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일산병원 중환자실서 깨어난 산모…모두가 눈물 흘려
레벨D 방호복 착용 등 쉽지 않지만, 빛 발한 부서 간 협력
김의혁 교수 “증상 발현 후 열흘 지나면 일반 산모와 똑같이 취급해야”
“백신 접종, 산모뿐 아니라 아기한테도 이로워”…정부도 접종 독려

“아기 빨리 봐야죠. 빨리 일어나세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 입원해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한 달 째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산모를 산부인과 김의혁 교수가 애타게 불렀다.

지난달 둘째 아이를 가진 임신 35주차 코로나19 확진 산모가 일산병원에 입원했다. 산모의 처음 상태는 괜찮았지만 점점 숨이 가빠지면서 산소포화도가 떨어졌다. 산소를 투입하고 스테로이드 주사와 렘데시비르를 투약하면서 상태를 지켜봤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중증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보통 산모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 뱃속에 있는 아기 건강도 나빠지게 된다. 이에 김 교수는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조산이었지만 아기도 건강했다. 그런데 산모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의료진들은 기관삽관 튜브를 제거하지 않기로 하고 의식이 없는 산모를 다시 중환자실에 입원시켰다. 산모는 중환자실에서도 출혈과 폐렴 등 증세가 계속 나빠져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ECMO)를 달게 됐다.

코로나19 확진 산모 제왕절개로 분만한 아기가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 제공: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19 확진 산모 제왕절개로 분만한 아기가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 제공: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한 달째 출혈은 계속되는데 CT를 찍을 수도 없어서 출혈 부위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과 의료진도 산모의 호전을 장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교수는 소독을 위해 산모가 있는 중환자실에 들어가서 큰 소리로 “얼른 일어나라”고 외쳤다. 수술 직전에 했던 “한숨 자고 일어나면 잘 끝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마지막 말이 될까봐 걱정됐던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출혈 부위를 찾았다. 수술 부위와 전혀 관계없는 장에서 출혈이 되고 있었다. 의료진은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두 시간여 동안 내시경을 통해 지혈에 성공했다. 그 이후 산모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져서 2주 전 의식을 되찾았다. 산모는 한 달 넘게 누워만 있어서 팔도 못 들 정도로 기력이 상해 있었지만 아기 사진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 기적 같은 일은 김 교수를 포함해 모든 의료진의 헌신에서 비롯됐다. 에크모를 돌리느라 수혈할 피가 부족해지자 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지정 헌혈에 동참했다.

지난 19일 기자와 만나 이번 이야기를 들려준 김 교수는 “사명감이 없었다면 아마 많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확진 산모 수술만 80번…정평 난 일산병원

일산병원은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 산모가 가장 많이 입원하고 수술한 곳이다. 그동안 340여명의 확진 산모가 입원했고 격리 해제된 산모까지 포함해 80여명이 분만했다.

지금은 1시간 만에 수술준비를 끝내지만 처음 확진 산모를 수술할 때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고.

분만 수술 전 수술실을 점검하고 있는 김의혁 교수. (사진 제공: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분만 수술 전 수술실을 점검하고 있는 김의혁 교수. (사진 제공: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바이러스가 외부로 전파되지 못하도록 일반 환자와 감염 환자 동선 분리는 기본이고, 이중문이 설치된 음압수술실 2곳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수술한다. 수술이 시작되면 감염 우려 때문에 수술방 밖으로 나갈 수 없어 필요한 모든 물품을 한 번에 다 갖춰야 한다. 수술 참여 인원도 일반 수술보다 훨씬 많다. 처음에는 수술 준비를 돕는 사람까지 모두 포함해 30여명이었는데 지금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과, 중환자실 간호사, 감염관리실 등 20여명 정도가 참여한다.

김 교수는 “레벨D 방호복을 입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술이 쉽지 않다. 수술 중 필요한 장비나 재료들을 반입하는 것이 힘들어 일반 수술과 달리 수술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제왕절개 수술하다가 방광 등 다른 곳이 찢어질 수 있는데 그럴 경우 다른 과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지원 인력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수술 준비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일반 환자 제왕절개 수술 시간과 별 차이 나지 않는다. 다만 준비 과정은 아직도 많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수술 결과를 이끌어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감염관리실 등 타 부서 간 협력, 효율적인 업무 분담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관련 부서 전체가 합심해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며 수술환경을 세팅했다”면서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방호복도 빨리 갈아입는다. 제왕절개 수술 자체가 어려운 수술은 아니라 준비시간까지 해서 2시간이면 끝난다”고 했다.

이어 “위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담감은 있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산부인과 윤지선 교수와 서로 도와가며 유기적으로 응급상황에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막연한 감염 공포로 환자 회피열흘 지나면 감염 위험

지난달 18일 경기도 양주에서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확진 산모가 출산에 임박했지만, 병상을 구하지 못해 119 소방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출산한 일이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19 재원중 위중증 환자가 23일 0시 기준 431명으로 한 달 전(1,083명)에 비해 600명 넘게 줄고, 병상 확충이 계속되면서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20%대 초반의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병원에서 감염 우려 때문에 확진 산모를 받지 않아 구급차 안에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거리 위를 전전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의혁 교수가 막연한 감염 공포로 코로나 확진 산모 수술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의혁 교수가 막연한 감염 공포로 코로나 확진 산모 수술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확진 후 증상이 나타난 지 열흘이 지나도 PCR 검사하면 양성이 나오는 환자가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감염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성 판정이 나온 환자만을 받으려는 병원이 많다”며 “증상 발현 후 열흘이 지난 산모는 다른 일반 산모와 똑같이 취급해 분만을 해야 하는데 많은 병원이 격리 해제 후에도 양성이라는 이유로 분만을 꺼린다”고 털어놨다.

PCR 검사에서는 전파력이 없는 바이러스 찌꺼기까지 검출할 수 있어 전파력과 무관하게 장기간 양성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이 막연한 감염 우려 때문에 격리 해제된 산모도 수용하고 있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감염될까봐 환자를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증상 발현 후 열흘이 지나도 단지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분만하지 않으면 산모들은 거리 위를 전전하게 될 것”이라며 “마스크 쓰기 등 철저하게 감염예방수칙을 준수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로부터 의료진이 감염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의료진이 밖에서 감염돼 병원에 들어와 퍼트리는 경우”라고 꼬집었다.

이어 “확진 후 격리 해제된 환자도 전파에 대한 큰 걱정을 갖지 않아도 된다”며 “사실 이 이야기는 정부에서 많이 홍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드 코로나 수술시스템더 간편한 기준에 효율적 운영돼야

김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산부인과 수술시스템이 앞으로 더 간편한 기준 하에서 효율적으로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로나 확진 산모 분만을 위해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는 김의혁 교수. (사진 제공: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확진 산모 분만을 위해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는 김의혁 교수. (사진 제공: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김 교수는 “접촉에 의한 감염을 피하려고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장갑도 3~4겹씩 끼고 수술하는데 장갑을 많이 끼면 마취도 잘 안 되고 수술도 어렵다. 몸을 가볍게 하고 환자를 수술하는 게 오히려 더 낫다”면서 “수술 중 산모에게 말을 시키거나 수술복을 벗을 때 감염의 위험이 더 크지 실제 접촉에 의한 감염은 그리 많지 않고 수술 후 손만 잘 씻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이어 “음압수술실을 갖춘 병원들이 많다. 굳이 우리 병원에서만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우리 병원의 노하우는 충분히 공유할 수 있으니까 좀 더 간편하고 효율적인 수술시스템이 형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교수는 중증으로 이환되는 코로나19 확진 임신부 중에 거의 모두가 백신을 안 맞은 경우라며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특히 백신 접종은 산모뿐만 아니라 아기한테도 이롭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환자실 가보면 다 백신 안 맞은 사람들이다. 임신부들도 백신은 위험하지 않으니 꼭 맞아야 한다”면서 “임신부가 백신 접종하고 2주 정도 뒤에 항체가 생겨서 그 항체가 태아에게도 가거나 모유 수유를 통해서 항체를 넘겨줄 수 있다. 결국 아기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산모가 백신을 맞는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한편, 방역당국도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위중증률이 높고 조산하거나 저체중아를 분만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백신 예방접종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0일 백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는 동일 연령대의 비임신 여성보다 위중증률이 9배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 임신부는 비임신 여성에 비해 중환자실 입원이 3배, 인공호흡기 치료 2.9배, 사망률은 1.7배 올라간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접종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우려에 대해선 “미국, 이스라엘 등 연구에서는 조산, 유산, 기형아 발생비율이 백신 접종자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계속 확인되고 있다”며 “임신부는 필수 예방접종 권고 대상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임신부에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 나라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대응단 홍정익 접종관리팀장도 “일부에서 나타나는 이상반응을 걱정하기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이나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더 신중히 받아들여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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