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병상배정반 공보의들, 카카오톡으로 정보 공유
"전문성 부족해서 환자 분류 지연? 시스템 없다"
정부 제공 병상 정보 실시간 상황 반영 안 돼 부정확
"업무체계도 소통창구도 전혀 없다…개선될지 의문"

수도권긴급대응상황실 병상배정반에 배치된 공중보건의사들은 온종일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보고 '있어야만'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할 수 있도록 병상을 배정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환자 병상 배정이 지연되는 원인이 전문성이 부족한 공보의가 환자 분류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현장 상황은 달랐다.

수도권 병상배정반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들은 전문의가 병상 배정 업무를 맡더라도 순식간에 수백 개씩 쌓이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제대로 확인하고 파악하지 못하면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는 구조라고 했다. 현재 수도권 병상배정반에는 공보의 20명 정도가 배치돼 24시간 상주하면서 입원이 필요한 코로나19 환자에게 병상을 배치하고 있다. 

환자 정보나 역학조사 결과, 확진자 발생 상황 등 모든 정보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으로 공유된다. 환자 정보가 자세히 담긴 파일이 공유되기도 하지만 현재 증상과 기저질환, 백신 접종 여부 정도만 간단히 정리해 올린 후 병상 배정을 요청하기도 한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공유된 정보에 의지해 환자 중증도를 파악해 분류하고 병상을 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정 요청과 배정 승인 여부 통지도 카카오톡으로 진행됐다.

수도권 병상 현황도 실시간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제공하는 병상 정보와 현장의 상황이 달라 공보의들이 의료기관마다 전화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수도권 병상배정반에 근무하는 공보의들이 환자 정보 등을 공유하는 카카오톡 병상배정 채팅방 실제 대화 화면. 
수도권 병상배정반에 근무하는 공보의들이 환자 정보 등을 공유하는 카카오톡 병상배정 채팅방 실제 대화 화면. 

수도권 병상배정반에서 근무 중인 공보의 A씨는 “병상배정반에 실시간 상황판도 업무 체계도 아무것도 없다. 배정 업무 전 과정이 공보의 개인 카카오톡으로 돌아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2월에도 수도권 코로나19 현장 대응반이 병상 현황을 카카오톡과 수기로 공유하는 사실이 알려져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관련 기사: 아직도 수기로 관리되는 코로나19 병상 현황).

업무가 카카오톡으로 진행되다보니 담당자가 요청 사항을 확인하고 병상을 준비 중인지 여부도 파악하기 어렵다. A씨는 병원마다 만들어진 단체 채팅방이 수십 개에 이른다며 업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환자 정보나 중요 연락이 누락될 위험도 크다고 했다.

A씨는 "알람이 순식간에 수십, 수백 개씩 쌓인다. 누가 누구에게 대답하는 것인지, 확인해야 할 정보가 어딨는지 파악하는 것도 힘들다"며 "공보의들이 개인 번호가 아닌 카카오톡 업무 계정을 요청해왔지만 이것조차 개선되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에 정부가 제공하는 병상 현황이 부정확하고 실시간 상황이 반영되지 않아 공보의들이 카카오톡과 전화로 직접 현황을 파악하는 게 더 빠른 실정이라고 했다.

A씨는 "정부가 보낸 현황만 보면 병상이 있는데 정작 해당 병원에 문의하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상이 있어도 담당 의료진 피로 누적으로 어렵거나 환자 조건에 맞춰 치료할 의료진이 없어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며 "병상 배정을 위해 병원에 문의하는데만 최소 30~40분이 소모된다. 그만큼 환자는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후 상황은 더 심각해져 중환자 병상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 중증환자가 갈 곳이 없다. 대여섯 곳에 전화를 돌려도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병상 부족으로 배정이 계속 지연된다고 공보의들이 보고해도 구체적인 지시나 대책은 돌아오지 않았다"며 "환자가 적으면 우리끼리 주먹구구식으로 해도 돌아간다. 일이 고되더라도 견디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시스템을 개편할 역량 자체가 소진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기본적인 업무 분장부터 상하 소통 체계는 물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문제 제기를 하고 싶어도 어디에 해야 할지 알 수 없고 의견 개진을 해도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는다. '해달라'는 공보의들의 요구가 어느새 전전긍긍하며 '해줘야 하는데'라는 혼잣말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배정 지연 기사가 나기 전부터) 공보의 사이에서 배정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 책임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며 "이번에 공보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정부 측에서 뒤늦게 개선 의사를 보였다고 하는데 솔직히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계속 이런 말도 안 되는 방식이 이어져서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도 지난 19일 성명서를 내고 “병상 배정이 지연되는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원인은 체계적인 시스템 부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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