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방임형 방역’ 꾸준히 유지한 스웨덴
“한국 인구 비교하면 7만5000명 사망한 셈”
최희경 교수 “의료체계상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5차 유행에 접어들었다는 경고에 유럽 지역 곳곳에서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고 있지만 스웨덴만은 여전히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스웨덴은 팬데믹 초기부터 ‘집단면역 실험’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최소한의 방역 조치만 취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령층 중심으로 사망자가 급증했어도 ‘자유방임형 방역’은 유지됐다. 이민자 집단의 피해도 컸다.

스웨덴은 그렇게 1년 10개월을 보냈고 최근 코로나19 관련 제한 조치를 모두 풀었다. 코로나19 상황도 안정적이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회복한 듯한 모습에 결과론적으로 스웨덴의 대응 방식이 옳았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는 ‘스웨덴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일축한다.

북유럽 정책 전문가인 경북대 행정학부 최희경 교수는 지난 12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스웨덴식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설명하며 “현 상황만 보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전 국민의 10%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됐고 한국 인구로 비교하면 7만5,000명이 사망했다. 스웨덴이 이례적인 것이지 다른 나라, 그 어떤 정부가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국제통계사이트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15일 기준 스웨덴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1,484.43명으로 61.14명인 한국보다 24배 이상 많다. 인구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 수도 스웨덴은 11만6,383.12명으로 한국(7,788.51명)보다 15배 많다.

북유럽 정책 전문가인 경북대 행정학부 최희경 교수는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스웨덴식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설명했다. 
북유럽 정책 전문가인 경북대 행정학부 최희경 교수는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스웨덴식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설명했다. 

최 교수는 스웨덴의 ‘자유방임형 방역’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급증으로 이어졌지만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반발하기보다는 신뢰와 지지를 보냈다고 했다.

특히 스웨덴이 개인의 책임과 자율을 강조한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유지한 데는 의료 이용을 억제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에 가까운 의료체계가 지속가능하려면 수요를 억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의료재정의 85%를 조세로 충당하고 있다.

의료자원이 부족하기도 하다.

최 교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연구보고서 ‘스웨덴의 코로나19, 정책대응과 미스매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스웨덴이 4.1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보다 많다. 하지만 스웨덴은 의사 1명당 환자 수가 적고 건당 진료 시간은 길다.

스웨덴 일반의의 진료 건당 평균 시간은 24분이며 최소 15분, 최대 30분이다. “이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긴 진료시간”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의사 1명당 평균 진료 건수도 연간 680건으로, 한국(7,080건)의 10분의 1도 안된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2.2개로 한국(12.3개)의 18%에 불과하며 이는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적은 편에 속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스웨덴 집중치료병상 수는 520여개로 인구 대비 유럽에서도 가장 적었다. 스웨덴 정부는 몇 주 후 집중치료병상을 1,100개로 확대했지만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다.

출처: 최희경 교수 ‘스웨덴의 코로나19, 정책대응과 미스매치’
출처: 최희경 교수 ‘스웨덴의 코로나19, 정책대응과 미스매치’

부족한 의료자원은 긴 대기시간으로 이어졌으며 코로나19 유행 후 더 심각해져 기존보다 평균 3개월은 더 기다려야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스웨덴의 의료공급체계를 설명하며 “정부가 그렇게(개인의 책임과 자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요인 중 하나가 의료체계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북유럽 의료체계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이 전반적으로 의료자원이 부족하고 열악하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 1차 의료시설도 너무 열악하다”며 “시민들 입장에서 병원은 정말 아프지 않으면 가지 않는 곳이다. 그리고 이게 문화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스웨덴은 지난해 가을경 2차 확산기를 맞았다. 이때 정부가 공식적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특별법을 만들었지만 전반적인 대응 기조는 규제를 최소화한다는 것이었다”며 “일상을 유지하고 개인의 책임과 자율을 강조하는 게 전체적인 기조”라고 했다.

스웨덴이 코로나19 유행 속에서도 다른 나라와 다르게 초등학교와 보육시설을 봉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고용구조 때문이라고 했다.

2016년 기준 스웨덴의 여성 인력 고용률은 70%로 OECD 평균인 52%보다 높다(한국 52%). 또 스웨덴 직업등록자료에 의하면 총 429개 직업분류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고용된 25개 직업군에는 보건의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돌봄서비스직과 전문간호사, 병원보조간호사 등이 포함된다.

최 교수는 “초등학교와 보육시설이 문을 닫아서 아이들을 보내지 못하면 보건의료와 연관된 직종에 근무하는 여성들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연쇄적으로 붕괴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 학교를 봉쇄하기보다는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자료제공: 최희경 교수
자료제공: 최희경 교수

최 교수는 ‘전문기관’의 결정을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한국과는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공공보건청 등 전문기관의 독립성이 굉장히 강하다. 장관이라고 해도 의견은 낼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명령하거나 하지 않는다”며 “전문기관이 결정했으면 그게 제일 강력한 힘을 갖는다. 그래서 정책이 일관되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스웨덴은 (코로나19 대응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길을 갔지만 그 길을 간 데에는 시민들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고 자율적으로 책임을 지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보편주의 복지라고 해서 정부가 다 해주는 게 아니다. 그 이면에는 개인이나 단체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게 많다”고 했다.

최 교수는 한국도 의료수요에 대한 관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공공의료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공급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데 수요가 폭증하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공공의료시설을 늘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수요에 대한 관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가 책임이라는 말을 많이 썼으면 한다. ‘공짜’로 할 수 있다는 부분을 무책임하게 쓰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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