 되는데, 많은 국가에서 임상의사가 이 경력 코스를 따르도록 인센티브를 준다.

영국에서는 의료연구위원회(Medical Research Council)와 일부 재단이 수년간의 임상 실습 및 전문 교육을 마친 젊은 임상의를 선발해 박사학위 취득을 도와주고 4년의 박사 후 연구실 실습을 지원한다.

영국에서는 이 지원 기간이 의사 과학자가 되는데 매우 중요하고 또 성공적인 멘토와 롤 모델을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드문 경우긴 하지만 일부 박사학위 과학자들이 나중에 의대에 가기도 한다. 자신의 연구가 실제 임상에서 잘 활용되도록 하려면 환자를 직접 진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며, 대규모 공동연구그룹 소속 과학자들이 이 과정을 밟는다.

해외에서도 딜레마, 임상과 연구 간 균형

NIH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성공적인 의사과학자들이 연구에 80%, 임상 실습에 20%를 할애한다. 영국에서는 임상의가 연구시간을 확보하려면 임상업무를 최대 4명의 의사과학자에게 분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1년 중 9개월을 임상의는 연구에 할애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은 내과학위 전문 분야에서 실현 가능한 얘기고 외과의가 외과기술을 유지하려면 임상실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또한 기관에 따라 교수진에게 임상 부담을 많이 주는 곳도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하거나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때문에 의사들이 좀더 연구를 독립적으로 하는 걸 돕기 위해 일부 단기 전공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임상시간을 줄일 수 있고 연구실습을 전공의부터 시작해 박사 후 연구까지 계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의사과학자 양성에서 ‘멘토링’의 중요성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외 멘토링(mentoring)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미국 미시간의대 류마티스내과 J. 미셸 프렌버그(Michelle Kahlenberg) 교수는 2021년 8월 Nature Immunology에 기고한 ‘의사과학자의 멘토링:중요한 의무(Mentorship of physician scientists:a critical imperative)’를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에서 멘토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렌버그 교수는 “류마티즘 분야에서 멘토링은 의사과학자 커리어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방법”이라며 “멘토는 수직적인 영향력이 있다. 그들은 경력 자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초기단계의 연구자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네트워크가 구축될 수 있는 더 넓은 연구 커뮤니티에 대한 오랜 다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나의 멘토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멘토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렌버그 교수는 “그렇다면 멘토로서 개인이 의사과학자가 되고 계속 남아 있도록 격려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며 “대부분의 연수생은 과학과 환자 보는 것 모두를 사랑해서 이 분야에 진출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도전적인 학문적 의료 환경에서 그들의 성공을 돕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패키지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패사례모델링 ▲회복탄력성 강조 ▲일과 삶의 균형 맞추기 등을 의사과학자 멘토링 시 고려해야할 부분으로 강조했다.

회복탄력성과 관련해 “동료 네트워크 구축, 자기 관리 습관 만들기, 휴가 사용 장려, 건설적인 목표 설정 및 비상계획은 인생이 잘 안풀릴 때 방향을 바꾸고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중요한 도구”라며 “멘토는 회복력을 포용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도구를 공개적으로 모델링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과학자로서 일과 삶 간 균형에 대해서는 “후배 교수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냐는 것인데, 솔직히 그러지 못할 때가 훨씬 많다”며 “가족을 돌보고 보조금 마감일을 맞추고 환자 전화를 받고 서류도 작성해야 되고 회의에도 가야 한다. 균형보다는 저글링이 더 적절한 용어인 것 같다. 동시에 얼마나 많은 공을 공중에 띄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제대로,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시스템

해외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살펴보더라도 교육기관인 의대와 정부의 의사과학자 양성 의지를 바탕으로 의사과학자들이 재정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기초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복지부가 2019년부터 본격 시작한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의 핵심도 다르지 않다.

기초의학에 관심이 있는 인재들이 의대 졸업 후, 전공의 과정, 전문의 취득 후 등의 다양한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 대신 또는 전일제 박사과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게 돕겠다는 게 복지부의 생각이다.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이 비록 1960년대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한 미국과 비교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먼저 시작한 나라들의 성과를 벤치마킹한다면 그들을 앞설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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