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고려하지 않아…병원들 ‘울며 겨자 먹기’로 환자식 제공
"원가 조사와 관리‧감독 통해 현실적 식대 수가 정립할 때”

‘병원 밥’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드는 단상은 ‘맛없다’이다. 드물긴 하지만 ‘형편없다’는 혹평도 달린다. SNS에는 부실한 반찬을 품평한 병원의 환자식 ‘인증샷’이 넘쳐난다. 하지만 병원 밥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되는 치료의 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에 병원 영양팀은 환자의 쾌유를 위한 밥을 짓기 위해 정성을 다해 한 끼 밥상을 설계하고 있다. 이렇게 설계된 병원 환자식은 ▲일반식 ▲치료식 ▲경관영양유동식 ▲산모식 ▲멸균식 ▲분유 등 환자의 질환이나 치료 단계를 고려해 제공된다.

하지만 최근 현장 영양사들의 불만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바로 터무니없이 낮은 병원 환자식 수가 때문이다.

매년 치솟고 있는 물가와 인건비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식대 수가로 병원들은 적자를 떠안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환자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간 몇 차례 입원환자 식대 수가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10월 공개한 ‘입원환자 식대 수가개편 효과 분석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연구책임자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태현 교수)’에 따르면 병원 식대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연구팀이 조사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총 11곳의 연도별 식대 손익률은 ▲2016년 -11.0% ▲2017년 -14.1% ▲2018년 -18.2% ▲2019년 -19.2%로 적자폭이 점차 증가했다. 이에 따라 원가보전율도 ▲2016년 90.1% ▲2017년 87.6% ▲2018년 84.6% ▲2019년 83.9%로 하락했다.

특히 병원에 소속된 인력으로 환자식을 제공하는 ‘직영 의료기관’의 연도별 식대 손익률은 더 심각했다. ▲2016년 -16.4% ▲2017년 -27.0% ▲2018년 -32.4% ▲2019년 -32.3%로 감소했다. 원가보전율도 마찬가지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병원 밥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치는 높다. 그 기대치 만큼 병원에서 환자식으로 제공하려면 우선 식대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며 “환자식을 제공하는데 소요되는 인력 등 전반적인 프로세스도 이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식대 수가 ‘15년간’ 이렇게 변했다

2006년 '3390원' vs 2021년 '4950원'

환자식 식대 수가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 순으로 차등화돼 지급되고 있다.(자료 출처: '입원환자 식대 수가개편 효과 분석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2021.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식 식대 수가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 순으로 차등화돼 지급되고 있다.(자료 출처: '입원환자 식대 수가개편 효과 분석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2021.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가격 대비 맛없고 부실하다는 이유로 환자들에게 불만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006년 6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입원환자 식대를 급여로 전환하면서 일정 수준의 기준을 갖추게 됐다.

당시 병원계는 우리나라의 저수가 구조에서 식대 수가를 급여로 전환하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경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우려하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강행했다.

급여로 전환된 이후 일반식의 경우는 한 끼 당 3,390원으로 책정됐으며, 치료식은 4,030원, 멸균식은 9.950원으로 정해졌다. 분유의 경우 식 수가 아닌 1일 기준으로 1,900원이 됐다.

더불어 병원의 급식 운영에 따라 추가금액을 받을 수 있는 가산 수가도 적용됐다. 요양기관에 소속된 영양사와 조리사가 각각 2명 이상일 때 받을 수 있는 영양사 가산 550원, 조리사 가산 500원, 요양기관에 소속된 인력으로 환자식을 제공할 때 받을 수 있는 직영 가산 620원, 환자가 2개의 메뉴 중 선택할 수 있는 선택식을 제공할 시 받을 수 있는 선택 가산 620원 등을 환자에게 제공되는 식사의 수에 따라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 약 8년 동안 동결됐던 식대 수가는 지난 2015년 의료기관 종별로 세분화됐다. 구체적으로 일반식, 치료식, 산모식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그리고 병원과 의원 순으로 기본 식대가 차등으로 책정됐다.

또 식대 수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일반식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 4,690원으로 올랐으며 치료식과 산모식은 6,100원, 멸균식은 1만4,620원, 일반분유는 2,110원이 됐다. 관을 통해 위장관으로 영양을 직접 공급하는 경관영양유동식과 영유아기에 발생하는 질환에 맞춰 제조된 특수분유 항목을 신설해 각각 4,550원, 5,940원으로 수가를 책정했다.

더불어 치료식의 경우 영양사가 환자에게 식사에 대한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는 영양관리료에 1일 당 1,000원을 더하는 가산 항목을 신설하고 선택 가산을 폐지하는 등 큰 변화를 겪었지만 물가인상률이나 인건비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지난 2017년에는 전년도 식대 항목별 기본 식대 수가에 전전년도의 소비자물가지수변동률을 더한 가격 만큼 오르는 ‘식대자동조정기전’이 마련돼 전전년도 물가에 따라 매년 소폭 상승해왔다.

올해 상급종합병원 일반식 기준으로 기본 식대 수가는 4,950원이며, 치료식과 산모식은 6,440원, 멸균식은 1만5,440원이다. 경관영양유동식의 경우 4,810원이다. 여기에 영양사 가산 580원, 조리사 가산 530원, 직영 가산 200원이 붙는다. 치료식의 영양사 가산은 1,06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식대에서 가장 큰 비중 차지하는 ‘인건비’는 정작 빠져 

‘식대=재료비+인건비’ 구조…식사 질 높이면 인건비는?

낮은 식대 수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2차례에 걸쳐 개편이 이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현장 반응은 냉담했다. 물가지수를 반영해 해마다 수가가 상향조정됐지만 여전히 원가에도 못 미치는 ‘비현실적인 수가’ 때문에 수익은커녕 적자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식대 수가에 조리에 투입되는 인력들의 ‘인건비 인상률’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적자 식대’의 원인으로 꼽혔다. 조리사, 영양사 등 인력가산을 통해 식사 수당 각각 530원, 550원을 붙여주고 있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의 인건비의 경우 기본 식대 안에서 재료비를 제한 금액으로 보전하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영양팀 임정현 과장은 “영양사‧조리사 가산의 경우 본원에 각 2명씩만 있으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병원 현장에선 그 수의 인원으로 환자급식을 운영할 수 없다”며 “인력 수가는 최소 조건일 뿐 환자식을 제공하고 있는 환경은 그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넘치는 부분에 수가가 따라붙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인건비에서 엄청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가장 기본이 되는 인력의 수가는 충족하고 있지만 그 기준에 맞춘다면 그 외의 인력을 내보내도 환자식의 질을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며 “수가로 책정한 기본 인력에 대한 적적성을 평가해 이에 따라 수가도 함께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사와 조리사들을 직접 고용해 환자식 급식을 직영 운영하는 병원의 경우, 인건비에 대한 불만이 더 컸다. 직영수가로 식사 당 200원이 가산으로 책정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영남대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200원을 더 받으려고 직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옛날이야기”라며 “병원이 직접 고용한 조리사 급여는 병원 내 다른 직종 급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위탁사의 직원급여와는 기본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병원의 입장에서는 환자식으로 이득을 볼 생각이 없기 때문에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적자 운영의 폭이 커지다보면 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직영으로 운영하다가 위탁 운영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위탁 운영을 할 경우 위탁사도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식재료비를 줄이게 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환자식의 질이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의료급여 환자 식대 부담 “정부 아닌 병원들 몫”

더불어 현장에서는 지난 2019년 이후 정체돼 있는 의료급여 환자들의 식대 문제도 골칫거리다.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를 차별해 식사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 환자와 동일한 식사를 제공할 수밖에 없지만, 의료급여 환자의 일반식 수가는 3,900원으로 건강보험 환자의 일반식 수가보다 낮다. 급여환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정부가 급여환자로 인한 식대 적자는 보전해 줘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병원식도 건강보험 환자와 똑같이 제공한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의료급여 환자의 식사를 따로 구성해서 줄 수도 없는데 정부에서 금액 부담을 병원에 떠넘기면서 (의료급여 환자들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보라매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동일한 식사를 제공하는 만큼 의료급여 환자의 식대 수가가 낮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동일한 식사가 나가는 경우, 동일한 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부족분에 대해 보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환자식 “현실적인 평가 이뤄져야”

병원에서는 정부가 환자식에 투입되는 실질적인 원가를 조사해 현실에 근접한 수가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식대자동조정기전이나 가산 수가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원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가산 수가나 물가상승을 반영해 책정하고 있다고 하지만 납득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애초부터 정부의 식대 수가 계산 자체가 잘못 됐다”며 “지금 상황에서 갑자기 올릴 수는 없겠지만 전국 병원들의 실질적인 원가를 조사해서 이를 식대 수가 개편에 반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환자식 원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식대 수가를 차등한 것도 부당하다고 했다.

보라매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과 비슷한 질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지만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종별 차등에 따라 기본 식대가 낮게 산정돼있어 불리하다”며 “동일한 질의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이 환자수가 많아서 조리사나 영양사의 업무가 더 많다면 인력 가산에 대한 기준을 높여야 하는데 가산금은 다 똑같다”라며 “병원 규모에 따라 차별을 두면 안 된다”고 했다.

심평원의 지속적인 관리 감독을 통해 병원이 환자식의 기준을 지키고 있는지 조사하고 이 결과를 수가에 반영할 수 있는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환자식이 급여로 전환된 지 15년 정도 된 만큼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영양팀 임정현 과장은 “최근 환자식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서비스 정도의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환자들 뿐 아니라 제공자들도 환자식의 중요성을 많이 인식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마다 환경이나 조건이 천차만별이겠지만 환자식의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에 관한 관리도 점점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환자식이 단순히 환자의 기호에 따른 선택사항이었다면 급여가 될 이유도 없었겠지만 환자식이 치료의 한 영역으로서 필수불가결한 항목이 됐기 때문에 급여화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급식산업에서 환자식은 상당히 보수적인 영역에 머물러있다. 환자식의 까다로운 기준에 반해 보상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환자식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의 비용이 없을 수 없다. 어느 정도 보상이 있어야 선순환을 통해 환자식을 더 관리할 수 있다. 병원을 더 쥐어짠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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