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환자에 중환자실·응급실 현장 ‘멘붕’
정부, 체계 개편 없이 행정명령으로 병상만 확보
“한정된 의료자원, 효율적 운영 방안 마련해야”
“건강보험·의료체계 등 상생 위한 근본적 개편 필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000명을 넘었다. 위중증 환자도 840명으로 늘었다. 하루 1만명 이상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더 커졌다. 수도권은 이미 의료대응 역량을 초과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붕괴가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료 붕괴’를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년 동안 아무런 준비도 해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1차 유행이 있었던 지난해 2월부터 장기적인 의료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상시적인 감염병 진료가 가능하도록 의료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때마다 반복되는 중환자 병상 부족 문제가 대표적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을 마련하고 증상이 호전된 중환자를 ‘스텝다운’할 수 있는 준중환자실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의료윤리학회의 검토까지 받은 ‘감염병 유행 시 거점병원 중환자실 프로토콜’를 마련해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으로 반영돼 개선된 부분이 없다. 그동안 병상 동원 행정명령만 여섯 차례 내려졌을 뿐이다.

응급의료체계도 문제다. 병상 부족으로 응급실에 있는 응급 환자들이 입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병상이 없으면 응급환자를 받을 수도 없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에는 응급실을 찾는 주취자도 다시 늘었다. 현재 응급실은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응급환자, 주취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청년의사가 지난 7일 ‘코로나19 팬데믹, 시즌2 시작되나’를 주제로 진행한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료 현장 상황을 전하며 지금이라도 의료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좌담회는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서 실시간 생중계됐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배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급증하는 코로나19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도 했다.

청년의사는 지난 7일 ‘코로나19 팬데믹, 시즌2 시작되나’를 주제로 온라인 긴급좌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서울의대 김윤 교수, 병협 코로나19비상대응본부 이왕준 실무단장,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석경 중환자실표준화이사.
청년의사는 지난 7일 ‘코로나19 팬데믹, 시즌2 시작되나’를 주제로 온라인 긴급좌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서울의대 김윤 교수, 병협 코로나19비상대응본부 이왕준 실무단장,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석경 중환자실표준화이사.

준중환자실 논의도 제자리걸음…“효율적 운영 방안 마련해야”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석경 중환자실표준화이사(서울아산병원)는 “올해 6월부터 확진자 수는 들쑥날쑥했지만 위중증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일상회복을 시작한 시점이 위증증 환자 발생률이 가장 높은 단계였다”며 “더 이상 환자를 수용할 능력이 없는데 일상회복을 시작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홍 이사는 중환자의학회 코로나19TFT 위원이다.

홍 이사는 “정부는 일상회복을 시작한 후에 행정명령을 통해 중환자 병상을 더 확보하라고 했다. 병원들이 병상을 확보하려면 3주 이상은 걸리는데 그런 것도 예측하지 못하고 일상회복부터 시작했다”며 “의료체계 붕괴가 오는 현 시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즌2’가 맞다. 코로나19와 비코로나19가 상생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는 코로나19 진료에 의료자원이 집중되면서 다른 일반 환자들이 ‘의료 공백’ 사태에 놓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중환자의학회에서 상급종합병원 3곳을 분석한 결과, 응급실을 통해 내원하는 중환자의 중환자실 입원이 8시간 이상 지연되고 있으며 중환자실 재원일수와 사망률도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이사는 “우리나라 의료법에 스텝다운 중환자실이라는 게 없다. 그렇게 요청을 했는데도 하지 않았다. 학회 차원에서 4년 전 스텝다운 병상에 대해 정부와 논의했고 지난주에도 준중환자실에 대해 얘기했지만 의료자원이 얼마나 들어갈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홍 이사는 “코로나19 환자들이 의료자원을 점유하면 비코로나19인 중환자들은 사용하지 못한다. 응급실에 있는 중환자들이 희생되고 중환자 수술이 취소되는 상황”이라며 “한정된 의료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실 상황, 오늘보다 내일이 더 심각”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경희대병원)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응급의료체계는 포화 상태였는데 코로나19까지 들이붓다 보니 이제는 넘쳐흐른다”며 “요양병원이나 중소병원에서 환자 이송 요청이 하루 20건 넘게 오지만 한명 받기도 힘들다. 위기다. 기능을 제대로 못하면 붕괴인데 지금이 그렇다. 정말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환자에 너무 많은 의료자원이 투입되다보니 5대 중증질환을 포함한 다른 응급환자들이 위험에 빠져 있다.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응급의학과가 생긴 이후 최대 위기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심각하고 아마 내일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을 압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송지연이나 수용 거부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 상황은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다. 위기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희망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미봉책만 내놓는 정부…“근본적인 개편 이뤄져야”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이같은 위기를 정부가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일상회복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일상회복으로 전환하면서 병상과 의료 인력을 확충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환자병상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더 이상 코로나19 진료에 내어줄 여력이 없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며 “앞으로 2~3년 이상 코로나19 유행이 계속 이어진다면 병원 진료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지금은 사회 전체에 대한 정책과 병원 현실 사이에 의료진이 끼어서 혹사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명확한 정책 없이 지난 2년 동안 병상을 내놔라, 조금만 버티자며 미봉책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더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코로나19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하면서 동시에 비코로나19 환자도 이전과 같이 볼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코로나19비상대응본부 이왕준 실무단장(명지병원 이사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며 혼란을 최소화할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일상회복 이후 위기를 맞았다. 앞으로 최소 2개년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이번 주를 지나 다음 주에는 하루 확진자 1만명대로 진입할 수도 있다”며 “병원 수용 능력뿐 아니라 재택치료 중인 환자가 제때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지 못해 상태가 악화되면 사회적으로 혼란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단장은 “병원이 코로나19 환자와 비코로나19 환자를 2대 8 비율로 진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건강보험과 의료전달체계도 개편해야 한다”며 “이송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택치료에도 조만간 엄청난 혼란이 올 수 있다. 방문진료와 결합되지 않는 재택치료는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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