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직의 시절 개원 경험담 그려낸 블랙코미디 웹툰 ‘내과 박원장’ 연재
개원의 현실 담아 일반인에게도 호평…지난 8월 드라마로 제작 결정
장봉수 작가 “무조건 성공하는 것 아냐…덜컥 개원 준비하지 말길”

대학병원 의사들의 인간적인 관계와 환자들과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주목을 받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세간의 화제가 되며 시청자들에게 의사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드라마의 의사들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면서 동시에 사랑도 쟁취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특히 주변의 동네 의사들은 고질적인 저수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다양한 환자들을 상대하며 오늘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런 동네의원의 애환을 블랙 코미디로 그려낸 웹툰이 지난 10월 ‘네이버 웹툰’에서 정식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바로 작가 장봉수(필명)의 ‘내과 박원장’이다.

내과 박원장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친근한 캐릭터다. 주인공인 박원장은 권위 있는 의사라기 보단 탈모에 성인병을 달고 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 아저씨다. 박원장은 의사로서 부와 명예를 얻겠다고 다짐하며 자신만만하게 내과를 개원하지만, 그의 현실은 혹독하다. 그나마 내원하는 환자들의 기상천외한 요구, 씀씀이가 큰 아내의 사치 등으로 박원장은 점점 적자의 구렁텅이로 빠진다. 쓰러져가는 병원을 살리기 위해 박원장이 찾아간 ‘강호무림’의 선배들은 피부‧비만 클리닉 등 비급여 진료를 늘릴 것과 ‘장사꾼’이 돼야 한다는 조언을 해준다. 박원장의 생존을 위한 발버둥은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개원가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씁쓸함을 자아낸다. 웹툰의 댓글 중에는 본인을 의사라고 밝히며 동네 의사의 고충에 대해 한탄하는 댓글들도 종종 달린다.

내과 박원장을 그린 작가 장봉수는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게이트’에 개원 경험을 담은 내과 박원장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국내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만화가 업로드 되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장봉수 작가는 지난해 1월 만화가 지망생들이 웹툰을 올리는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8월 웹툰을 드라마로 제작하기로 하며 의사가 그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첫 탄생이 예고된 상태다.

장봉수라는 작가의 모습 뒤에는 약 7년을 개원의로 살았던 또 다른 ‘박원장’이 있다. 여러 사정 끝에 ‘잘 안 풀리던’ 병원을 접고 봉직의로 일하면서 만화가 그리고 싶어 펜을 들었는데 어쩌다 조금 잘 풀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내과 박원장 연재를 위해 잠시 작가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는 장봉수 작가를 만나 내과 박원장의 탄생과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던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과 박원장'을 연재하는 장봉수 작가에게 의사에서 웹툰 작가로 변신한 사연을 들어봤다.
'내과 박원장'을 연재하는 장봉수 작가에게 의사에서 웹툰 작가로 변신한 사연을 들어봤다.

- 언제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지.

만화는 나에게 일상이자 생활이었다. 어릴 적 기억이 나는 시점에는 이미 만화를 그리고 있었을 정도로 평생 만화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만화잡지 ‘보물섬’ 애독자 엽서에 만화를 그려서 보내기도 했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 만화를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용돈을 500원씩 모아서 데셍(drawing)책을 사서 연습하고 만화 종이, 잉크, 펜을 사서 공모전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만화가가 돼야겠다는 목표는 없었다.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돼서 그만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그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만화가로서의 재능이 있다기보다는 만화가 내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 때 미술대학과 의과대학을 고민하다가 의대를 선택하면서 만화는 병행하기로 했다.

- 내과 박원장은 언제 처음으로 구상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그리고 정식연재까지 이어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내과 박원장은 메디게이트에 올리려고 급조한 아이디어였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만화를 그려왔는데 개원하고 일이 너무 바빠지며 한동안 만화를 못 그렸다. 그 갈증을 해소하고자 간단한 콘티 형식으로 만화를 그려 당시에 자주 접속했던 메디게이트에 올렸는데 다들 재밌어하더라. 그래서 몇 개를 더 만들어 올리면서 스토리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너무 바빠져서 잊고 지내다가 병원을 접고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고자 연습 삼아 그려볼 작품을 구상하던 중 내과 박원장이 떠올랐다. 그래서 예전에 올린 콘티를 바탕으로 새롭게 그려 메디게이트에 1화를 올렸는데 의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후 국내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1화가 올라갔는데, 조회 수가 백만을 넘고 댓글도 몇 만 개가 달렸다. 의외로 반응이 너무 좋아서 본격적으로 연재하기로 결심했다.

- 아무래도 의사 커뮤니티와 다른 커뮤니티 반응의 온도차가 컸을 것 같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만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열광하나 싶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자기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많이 공감하더라. 하지만 그 중 일부는 내가 만화로 의사의 권위를 깎아내린다고 욕하기도 했다. 반면 일반인들은 잘 몰랐던 의사의 세계를 보면서 자신이 알던 의사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보니 신기해하는 것 같다. 오히려 일반인들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재미있다는 반응이라 안심했다. 포털 사이트 댓글만 봐도 의사에 대한 시선이 매우 나쁘지 않나. 그래서 의사가 한탄하는 이야기가 공개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 최근 내과 박원장이 드라마까지 결정됐다고 들었다. 의사가 쓴 웹툰 중에 최초로 드라마화된 것이라던데.

드라마 제의가 들어와서 초반에 회의할 때 한 번 들어가고 그 이후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의학자문도 다른 의사가 맡고 있어 현재 진행 사항은 잘 모르겠다. 소설 작가인 의사들은 많이 봤지만 그림을 그리는 의사들은 많이 보지 못했다. 몇 명 있어도 학습만화나 간단한 카툰을 그리는 분들이더라. 정통 극화를 그리는 의사가 있다면 교류해 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나처럼 만화에 빠진 사람 아니고서야 의사 생활과 만화 그리는 일을 병행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다.

- 본인도 박원장처럼 개원의였다. 웹툰에서 박원장은 온갖 종류의 환자를 만나게 되는데, 병원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았던 환자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7년 정도 개원 했다가 여러 사정으로 병원을 정리했다. 많은 환자를 만났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 감기로 진료를 받으러 와서 주사를 맞고 돌아간 환자였는데, 다음 날 사망했다. 유족들이 병원에 찾아와서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면서 ‘너 때문에 죽었다’고 화내는 것을 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 직접 부검결과를 보지도 못했고 이후 소송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봐서 내 책임은 아니겠지만 기억에 오래 남았다. 당시엔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잠도 설쳐 진료를 하기 어려웠다. 정말 극단적인 경우지만 개원을 한 이상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화에서는 잠깐 웃고 지나가는 얘기겠지만 실제로 겪으면 후유증이 오래 간다.

- 내과 박원장 에피소드 중 ‘아마존 바이러스’가 메르스(MERS) 사태 당시의 경험을 녹여냈다고 들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과도 비슷한 것 같은데 개원의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내과 박원장 3화 ‘아마존 바이러스’에서 박원장은 아마존 바이러스 의심 환자가 내원하자 의심환자를 신고하고, 대응요원이 올 때까지 환자를 붙들고 있으라는 통제센터의 지침에 따라 집에 가겠다는 환자를 붙잡고 신고 전화를 한다. 수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통제센터와 통화에 성공하지만 대응요원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서식을 다운받아 보고서부터 먼저 제출하라는 말에 박원장은 괴로워한다.

당시 실제로 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와서 당시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했는데 계속 받지 않았다. 그래서 가겠다는 환자를 말리고 30분 내내 수화기를 붙들고 있다가 겨우 연결이 됐다. 그런데 환자를 보건소로 이송하는 요원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보고서를 먼저 내라고 하더라. (가겠다는 환자를 못 가게 할 수도 없고)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났었다. 또 2~3달 동안 원내 감염을 우려한 환자들이 내원 하지 않아서 수입도 반 토막이 됐다. 그나마 메르스 사태는 짧았지만 코로나19는 2년을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개원의들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의 경우 매출의 80%는 감기환자인데, 감기환자 자체가 줄어서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 박원장이 찾아갔던 강호무림의 선배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비급여 진료로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나 ‘심평의학’에 대해 나온다. 굉장히 현실적인 부분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처럼 진료비가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로는 수익 보전이 어려워 비급여 진료의 크기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나도 개원할 때 피부·비만 클리닉, 보톡스, 레이저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그게 아니라면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처럼 하루에 100명, 200명씩 봐야 수지 타산이 맞는다.

심평의학도 마찬가지다. 흔히 심평의학이 교과서보다 우선시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환자들을 보면서 비급여 진료 항목이라서 환자에게 더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부당환수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따졌을 때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보통은 참고 만다. 개원 초반에는 이런 일들이 빈번하다. 의대에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직접 부딪치고 깨져보면서 익혀야 한다.

- 내과 박원장 만화 연재를 통해 이루고 싶은 점이 있나.

가장 먼저 재밌는 만화를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몸담은 의사라는 직업의 힘든 점을 알릴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사의 권익을 위해 싸운다거나 시스템을 바꾸자고 나서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또 내 만화로 의대 입시 결과 점수가 내려가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한다. 실제로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서 내과 박원장이 정말 의사의 현실인지 물어보는 메시지가 오기도 한다. 박원장만 봐도 알겠지만 의대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찬란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독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 예비 개원의들이 내과 박원장을 읽고 느꼈으면 하는 바가 있는지.

보통 의대에 붙으면 가장 먼저 ‘나는 무조건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덜컥 개원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개원의는 자기 사업을 이끌기 때문에 돈을 투자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지는 등 여러 고민이 많다. 퇴근하고 나서도 걱정이 산더미인데 세금‧노무 문제 등 잔업까지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많이 준비하고 알아보면서 개원의가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과 박원장에 과장이 많이 섞인 것은 사실이지만 보면서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내 만화가 실무적으로 그다지 도움은 안 되지만 만화를 읽고 개원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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