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유튜브 의대도서관, ‘의사과학자가 궁금해?’ 시리즈③ 방영
의사과학자 프로그램 밟고 있는 연구자들이 직접 출연해 궁금증 해소
우수한 연구인력의 발길 돌리는데 역할한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세계보건기구에서 근무하며 열대질환에 관심을 갖게 된 한 의사가 해외가 아닌 국내로 발길을 돌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초의학연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임상을 뒤로 한 채 의사과학자의 길을 선택, 대학의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사연도 매우 흥미롭다.

서울의대 열대의학교실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 과정을 밟고 있는 진한나 씨와 고려의대 재활의학과에서 의사과학자 과정을 밟고 있는 이세광 씨의 이야기다.

이들은 최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인 ‘의대도서관’이 의사과학자를 꿈꾸는 의학도들을 위해 마련한 ‘의사과학자가 궁금해?’ 시리즈에 출연,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이유와 제도의 장단점 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생활비 고민하지 않고 연구에만 집중 가능

서울의대 열대의학교실에서 의사과학자 과정을 밟고 있는 진한나 씨는 많은 사람들의 건강할 권리를 지켜주는 의사가 되겠다고 했다.

특히 빈곤국가의 소외된 사람들의 건강에 관심이 많았던 진 씨는 의대 졸업 후 박사과정에 들어오기 전 세계보건기구에서 일했다. '소외 열대질환 컨설턴트'로 일하며 동남아시아 국가의 기생충 질환 관리·퇴치하는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경력의 진 씨가 의사과학자 과정을 밟게 된 계기는 소외 열대질환 진단법을 직접 개발해보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 씨는 “현장에서 일하다보니 기생충 질환뿐만 아니라 여러 소외 열대질환 진단법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며 “소외 열대질환은 이미 치료법이 다 정립돼 있고 많은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사라진 질환이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씨는 “저소득 국가에 여전히 기생충 질환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진보된 진단법 유무가 질환 퇴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소외 열대질환은 연구주제에서도 소외돼 있어 지원도, 연구자도 적다. 이런 상황에서 진단법을 직접 개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융합형 의사과학자 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돼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 씨는 현재 소외 열대질환 중 주혈흡충이라는 기생충 질환을 진단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주혈흡충은 전세계적으로 2억4,000만명 정도의 감염자가 있어 말라리아 다음으로 굉장히 중요한 열대질환이다.

지금은 진흥원 융합형 의사과학자 지원 프로그램 과정을 밟고 있지만 진 씨가 의대생 때는 이같은 프로그램이 없어 해외 박사과정을 먼저 알아봐야 했다.

진 씨는 “의대생 때는 지금과 같은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이 없었다"며 "4남매 중 맏이라서 집안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펀딩소스가 있는 해외 박사과정을 먼저 알아봤다”고 말했다.

진 씨는 “해외 과정을 알아보는 상황에서 현 지도교수께서 ‘국내에 융합형 의사과학자 지원 프로그램이 생겼고 지원할 수 있으니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주셔 지원하게 됐다”며 “한국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진 씨는 “박사를 수료하는데 2년 정도 필요하고 2년 수료를 마친 후에는 논문을 작성해 통과되면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그런데 융합형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이 4년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바람이 있다면 그 안에 박사를 따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진흥원의 융합형 의사과학자 지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경제적 지원을 꼽았다.

진 씨는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비로 학업을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융합형 의사과학자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연구비와 인건비를 따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생활비 고민을 하지 않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융합형 의사과학자 지원 프로그램의 단점에 대해서는 최근 연구비가 줄어든 것 외 없다고 언급했다.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을 마치고 교수가 된다면 열대질환 연구 경험을 살려 북한의 기생충 환자 치료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진 씨는 “국내는 열대질환자들이 많지 않아서 저희 교실에서 진료를 병행하는 교수들은 일주일에 한차례 세션을 열어 해외감염병 등을 치료한다”며 “만약 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임상진료를 병행할 수 있다면 똑같이 임상과 진료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씨는 “어느 시점에 남북 교류가 활발해진다면 북한에 있는 기생충 질환을 포함해 열대질환들이 더 많이 있기 때문에 환자도 늘어나고 임상 수요도 더 증가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진 씨는 “의사과학자는 환자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기초를 다지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지만 임상 적용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의사과학자는 그런 연구를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 씨는 “후배들에게 솔직히 조언하자면 기초연구를 하고 싶은데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해서 고민인 경우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다”라며 “그런 상황이라면 더 주저없이 프로그램에 지원했으면 한다. 다만 본인이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구가 소속 과 발전에 도움되는지 생각해야

고려의대를 졸업하고 재활의학과 전문의 자격 취득 후 2018년부터 고려의대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선발돼 기초의학교실에서 전일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이세광 씨는 전공의 2년차 때 연구를 경험한 후 진로를 결정하자는 생각으로 의사과학자의 길을 시작했다고 했다.

석사학위 과정에서 재활의학 분야 중 뇌질환 재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 때 연구의 매력에 빠진 후 전공의 4년차 때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사과학자로서의 삶에 들어서게 됐다고.

이후 4년이 넘는 연구기간 동안 주로 외상성 뇌손상에 대한 연구를 하며 대한재활의학회 우수 연제상, 아세아 오세아니아 뇌신경 재활학회에서 주는 최우수 젊은 연구자상도 수상했다.

이 씨는 “기초연구를 하기 전에는 기초연구에 적성이 맞는지 안맞는지 잘 알지 못했다. 막상 와서 경험을 해보니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기초연구에만 집중하는 시간도 상당히 만족스럽고 또 무엇보다 기초연구에서 필요한 적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기초의학 분야에서 중요한 적성은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는 등 실패의 순간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어떤 의사과학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융합연구에 대한 경험을 갖추고 나서 다시 병원에 돌아갔을 때 진료하면서 기초연구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얻을 수 있고 반대로 기초연구를 하면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의사과학자”라고 말했다.

의사과학자 과정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대학원생으로 전일제 박사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씨는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대학원생으로 전일제 박사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연구계획과 방법론을 세우는 방법부터 실험결과를 얻었을 때 해석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나중에 기초연구를 지속하게 됐을 때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인력들과 원할한 소통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점으로는 임상진료 경험이 단절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씨는 “기본적으로 4~5년 가까이 기초연구에만 몰입해서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임상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임상진료를 하기 위해 다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의학적인 연구 역량을 쌓기 때문에 (의사과학자 과정은)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임상진료 경험 단절을) 마냥 단점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초연구를 많이 하는 것이 임상교수 임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초연구를 한 것이 임상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제가 속해 있는 고려의대에서는 기초연구에 흥미를 느끼는 전문의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행정‧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에 노력하고 있고 무엇보다 제가 속해 있는 재활의학과 교수님들도 (의사과학자 과정을) 상의드렸을 때 큰 틀에서 보면 기초연구가 결국 재활의학과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의사과학자 과정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갔을 때 초기에는 임상진료 업무에 참여해야 하는 비중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초연구는 그런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 짬짬히 열심히 해야겠지만 나중에 기초연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때가 된다면 진료와 행정적인 업무에 구애받지 않고 기초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의사과학자를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임상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기초의학교실로 들어온 사례기 때문에 같은 선택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할 많이 있다. 과정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한 의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연구자가 되겠다는 결심히 확고히 서지 않는 상태에서 이 과정에 들어왔을 때 상당히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특히 함께 전공의 과정을 마쳤던 동기들이 빨리 임상에 나가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비교도 될 수 있고 스스로 ‘괜히 이 길을 선택했나’하고 후회할 수도 있다”며 “때문에 자신이 속한 과에서 기초연구 역량을 갖춘 사람을 과의 발전을 위해 필요로 하는지 등을 교수님들과 잘 상의해 보고 이 과정에 들어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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