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성 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 교수
디지털 헬스케어 성공 위해 근거 중심 체계적 평가 이뤄져야
코로나19 비대면진료 허용 경험…"미흡하지만 긍정적 영향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진료 문이 열렸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디지털 헬스케어로서 비대면진료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질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를 통해 충분한 근거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 김헌성 교수는 청년의사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가 공동기획한 연속특강 '헬스케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오늘과 내일'의 연자로 나서 근거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을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 키워드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기술적 발전과 사회적 기대에 발맞춰 성공적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근거 중심 의료로서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의료는 근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최대한 많은 근거를 축적하고 환자가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이런 근거가 많이 쌓이고 있고 해외에서도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도 이런 분위기가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와 디지털 헬스 선도국들은 디지털 헬스 국제협력(Global Digital Health Partnership, GDHP)을 결성하고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공을 위한 국제적 협력에 나섰다. 김 교수는 GDHP '근거 및 평가(Evidence and Evaluation)' 한국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GDHP는 근거 기반 관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안전성(Safety) ▲질(Quality) ▲유효성(Efficacy) ▲최종 사용자 경험(End-user Experience) ▲효율성 및 투자수익(Efficiency&ROI) ▲인구집단 건강 추세 및 2차 사용(Population Trends and Secondary Uses) ▲형평성(Equity) 7가지 항목으로 평가한다.

김 교수는 이 중에서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의 질과 최종 사용자 경험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애플워치 사용자 30%가 6개월이 지나면 워치를 쓰지 않는다. 1년 이상 사용하는 비율도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아무리 근거 기반 효과가 좋다고 해도 환자가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데이터가 생성되지 않으면 이를 기반으로 한 피드백도 불가능하다. 어떻게 질을 높이고 환자가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할 것인가에 좀 더 역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질 향상을 통한 지속성 확보는 최종 사용자 경험에도 중요하다. 현재 사용자 경험 평가 대부분 '만족도 조사'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사용자 대부분이 중도 이탈해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

김 교수는 "임상 시험 과정에서 참가자 100명으로 시작해도 90명이 사용 중단으로 이탈하고 마지막에 10명만 남는다. 남은 10명의 만족도를 검사하니 결과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며 "최종 사용자 경험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최종 사용자 범위에 환자 뿐만 아니라 의사, 데이터 분석가, IT전문가까지 포함해 폭넓은 조사와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19로 한시 허용된 비대면진료는 최종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아직 전면화로 나아갈 근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시 허용의 목적이 감염병 예방이기 때문에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환자의 반응과 순응도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센서와 플랫폼을 이용해 대면진료를 대체하고 환자의 건강 관리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현재 허용된 비대면진료는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모양새는 같아도 근본 취지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측면에서 환자에게 '혈당이 높다. 병원에 와서 검사 받아야 한다'고 하면 환자들은 이런 비대면진료 방식을 귀찮아하면서도 의사의 말을 따랐다. 그런데 코로나19 시기가 되니까 환자들이 전화상으로 처방이 가능하다고 비대면진료가 좋다면서도 정작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말은 절대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한시적 비대면진료 상황에서 환자의 순응도가 높아졌다고 해서 비대면진료가 좋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이전에 우리 사회가 비대면진료 경험이 축적됐었다면 다른 양상을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미흡하나마 비대면진료에 대한 경험이 생성된 만큼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로 나아가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결국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비대면 진료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비대면 진료의 미래는 당분간 대면진료의 보완 차원에서 다뤄질 것"이라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근거 확보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지속되는 만큼 의료계도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근거 기반 디지털헬스케어를 둘러싼 논의와 쟁점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청년의사 유튜브채널 '의대도서관' 영상 '비대면진료의 미래를 보여주는 7가지 글로벌 키워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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