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전공의협의회 25기 여한솔 회장
'원칙' 바탕으로 회무 복원하고 현안 챙기기 시동
"25기는 이후 집행부 위한 다리 만드는 역할할 것"

새로 출범한 대한전공의협의회 25기 집행부가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한 출발선에 섰지만 그 앞길은 만만치 않다.

오랫동안 전공의 수련권 침해 문제를 야기했던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PA) 양지화 움직임이 이어졌고 수술실 CCTV 설치법이 통과되면서 제대로 수련 환경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공의 단체행동이 남긴 전공의 사회의 감정의 골이나 현안에 대한 무관심, 낮은 참여 문제도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공의 수련이 2년째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내과는 물론 타과 전공의들까지 코로나 환자 병상에 투입되는 상황이다.

안팎으로 전공의 사회가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25기 집행부와 함께 대전협을 이끌게 된 여한솔 회장은 회무 바탕에 '원칙'을 두고 전공의 현안을 풀어가겠다고 했다. 다만 임기 내 서둘러 문제를 봉합할 생각은 없다면서 이후 집행부를 위한 '다리' 역할을 자처했다. 그동안 대전협 회무 관련 자료를 모아 열람 시스템을 구축하고 더 폭넓은 의견 수렴과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회칙 개정을 추진한다.

진료보조인력 문제나 수련 환경 개선에서 전공의가 당사자로서 목소리 낼 수 있는 자리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전협 조직을 내실화하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등 각 조직이 제 역할을 찾도록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여 회장은 "원칙의 길을 가고자 한다. 원칙을 발판 삼아 끊어졌던 다리를 다시 잇고 싶다. 25기 집행부가 임기 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과를 위해 조급하게 굴 마음도 없다"며 "다만 다음 집행부를 위해 더 나은 회무 환경을 만들고 수련과 의료계 현안을 논의하는 장을 짜는 것, 이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은 지난 7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임기 내 서둘러 일을 마무리짓기보다는 다음 집행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은 지난 7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임기 내 서둘러 일을 마무리짓기보다는 다음 집행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 25기 정기대의원총회가 마무리됐다. 집행부 인준을 비롯해 사업 안건도 무난히 가결됐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총회 전 안건 고지만 해도 대의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많이 갈렸다. 총회를 열었을 때 이 수많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을까 걱정돼서 잠도 잘 못 잤다. 다행히 실제 총회에서는 발전적인 논의가 오가고 대의원들도 집행부 회무 방향에 동의하면서 앞으로 회무에 큰 힘이 돼줬다.

- 오랜만에 공개적으로 진행한 총회기도 하다.

공약으로 투명한 회무를 약속하면서 총회도 몇 년만에 공개적으로 열었다. 저도 그렇지만 참석자 모두 어느정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면 논의 과정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오히려 더 큰 논란을 야기한다. 또 공개적이니 만큼 참석자 모두 언사를 더 가다듬고 의견 개진도 신중하게 이뤄져 한층 성숙한 논의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참석자간에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었다. 물론 총회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더라도 새롭게 논의의 장을 만드는 기회로 삼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맞닥뜨려야 하는 문제라면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자는 주의다.

- 진료보조인력과 전공의 업무 범위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런데 이번 총회에서는 반대로 현실적인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진료보조인력 문제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다. 전공의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애매한 그레이존 속에 이뤄지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총회에서 나왔던 이야기는 충분히 수렴하고 앞으로도 조율해야 할 부분은 계속 조율해 나갈 생각이다. 스프린트 처치 행위에 대한 판례처럼 비침습적 행위에 대해서는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의원 의견에 따라서 이런 법 자체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것이 대전협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환자안전이 위험해지거나 면허범위가 모호해지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법령과 유권해석이 존재하는 부분을 넘어서 의사가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의료행위를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됨 때문에 다른 직역에게 내준다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대전협을 비롯해 전공의 사회가 앞으로 더 깊고 세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 대의원 총회의 낮은 참석률과 그동안 관행이었던 '위임장'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회칙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 대전협 회칙 중에 현 시점에 걸맞지 않은 조항들이 존재한다. 이 시대에 더 이상 지키기 어려운 점들을 개선하고 싶어서 총회에서 회칙 개정에 대한 토의 안건을 올렸다. 총회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대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으니까 회칙을 개정해서 이 문제를 개선하자는 건데 그러려면 일단 또 회칙 개정을 하려고 대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야 한다. 참 쉽지 않은 부분이다. 기존처럼 계속 위임장을 통해 쉽게 일처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하기 힘들다고 원칙을 저버리면 그 이후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도 결국 원칙이 아니게 된다.

- '원칙'을 말하는 조직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위기가 '너희도 안 지키면서 뭘 한다고'라는 말을 듣게 되는 상황 같다.

맞다. 한 번 그런 말을 들으면 그 조직은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린다. 그래서 집행부 인준도 받기 전에 그런 말을 듣느니 차라리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총회를 한 차례 연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번 집행부는 어렵사리 모인 사람들이다. 다들 전공의 사회에 관심이 있고 애정이 큰 만큼 병원 업무로 바쁜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회무를 보고 있다. 모두 원칙을 지키자는 모토 아래 모였다. 이번에 한림대성심병원의 류환 전공의가 법제이사를 맡았는데 원칙에 있어서 정말 칼날 같은 존재다. 우스갯소리지만 집행부 내에서 '법제이사는 우리 편이면서 우리한테도 너무한다'는 말도 나온다. 바로 그런 날카로움이 지금 대전협 회무에 필요하다. 모든 집행부 구성원이 무뎌지지 말고 날카로움을 견지하며 일해나가자는 각오다.

- 2022년도 레지던트 전기 모집이 마감됐다. 올해 필수의료과를 비롯해 전공의 지원 양극화 우려가 더 커졌다. 기피과를 중심으로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현재 기피과가 왜 기피과가 됐는지 전공의들이 왜 지원을 안 하는지에 대해서 정말 제대로 고민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기피과 중에는 지원율이 예전에는 그렇게 크게 어렵지 않은 과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과들이 낮은 수가가 문제라고 하면서 수가 개선에 앞장서기보다는 진료보조인력을 채용하고 당장의 수익 사업에만 집중했다. 전공의들은 원칙이 지켜지고 전문과의 자존심이 지켜지길 원하지만 점점 뒤로 밀려났고 수련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축소된 수련 기회를 개선하거나 수련 내용을 내실화하겠다고 하지만 정말 전공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지는 의문이다. 전공의들도 의사로서 원칙과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그러나 이렇게 설 자리를 잃고 배움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전공의들이 가질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 동일한 현안에 대해서도 전공의와 교수간에 입장 차가 크다. 

물론 수련 현장을 고민하고 전공의들 눈높이에서 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교수님들도 많이 계신다. 하지만 경험의 차이, 병원 내 지위의 차이 등에 따라서 똑같은 장면을 봐도 전공의 눈에 비춰지는 것과 교수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수술실 CCTV나 PA 문제처럼 수련하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분명 잘못되고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선배 의사 입장에서 '크게 상관없다'고 용인해버리면 전공의들이 의견을 개진하기 너무 어려워진다.

- 앞으로 25기 집행부가 특히 역점을 두는 사안은.

지금 대전협 회무나 산적한 전공의 현안 중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회무가 정리되지 않고 현안에 대한 논의도 멈춘 상태였다. 집행부에서 제대로 인수인계를 받고 자료를 확보하는데만 한 달이 소요됐다. 이 자료들 모두 대전협의 소중한 자산이다. 앞으로 필요한 문서는 열람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임기 안에 마무리 지어서 다음 26기에는 깔끔하게 넘겨주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25기는 무언가를 해결하는 것보다 당장은 안 보여도 차근차근 쌓아올려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번 총회에서 다룬 안건들도 마찬가지다. 전공의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 전공의 파업 당시 불거졌던 수많은 오해와 갈등을 풀어내고 정리하는 것,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화를 다시 구축하고 정상화하는 것, 민주적이고 투명한 총회를 만드는 것 모두 앞으로 대전협과 전공의 사회를 위해 반드시 밟아야 할 과정이다.

- 그런 측면에서 임기가 끝났을 때 어떤 집행부로 남고 싶나.

당장 내년 임기가 끝났을 때 '25기가 해냈다'라는 말을 듣기보다는 10년, 20년이 지난 어느날 '그때 25기가 길을 잘 닦아놔서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라는 평을 받는 집행부가 되고 싶다. 아마 25기 집행부 시기에는 '업적'이라고 부를 만한 완벽한 마무리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노력해서 물꼬를 트고 기반을 만들면 우리 다음 집행부에서는, 그리고 그 다음 집행부에서는 점점 더 발전적인 논의 환경에서 수련과 의료계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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